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열린책들 홈피에는 언급이 없네요. 교보에도 현재까지는 목록에 없습니다. 밀려드는 스트레스에 짜증내며 저녁(2.22.)을 때우러 들렸던 학교앞 분식집에서 우연히 소개글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에코의 제자분들이 몇 분 있나 봅니다. 아래 기고문의 필자인 김주환 교수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민음사)을 번역한 그는, 에코 등의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의 공역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에코에 대한 생생한 인상을 얻을 수 있기에 이런 분들의 말씀은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에코가 저렇게 검소하고 부지런한 사람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언제나 생각으로만 쌓았다 허물고마는 다짐이지만, 다시금 소유에 대한 집착을 반성하게 됩니다. 필요에 의해 찾기 시작한 물건에 인간이 도리어 전도되어 파묻히게 되고 그 사로잡힘에서 허우적대며 좀체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닐 것입니다. 현실에 임하여 무조건적인 무소유를 주창할 수만은 없지만, 무엇보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기를 애쓰고, 그 객관적이고 외향적인 가치보다는 자신에게 실용적이면서도 내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는 자세가, 지금보다 한결 몸에 배도록 해야겠습니다.
설교조의 사설이 길었지만, 어느 누구를 향한 언변이라기보다는 그 어떤이보다 저 자신을 향한 말이었음을 힘없이 되뇌입니다.
* 책소개와 미디어리뷰를 덧붙입니다. 사진도.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은 따로 댓글로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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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지식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
중앙일보 섹션>행복한 책읽기> [북 카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묻지 맙시다’,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각권 7천5백원
“反戰은 지성인의 의무”
10여년 전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볼로냐 대학에 유학했던 나는 움베르토 에코 교수에게서 기호학을 배웠다.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로 유명한 그의 검소함과 부지런함, 그리고 유머감각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다른 교수들은 멋진 캐주얼 옷차림에 세련된 디자인의 구두를 신고 강의실에 들어서지만 에코 교수는 언제나 촌스러운 감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다.
게다가 그 흔한 이탈리아 가죽 가방은커녕 시장바구니 같은 나일론 책가방에 책을 잔뜩 담아 가지고 다니는데, 그 속에선 때론 4백년 묶은 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보통 교수들은 10분 정도 늦게 강의실에 들어서는 것이 예사인데, 에코 교수는 대개 수업시간 전에 나타나서는 학생들과 함께 복도에 서서 앞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세미나가 끝나면 거의 매번 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근처 카페로 몰려가서는 스푸만테 (탄산가스가 약간 들어 있는 와인)를 마시는데, 줄담배를 피우면서 끊임없이 농담을 한다.
그의 신간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묻지 맙시다'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과 함께 나온 마르티니 추기경과의 대화로 이뤄진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읽으면서 나는 다시 볼로냐 대학 유학시절의 그 카페로 돌아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담소를 즐기는 에코 교수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전쟁하면 모두가 패자
딱히 꼬집어 이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에코의 글에는 유머의 기운이 강하게 깔려 있다. 내겐 그의 모든 글이, 아무리 심각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씩 웃으며 던져지는 농담 혹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요즘 한반도 주변의 정세가 하도 뒤숭숭해서인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묻지 맙시다'에 실려 있는 글을 읽는 내 마음은 유난히 무거웠다. 이 지구촌에서 가장 열려 있는 지성인 그의 전쟁은 절대 해서는 안될 비윤리적인 일이라는 주장에 따르자면, 오늘날의 세계는 이미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제 특정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곧 지구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끝나는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있을 수 없으며, 이제 모든 전쟁에는 패자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 있듯이 에코가 보기에 이제 인류는 "전쟁을 터부로 선언해야 할 본능적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에 도달했다. "전쟁은 결코 해선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은 지성인의 의무며, "지식인들은 보다 분명한 목소리로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위기만큼 우리나라 지식 사회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일이 또 있을까?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우리 지식인들은 어떠한 논리적 토론이나 윤리적인 사유를 전개해 나갈 힘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원론적인 희망 사항만을 늘어놓거나, 북한이나 미국에 대해 단편적인 불평이나 한두마디씩 던지고 있을 뿐이다. 답답하다. 다시 볼로냐로 달려가 에코 교수에게 와인이나 한잔 따라주며 한반도 위기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김주환(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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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에는 홈피 첫머리에 소개되고 있더군요. 야릇한 설레임과 긴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알다딘에 실린 책소개와 한겨레 기사를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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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원제는 다섯 개의 도덕론 Cinque Scritti Morali (1997). 전쟁과 파시즘의 문제에서부터 미디어와 신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실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에코의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다.
에코는 수록된 5편에 대해서 '주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인 성격의 글들이며, 따라서 하면 좋을 일, 하지 않아야 할 일 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에 관한 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글들은 비관용적이고 비도덕적인 세계에서 관용을 베풀고 자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야기한다.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에서 에코는 원거리 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끊임없이 이주와 이민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 와서 국경의 방어라는 전쟁 방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현대의 전쟁은 불필요한 낭비이며, 생명과 자원의 고갈이라고 비판했다.
'영원한 파시즘'에서는 파시즘의 역사적 형태와 공통 특질을 분석했다. 또한, 파시즘은 '전통의 숭배', '좌절된 중간 계층들에 대한 호소'라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오늘날에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에코는, 세계사적인 사건에 대해 한 개인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준다. 어떤 식으로든 개인은 세계사적 문제에 연루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에코의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을 관찰할 수 있는 얇지만 의미있는 책이다.
저자소개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작가프로필 보기) - 1932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1954년 토리노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첫 저서 <열린 작품>을 출간했다. 1965년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1971년 데달루스라는 필명으로 좌파 기관지 '일 마니페스토'에 기고를 시작했다. 1973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 조직했고 1975년부터 볼로냐대학 기호학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조이스의 시학>, <시각 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 <기호학 이론>, <대중의 슈퍼맨>, <논문작성법 강의>, <장미의 이름>(1980), <푸코의 진자>(88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전날의 섬>,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1994) 등이 있다.
김운찬 - 1957년에 출생하여 한국외국어 대학교 이태리어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볼로냐 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 하에 화두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이태리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미디어 리뷰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이자 박학다식한 사상가라 할 움베르토 에코(71·이탈리아 볼로냐대학 기호학 교수)의 '소품' 두 권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묻지 맙시다>에는 전쟁과 파시즘, 미디어(신문) 등에 관한 다섯 편의 글의 묶여 있다. 이 가운데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는 에코가 이른바 걸프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91년 초에 쓴 글이다.
에코가 보기에 오늘날 전쟁은 불가능하며 불가능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전쟁의 유일한 패배자는 '지구'이며, 전쟁은 본질적으로 '낭비'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에코가 전쟁을 '터부'로까지 밀어붙이는 점이다.
가령 인류가 수천년 세월을 겪으면서 종족보존과 재생산을 위한 근친상간의 터부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제 인류가 전쟁을 '터부'로 선언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에코는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됨'을 선언하는 것은 지식인의 의무다.
파시즘의 원형을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의 두번째 글은 더욱 흥미롭다. 에코는 파시즘의 원형, 곧 '원형 파시즘'의 특징을 '전통의 숭배', '비합리주의'등 14가지로 분별해가며 조목조목 짚어 보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파시즘은 차이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하고 이용한다. …파시즘을 예고하는 운동의 첫번째 호소는 '침입자'들에 대한 반대다. 그러므로 원형 파시즘은 그 정의상 인종차별적이다." "엘리트주의는 모든 반동적 이데올로기의 전형적 특징이다. …이것은 '약한 자들에 대한 경멸'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에 바탕해 원형 파시즘은 대중적 엘리트주의를 고취한다." - 허미경 기자 ( 2003-02-22 )
첫댓글 에코에게 직접 사사받는 영광은 정말 범인에게는 찾아오지 않겠죠.-.ㅡ;; 그보다는 "시장바구니 같은 나일론 책가방"을 들고다니는 건 정말 아무나 못하겠죠.^^
에코의 신간이 또 나왔네요. ^^ 요샌 책 사볼일이 거의 없었는데... 언제 나오는지 알려주세요. 오래간만에 서점 나들이를 해야겠네요.
엄청 기대되는 책이네요^^... 에코의 강의라...혹시나 이탈리아에 갈 일 있다면 도강이라도 시도해 보고싶습니다...
에..벌써 올리셨군요..신문에서 보고 지금 바로 올리려했는데..^^;; 저도 바로 사야겠습니다. 쌓인 책이 많아서 언제나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와. 기대되는군요. 오랜만에 보는 '관심작가'의 책이라^^
꼭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그리고 에코님께서 그토록 검소한 분이시다니.. 그런 지식인이 되는것이 꿈이면서 먼저 외양만을 가꾸려한 제가 부끄럽군요.
책은 퍽이나 얇은데 유라님 말씀처럼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
드디어 읽기를 마쳤습니다만, 글자 읽기에만 몰두하여 행간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하여...'를 읽기 직전 도움이 될까하여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읽었는데 나름대로 연관지으며 이해하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식인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말하는 귀뚜라미'에 빗댄것이 무척 인상적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