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주는 이제 슬그머니 봄 기운이 도나요? 이곳은 여전히 겨울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바람에 날리는 쌀쌀한 날씨네요. 으~추워…
이곳 사람들은 밖에 다닐때는 거의 둘둘 말아 다니는데 실내에선 홀겹 (아이들은 오히려 반팔을 입기도!!)을 입고 활동을 해요. 아니…이곳사람들의 에너지 절약 정신은 전무!!! 내복입고 실내온도 좀 낮추라고! 내복의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니...
저만 겨울에 옷을 홀겹으로 입히는게 익숙하지 않아 애들 옷을 겨울옷으로 입혀서 보내요. 애들이 학교는 덥다고하는데…어으~ 그래도 그렇지…겨울이잖아요….
이곳 미국 학교는 학생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눈이 많이 왔다고 학교가 문닫고 (한달 사이 두번 휴교를 했지요. 사실 아침에 눈은 많이 쌓여있지만 워낙 새벽부터 눈을 잽싸게(!) 치워놓아 낮에는 전혀 눈이 많이 온 거 같은 느낌도없는데…아마도 스쿨버스를 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교직원들 월례 미팅 있다고 2시간 일찍 하교하고 (그사이 두번), 마틴 루터 킹 데이라고 쉬고 (쉬는 날을 매년 1월 셋째주 월요일로 정해서 주말에 이어 놀게 하지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Presidents’ Day”라고 나흘간 주~욱 쉬었습니다.
2월 초에 자영이는 7학년들의 연례행사인 캠프를 3박4일 다녀오고, 명호는 발렌타인 데이라고 금요일은 파티했다고 합니다 (명호네는 주로 금요일엔 수업 2교시하고, 팝콘데이라고 영화보여준다하네요. 물론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라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노는거 같아서 좋아하지요. 특히 명호…ㅋㅋ) 평상시는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점심먹고는 30분간은 바깥놀이를 한데요. 의사진단서가 있는 아이만 교실에 남아있을 수 있고 나머지는 의무적으로 나가 놀아야한데요. 스키바지에 파카입고, 장갑끼고, 모자 쓰고… 영하 10도 이하만 아니라면 무조건 바깥놀이를 한대요. 명호는 처음에는 일단 껴입는 작업이 번거로워 (입고간 바지에 스키바지를 꼭! 껴입어야 하니까) 싫다 하고, 나가서 노는것도 싫다하더니 이제는 어울려 노는 맛(!)을 알았는지 재밌다하네요. 오히려 저만 "학교가 너무 놀아... 선생들은 언제 학습진도는 빼나…괜히 제가 걱정하지요 ㅋㅋ. 학교 휴교하면 너무 좋아라 하는 이명호에게 누나가 좋을 거 없다며…눈이와서 휴교하면 여름방학기간을 줄이는것으로 쌤쌤이라 하네요.
이곳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교 별로 “학교 운영자금 모금”활동이나 지역사회 기관을 써포트하는 기금모금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거지요. 주로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데 예를 들면, 명호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Big Zoo Lesson” project라고 동네 동물원에 대한 프로젝트를 4월에 일주일간 실시하는데,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위해 동물원이 적극적 협조를 하므로 학교 측에서는 이 동물원에다 운영자금을 도네이션하기위해 부모들이 쿠키를 (12개씩) 두 봉지씩 구워와서 파는 활동(BZL Bake Sale)을 통해 이익금을 기부하기도 하고, 5월 중 하루를 정해 이 동물원 측에서는 오후 시간을 명호학교 학생들과 가족들만을 위해 개방해주는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네요. 아~그래서 저도 쿠키를 구워야합니다. 담주 화요일에 명호편에 보내야하거든요… 다 반죽되어있는거 사다 오븐에 구워볼까하고 잔꾀를 부려봅니다 ㅋㅋ.
또 다른 활동으로는 지역사회안에 있는 슈퍼마켓, 대형마트, 주유소, 빵집, 쇼핑 스토어들, 레스토랑 등등의 (60여개의) 가게들과 협약을 맺어 학부모들이 학교를 통해서 이들 상점들의 쿠폰을 미리 구입하면 그 구입금액의 일정부분 (상점에 따라 5%~15%)을 학교로 도네이션하도록 되어있어서, 어차피 생활하려면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를 통해서도 학교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수익금의 일부를 내놓는데 함께 협조하는 가게들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었지요.
또 하나 이곳 학교에 인상적이었던 것, 자영이 3박4일 캠프를 떠나기 며칠 전, 부모들을 학교에 오라 하더니 이 캠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회 및 질문을 받는 시간을 제공하는 거였어요. 저녁 7시반에 시작하는 미팅이었고, 학교 강당에서 이뤄졌는데…그날따라 바람도 세차게 불고 추웠던 날이었죠. 5분정도 늦게 도착하여 부랴부랴 들어가는데 저는 '얼마나 왔을까?' 하며 들어섰던 강당은 꽈~악 들어차있는거예요. 결국 뒤에서 서서 들었지요. 어머나~ 애들 수학여행 보내는 데 학교 측은 뭐가 그리 설명이 장황스럽고 부모들은 어쩜 그리 궁굼한것도, 걱정되는것도 많은지요? 저는 그 동안 자영이 학교일에 부모로서 미팅도 참석 못했던 내 아쉬움/미안함(?)때문에 참석한 건데… 왜 하필 겨울에 캠프를 가는지, 캠프장소는 어떤 곳인지, 3박4일 동안 애들은 뭘 먹게 되는지, 나흘 동안 아이들은 어떤 활동을 할건지 (핸드폰을 못가져가는걸로 규정한 이유가 뭔지), 의료 및 안전사고를 위한 스탭과 준비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나무로 된 오두막집에서 재우는 곳은 어떤 환경인지, 짐을 어떻게 꾸려서 보내야하는지 등등… 각 각의 담당 선생님이 나와서 발표(!)를 하더라구요. 캠프활동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교사의 통제수위를 벗어나는)는 즉각 부모에게 전화할것이며 캠프장까지와서 픽업해가라고 하는 말까지...
거기에 덧붙여지는 부모들의 질문들… 애들과 어른 스탭들의 비율은 얼마인지, 샤워실은 각 캐빈당 있는지 아님 단체로 있는지, 한 방에 정해진 그룹(12명)들간에 고립되는 아이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어떤 대책이 있는지, 아이들은 핸드폰이 없으니 부모는 어떻게 연락해야하는지, 아이들이 연락하고 싶다면 어찌하는지…등등 어머나…참 궁금하고 걱정되는것들도 많아라…. 공개적 질문 외에도 따로 남아서 일대일로 묻는 시간도 주고… 약 1시간 반 정도 이뤄진 설명회였어요. 그래도 학생들이나 학생들 부모를 위한 배려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어떠한 걱정이라도 이해 받는 기분이었지요. 우리 같은 경우는 안내문을 통해 언제, 어디, 얼마동안 가는지, 참가비 안내…참가 여부를 묻는 단촐(?)한 절차만을 거치는데…
한 가지 더! (이건 정말 좋은 시스템인거같아요)
저희가 사는 오키모스라는 지역에는 (작은 도시라서) 초등학교 (1~4학년까지), intermediate school (5~6학년이 다니는, 초등과 중학교의 중간단계의 학교라 칭함), 미들스쿨(7~8학년), 하이스쿨(9학년~12학년) 각 각 1개씩만 있어요. 자영이가 캠프가기 며칠 전에 피자데이라고 피자먹으며 하이스쿨 언니 오빠들 (캠프에 함께 가주는 카운슬러/멘토 역할을 해주는 학생들-여기선 Big brother, Big sister라고 칭하는데)과 안면도 트고 서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시간을 주는데 이게 참 좋은거 같아요. 자영이는 다녀와서 자기 그룹에 있었던 언니가 참 좋았다고, 여러가지 많은거 얘기해주고 재밌는것(?)도 많이 안다고…(도착하는 날 가보니 자영이 생머리가 컬링되어 미장원 다녀온 애로 바뀐거에요! 그 언니가 해줬다고… 좋아라 하는 모습이란..ㅎㅎ (다녀와서 “Thank you” card를 쓰는 숙제가 있었는데 카드 수준의 감사메시지가 아니라…무슨 장문의 긴 감사보고서를 써놨더라구요…)
오늘은 나흘간의 긴 휴일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애들과 안토니오는 학교에 갔어요. 애들이 놀면 자동으로(?) 안토니오도 학교를 제낍니다 ^.^ 오늘 아침에 학교로 나서는 영천 이씨 세 명은 피곤이 가득한 모습으로 학교를 나섰지요. 왜 이들이 이렇게도 힘든 모습일까요? 연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음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효주아네스입니다~
첫댓글 완전^^ 흥미진진해요. 캠프 설명회는 정말 부럽네요. 그런 배려요.. 효주아네스 팬으로 등록하고 싶어요.
ㅎㅎ 팬 관리 슬슬 들어가야겠는데요....사라~ 재밌게 읽어줘서 감사!
^^ 우하하하~ 정말 잘 읽었습니다. 뭔가 학교가 체계가 잘 갖추어진 느낌이네요. 명호도 잘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자영이 명호 모두 행복하기를, 좋은 친구가 생기기를 기도합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평화~
ㅎㅎㅎ 완전 미국은 학교가 청소년 활동 터전이군요. 우리도 캠프 설명회를 꼭 해야겟네요...
참
재밌어요^^
아네스, 안토니오... 가족 모두 행복한 부활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