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들어왔답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않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바다를 보고 왔답니다..
제네시스를 하면서 평일에 연습실에 가지 않는건 아마 극히 드문 일 일겁니다.
요즘은 머리가 복잡합니다..
살아가는 의미와 살아왔던 의미들..
그 의미들이 복잡하게 썩여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의미들도 이젠 퇴색되어 지는 것 같고..
아이들에게 음악보다 큰 음악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것도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밤이되면 바다는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도를 보냅니다..
똑같지않은 크기의 파도를 쉼없이 보내줍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답니다.
초등학교 시절...학교를 빼먹고 낚시하러 갔던 기억들...
교회를 짓고 처음 이사를 했을때..
방이 부족해 아버지는 교회 사무실에서 몇년간을 주무셔야 했답니다.
휭~하니 부는 바람이 종탑을 휘돌아 괴물같은 소리를 내는 교회에서 아버지는 전기장판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답니다..
남산동 남덕교회에서 성당동으로 이사왔을때 주위의 인가라고는 찾아볼수없었던곳..
사택이라고해도 겨우 방 2칸에 연탄보일러가 있는 2평남짓한 부엌하나..
당시 4형제에 부모님 모두가 잘 수 없었던 곳이라 늘 누군가는 힘들게 잠을 청해야 했답니다.
화장실이 없어서 교회를 지을때 인부들이 쓰던.
나무로 대충 지은 임시 화장실을 20여 미터를 가야했던 기억들...
달이 훤한 밤에 화장실을 간다고 새벽에 깨었을때의 느낌을 잊을수 없답니다.
수도가 없어서 멀리 우물에서 물을 길러와서 씻었던 기억들...
지금 보다는 작지만 큰 교회를 가족들끼리 하루종일 쓸고딱던 기억들...
그 기억이 선명한데 지금은 그때의 흔적은 찾을수없답니다.
교회는 더 커졌고...사람들은 많아지고..
주위의 논밭에는 건물들이 들어서고...그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한답니다.
사십을 갓 넘긴 젊은 목사님이셨던 아버지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답니다.
교회옆에 텃밭에 '깨'를 심고 '파'를 심어서 끼니에 보탬이 되었던 그때..
지금 나보다 얼마나 힘든 길을 아버지는 그렇게 걸어오셨는지...
더 열심히 굳건하게 살아야하는데...
난 약한 사람인가 봅니다..
바다를 보고 돌아서는 내게 바람은 힘내라고 합니다..
늘 부는 바람은 그렇게 긴 시간을 떠돌아 다니며 말하며 사나봅니다..
언젠가는 내가 꿈꾸던 일들을 보게 될까요...?
그렇게 바라던 일들이 간절한 소망으로 이루어지게 될까요..?
오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답니다.
안개가 자욱한 텅빈 도로에 네온사인은 행여나 지나가는 차들을 위해서 자신의 자리를 밝히고 있었답니다.
나도 그렇게 욕심없이 내 자리를 밝히고 살수는 없을까...
텅빈 바다의 작은 고깃배를 위해 밤새 돌아가는 등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