뮤지컬 영화 - <영웅>
1. 2023년 첫 관람영화는 안중근의 의거를 다룬 <영웅>이다. 한국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뮤지컬 중 드물게 성공한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얻었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웅장한 장면을 통해 장엄한 독립군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노래로 표현했을 때의 느낌은 분명 다르다. <영웅>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어렸을 적 보았던 김진규 주연의 <안중근>이었다. 비장하게 손가락을 자르고 거사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웅>은 안중근의 비장미에 더해 주변 사람들과의 약간은 유머를 곁들인 협력을 보여주면서 지나치게 엄숙해지는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
2. 특히 주연을 맡은 정성화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이미 뮤지컬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성화는 과거 코미디 연기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 배우였다. 경망스럽고 유쾌한 모습은 나름 좋은 코미디 배우였다고 생각된다. 그런 정성화가 완전히 안중근으로 변신했다. 영화 흐름 속에 간혹 과거의 코미디 배우다운 유쾌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깊은 그의 눈빛과 강렬한 노래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도 분명한 철학과 대의를 좇는 선각자의 모습을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결코 화려한 모습이 아니면서도 진중하고 신뢰감있는 한 인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안중근의 사진과도 너무나도 어울렸다. 강렬한 투사이면서도 선한 눈빛을 가진 안중근의 모습을 똑같이 선한 눈빛을 가진 그가 강렬한 목소리를 통해 재현한 것이다.
3. 최근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없어서 알 수 없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감탄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수준이 상당히 상승되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작품의 구성 및 작품 속의 뮤지컬 스코어의 세련됨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작품에 결코 주눅들지 않는 실력이었다. 한국의 관객들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강렬한 자극과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면서 담담하면서도 정갈한 형태의 작품들이 사라지고 있는 점은 아쉬었다. 어쩌면 과거 TV문학관 <삼포가는 길>이나 영화 <만다라>가 주었던 정서는 이제 다시 만나기 어려운 느낌이 되었는지 모른다.
첫댓글 - 영웅의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