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은
이태리의 빅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 흑백 작품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대강의 줄러리를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 전개가 아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갈등 정황을
아주 잘 나타낸 인간 내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의 모든 게 궁핍하고 어수선하여
침울하게 얼어붙은 로마의 거리가 배경이고, 등장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 리치와 그의 아들이 줄곧 관객들을 화면속으로 끌어당기고 있고,
아내나 친구, 전당포 주인, 경찰관, 자전거 주인 등은 스쳐지나가는 듯하면서도
두 사람의 상황을 극렬하게 설명하는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첫 장면은 인력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길 바라면서도
이내 포기하는 쾡한 눈동자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행히 리치는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이는 안정되고 가족수당과 시간외수당이 있고
게다가 꽤 괜찮은 제복까지 입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단 하나의 조건은 자전거가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포스터를 붙일 때 필요한 긴 사다리를 싣고 움직이는 이동의 수단이므로.
순간 주인공 리치는 멈칫합니다.
이미 자전거는 전당포에 맡긴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어렵게 거머진 일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마련해 볼 요량으로 일을 맡습니다.
절망과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낮게 가라앉은 을씨년스러운 집에 돌아와서
아내, 집과 같은 분위기의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에게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자랑과 근심을 함께 말합니다.
남편의 말을 다 듣고 난 아내는
결혼할 때 장만하여 지금까지도 쓰고 있는
침대 시트 여섯 장을 전당포에 가지고 가서 자전거를 찾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리치와 온 가족이 희망을 찾고
비로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꿈꾸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드디어 첫 출근을 하고
지정 받은 구역에서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도둑 맞고는 다시 절망으로 상황이 바뀝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도
끝내 자전거를 찾을 수 없는 리치는
순간 거리에 세워둔 자전거를 발견하고는 심한 갈등에 휩싸입니다.
그 몇 분간의 갈등은
인생 전체를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
자신을 밀어내는 요인이 됩니다.
마침내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지만
금방 사람들에게 잡혀 갖은 욕설과 매를 맞고는
자전거 주인에게로 끌려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바라보는 아들의 표정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소송을 걸어 감옥에 넣으려는 사람들 틈에서 자전거 주인은
그 아들의 너무도 간절한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읽어내고는
아무 조건 없이 집으로 보내주고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여기서는 도둑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분간은 이 영화의 한 컷 한 컷이 주는
깊은 감동과 슬픔이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보셨거나 앞으로 이 영화를 보실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느낌이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