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나무들의 숨은 이야기(2014년)
꽃 이야기
- 미니과꽃
과꽃은 원래 취국, 당국화, 오월국, 남국, 강서석, 추금 등으로 불린다.
기청산식물원의 '우리 꽃 참 좋을씨고'에 보면 전해오는 과꽃 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나라 때에 추금이라는 미모의 열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남편이 죽은 뒤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고을 원님은 추금의 아름다움을 소문으로 듣고는 그녀를 유혹했다. 그러나 옳은 말을 하면서 거절하는 추금이었다. 원님은 추금을 포기할 수 없어 며칠을 두고 끙끙 앓는지라 이를 지켜보던 아전이 추금의 아들을 전쟁터로 내보내게 하였다. 추금은 하루하루 가슴 조이며 살아가는데, 다시 원님의 유혹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추금의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원님은 감옥으로 몰래 찾아가 감옥열쇠를 슬쩍 넣어주며 다시 유혹을 했으나 추금은 침을 뱉으면서 열쇠를 던져버렸다. 원님은 하릴없이 돌아갔고 추금은 끝내 옥에서 죽고 말았다. 전쟁터에서 아들이 돌아와 감옥으로 달려갔으나 텅 빈 감옥 뜰에 피어 있는 한 떨기의 꽃만 발견했다. 바로 추금이 열쇠를 던진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었다. 사람들은 추금의 높은 절개를 기리는 마음에서 이 꽃을 '추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과꽃의 '과(寡)'는 과부(寡婦)를 뜻한다.
과꽃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고, 키가 30~100cm정도 자라며 7~9월에 남색. 붉은색. 흰색으로 꽃이 피고 한국,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씨앗으로 번식하고 배수가 잘 되는 양지쪽에서 키운다. 영양분이 많은 흙에서 보다는 다소 척박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번엔 '미니과꽃을 좋아하는 그녀' 이야기 이다.
평생교육원에서 꽃 수업 때 만나고, 전문대 디자인 과에서 함께 수학(修學)하고, 평생교육원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증 반에서 다시 만나 자격증을 취득 할 때까지 가까우면서도 서로 조용히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한 사이였다. 몇 해 전부터 회원들 얘기를 쓰면서 그녀 생각이 났다. 따로 전화해서 수다를 떠는 사이도 아닌 우린 언니 이면서 꽃 선생인 내게 호칭이 어정쩡한지 늘 수줍은 미소로 내게 본론적인 얘기만 한다. 내가 체험학습 등 행사 진행을 하며 힘들 때는 언제나 그녀에게 부탁을 하고, 그는 '알았다'면서 내 일들을 소리 없이 자잘한 부분부터 신경 써서 도와준다. 꽃꽂이의 마지막 손질 단계에서 사용하는 작은 꽃으로는 안개초, 소국, 쏠리, 스토크, 공작초, 등이 있다. 사람들이 꽃을 만지는 모습을 보면 성품이 느껴진다. 그녀는 그런 작은 꽃들을 적절하게 아주 잘 꽂는다. 난 미니과꽃을 공간 채우는 소재로 사용하기보다는 한아름 모듬으로 꽂는 걸 좋아한다. 작으면서 사랑스럽고, 소박한 모습이 참 좋다.
어느 날 내게
"다음 주 수업 올 때 미니과꽃 한 다발만 따로 사다 주세요. 가장 좋아하는 꽃 이예요"
"응 알았어. 자기 같은 꽃을 좋아 하네~"
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꽃과 그녀들의 모습(얼굴보다는 마음)이 닮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요즘 나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시골 곳곳을 찾아다니며 마을회관에서 실버체조로 봉사하고,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하고, 학교 방과 후 교육으로 압화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꽃모임에서 실버빌 봉사 가는 날엔 언제나 작은 녹음기를 가지고 와서 테이프를 이쪽저쪽 끼워가며 할머니 할아버지들 좋아하시는 노래를 틀어놓고 음악에 맞춰 몸 풀기 체조를 먼저 하고, 꽃 만지는 놀이를 함께 한다.
길가다 무심코 시선이 멈춰지는 곳들에 아무렇게나 올라와 있는 잡초조차도 가까이서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2~30십대 때엔 모르고 보이지 않던 자연 바라보기가 이제는 보이니, 앞으로는 보여 지는 것들에 소중함을 일상에서도 잘 살피고 나눌 수 있는 삶이고 싶다. 꽃 이야기 속 그녀도 작은 것들 속에서 귀함을 찾아내고 가꿔가는 삶을 살아 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새삼 인생은 배우고, 배움을 통해 나눔으로 되돌리는 삶이 아름다움의 또다른 정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무이야기
-새봄모습
새봄을 알리는 자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산수유 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설유화엔 초록 새순이 망울져 있습니다. 연향동 참살이 길 걷기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봄기운을 흠뻑 받으며 봄의 전령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 마음통한 언니랑 함께 얘기하며 들었던 대중가요를 MP3 에 저장해 귀에 꽂고 걷기를 했습니다. 나이 살이 드니 여기저기 군살이 늘어나고, 어줍잖은 연륜이라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게으름으로 나날이 불어가는 체중에 스스로 '나도 이럴 수 있구나 ' 반쯤은 신기해하면서 방관하다보니 주변에서 '이젠 아니다'라고 애정의 충고까지 듣게 될 만큼 되어버렸습니다. 산다는 건 새봄이 오면 어김없이 꽃피고 움트는 새싹만큼 기다림에 대한 감사도 있지만 계산 하지 못했던 현실을 만나기도 하면서 그 값을 또 계산치 않고 어떻게 풀어 가야할지 고민하고, 아님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해 감당하면서 인내를 반복하고 얼 만큼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을 되풀이 하며 사는 게 인생 인 듯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자연과 그 속의 우린 한 모습 일 텐데요. 오늘 난 행복과 감사가 함께입니다.보고 누린 기쁨을 표현 할 수 있어서요.
-새봄, 새 인연
새봄을 맞이하여 지난 목요일 순천 봄 학기 수업을 하였다. 첫 시간 이어서 오리엔테이션으로 '친환경 분화로 실내정원 만들기'커리큘럼 소개를 마친 후 간단한 무료 체험 학습을 했다. 큰아들이 만들어 놓은 작은 화분에 다육이도 옮겨 보고 한해살이 화초로 요즘 화단에 예쁘게 단장중인 팬지꽃들은 새집으로 이사해 주고, 사과허브도 심었다. 식물들을 무작위로 심어 보게 한 후 갖고 싶은 화분을 하나씩만 골라보라고 했다.
"이 봄 무슨 화분이 제일 인기 있었을까요~"
"궁금해요?"
내 생각엔 수업 등록한 연령층이 지긋이 세월감 드신 분들이기에 값이 비싸 보이는 다육이가 제일 인기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과허브를 갖고 싶어 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 잎에서 향기도 나고 잘 키우면 꽃도 피울 수 있다는 생각들 이었다. 늘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초심을 생각하게 되고, 식물들을 접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수강생들의 모습들이 내게 새로운 배움과 인생살이를 알아 가게 한다.
-벽돌화분 심기
친환경 분화 수업에서 황토벽돌에 사랑스런 다육이를 심었다. 작년 가을에도 벽돌에 야생초를 심었는데 막 찍어져 나온 빨간 황토의 깨끗함이 정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겨울에 텃밭에 내놓고 비랑 눈이랑 함께하면서 이끼가 새 식구 되길 바라며 봄을 맞이했다. 생각만큼의 이끼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벽돌만 지저분해지고 이끼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밖에 내 놓았더니 밤새 내린 이슬 때문에 벽돌이 눅눅해져 수업할 때 테이프가 잘 붙지 않아 힘들었다.
가시, 옹이, 주름 등이 있어 흔히 보아왔던 관엽 식물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개성 있는 생김새로 독특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다육식물들. 그 독특한 생김새는 건조한 사막이나 극한의 고지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기능들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것이다. 고온에 견딜 수 있고 적은 비와 양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식물들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극도로 진화한 식물 형태이다. 생명력 또한 실로 놀라워서 잎을 뜯어서 흙에 올려놓기만 해도 금세 또 다른 다육들이 늘어난다. 그중에는 허물을 벗거나 꼭대기 부분에 새끼가 생기는 종류도 있어서 식물을 재배한다기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애착이 많이 가고, 키우는 방법도 어렵지 않은 다육식물은 지금까지 식물에 별 흥미가 없었던 사람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이 있다.
10월 시와산문 동인 모임 때 체험학습으로 벽돌화분에 식물 심기를 하였다. 미파와 희성, 멘도사 다육이를 심었는데 '미파'가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어서 머지않아 예쁜 꽃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간 다음날 '미파'가 민들레꽃처럼 노란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귀한 꽃모습을 바로 보여 줬으니 사랑받고 잘 자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가끔 오래전 수강했던 회원들로부터 식물이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 줄때면 무척 반갑고 좋다. 사랑받고 자란 식물들은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며 잘 자라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랑받고, 나누고를 통해 성장하고 존재감을 키워 가는 것 같다. 다음엔 어떤 식물과 화기로 어울리는 친환경 분화를 만들지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통해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눌 상상을 해본다.
첫댓글 다양한 식물을 마치 다양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듯 접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언제나 포근하고 다정다감한 필자의 감성이 느껴집니다. 작고 앙증맞은 풀꽃같이 아름답운 삶을 지닌 주변 친구와 만나고 싶어지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