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경영학에서 이런 개념이 이론화됐다. 바로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 이론이다. 평소 꾸준히 안타를 치는 것은 물론이고, 불리할 때 9회 말 역전 만루 홈런도 터뜨릴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떻게 해야 양손잡이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양손잡이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두 사업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혁신 사업을 기존 사업에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은 "기존 제품을 개량·개선·활용(exploitation)하는 데 몰두하는 기존 조직에 모험적 혁신 업무(exploration)까지 함께 하도록 하면 혁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혁신 조직은 사무공간조차 본사나 기존 연구소가 아니라 대학이나 경쟁회사 부근에 둬야 창의성을 더 발휘할 수 있다.
IBM은 1999년 말 신성장 사업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사업만 담당토록 하고, 별도 투자펀드를 만들어 전폭 지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5개의 신성장사업 중 22개가 성공을 거두었고, 전체 매출의 20%가 이쪽에서 나왔다.
혁신 조직은 '톡톡 튀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되, 매출이나 순이익 등 가시적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라는 것이다. 또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반영, 성과급은 전체 조직의 평균 수준으로 주는 것이 좋다. 3M은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실패 파티'를 열어주고, 창의적인 소수 의견을 권장하기 위해 보고할 때 소수 의견을 병기하게 의무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제도를 만들었다.
기존 조직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김영배 KAIST 교수는 "기존 조직의 지원을 받는 혁신 조직의 성과가 높고 기존 조직도 높은 인센티브를 받도록 설계하면 둘이 같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잡아먹을 호랑이를 키워야 조직 전체가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는 뜻이다.
원래 어느 조직에서든 실세(實勢)는 돈 안 되고 실패 확률이 높은 모험 조직은 기피하는 법이다. 하지만 실세 없는 혁신 조직은 '앙꼬 없는 찐빵' 신세다. 따라서 혁신 조직의 보스는 최고전략책임자(CSO)나 기술책임자(CTO) 등 실세가 맡아야 한다. 그래야 돈도, 인재도 모인다. 형식적으로 분리된 두 조직을 경영진이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두 조직 간에 정기적인 인적 교류를 하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시바 비전(CIBA Vision)은 신제품 개발 본부장이 CTO(부회장)에게 직보하고, 경영회의에 참석해 혁신사업에 대해 브리핑하도록 했다. 그 결과 혁신적인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매출이 3.5배로 증가, 세계 콘택트렌즈 1위 업체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