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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 한수를 눈 지긋이 감고 들어주길 바란다. ( 아 ! 눈 감고는 못 읽겠구나 !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어 접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시, 승무 >
---------------------------------------------- 나빌레라 = 나비와 같구나. 박사 = 얇은 사 세사 = 속세의 일
승무를 통해 넘나드는 피안과 속세의 세계. 그 사이에서의 눈물.
다시 아래 동영상으로 승무 춤을 즐감하시고...
승 무
최 종민 교수가 조곤조곤 참 알아듣기 쉽고 우리들에게 아주 잘 이해될수 있는 쉬운 말로 정성을 담뿍담아 해설해 주면서 매달 안동 문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기획공연 국악 명인, 명창초청 공연도 오늘로 금년의 마지막 을 장식하게 되었다.
오늘은 아주 만나기 쉽지 않는 < 3 현 6 각 >
우리도 익숙하게 보아왔던 단원 김 홍도의 < 무동 >이라는 그림을 보면,
무동이 춤을 추고 있고 대금,향피리1, 2, 해금,장구,좌고 ( 앉은 북 ) 여섯사람이 반주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바로 그, 3 현 6 각의 옛적 민간들에게 두루 널리 쓰여지던 잔치, 제향, 무용, 행차등에 많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그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는 관악 풍류를 보게 되는데
오늘 최 종민 교수가 해설을 붙혀 올해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 나, 쓰죽 동지들도 점심으로 명물 국밥집에서 해결하고 최 교수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하였다.
마침 승무를 추는 춤집 ( 춤을 추기에 아주 알맞은 체격을 갖춘걸 말한다 ) 좋은 이 승 희 ( 민속춤 명인, 이 동안 전통춤 보존회장 )씨와 동행을 하게 되어 더 뜻깊은 하루가 되었다.
안동 사람들의 외 고집 때문에 역시 객석은 그리 복잡지 않고 우리들이 중심이 된 느낌을 주는 훌빈한 공연장에서 삼현 육각 보존회 ( 회장 최 경만 ) 여섯분의 연주자에 의해 수준 높은 공연을 한것을 감상하게 되었다.
언젠가 도산서원 앞 마당에서 명창 안 숙선이 도산십이곡 창작 판소리를 창 하고, 누구였던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지금도 눈에 서~언하게 떠 오르는 버섯 코가 그리도 이쁘게 내어딛던 춤사위를 구경한적이 있었는데,
오늘 명인 이 승희의 춤은 우리가 녹아드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춤이 이리 아름다울수가.....
춤도 춤이고 최 경만 회장이 부는 태평소 소리는 언젠가 영국 에딘버러 타투 축제 개막을 알리는 태평소 ( 호적 )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풍류도 풍류 나름이지 한국 최고 명인 명창들의 연주를 앉아서 즐기고 친구들과 만나 정담도 나눌수 있으니 우리 이런 일상이 바로 신선 놀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옛 선비들의 풍류는 양반들의 전유물이었겠는데 우리는 지금 누구나 원하면 듣고 즐기게 되었다.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니 이 풍류가 부러운 친구가 있으면 나 한테 빽을 대어 볼 지어다. 슬쩍 로비 자금을 들고 국밥집 계산을 해 가면서 말이다.
우리는 이리 산다네.
풍류도 풍류 나름이라네...
태 평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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