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가을 야경에 빠지고 싶다면 지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추천! 가볼 만한 곳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야경 _사진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남쪽에 있는 여러 도시가 소유한 가장 큰 재산은 당연히 너른 바다다. 그중 순천이 가진 보물 하나를 더 보태자면 아득하게 펼쳐진 순천만 갯벌이다. 이곳에 서본 이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 갯벌이고, 어디서부터 바다인지 헤아릴 수 없다고. 그 든든한 자연을 배경에 두고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 순천만국가정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순천이 품은 드넓은 만(灣)에도 어느새 가을이 조용히 찾아왔다. 한낮의 햇살이 순해지고 태양이 서쪽으로 사라질 즈음, 화려한 야경이 순천만국가정원에 내려온다. 선선해진 날씨와 정성스럽게 꾸민 정원의 밤 풍경을 즐기고 싶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찾았다.
동천테라스나루터와 호수정원나루터를 오가는 정원드림호 _사진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박람회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낭만적인 방법은 배 타기다. 순천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동천테라스나루터에서 정원드림호를 운항한다. 동천은 순천의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폭이 제법 넓어 12인승 보트와 20인승 선박이 오가는 물길이 넉넉하다. 동천테라스나루터에서 행사장 내 호수정원나루터까지 20분 정도 걸린다(편도 2.5km). 늦은 오후에 배를 타면 노을이 지는 순천의 경관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박람회장의 나른한 풍경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을빛으로 물드는 순천만 여행의 첫 장을 여는 최상의 선택이다.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 _사진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호수정원나루터에 내리면 박람회장으로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 2013년 첫 박람회 이후 두 번째로 개최하는 행사다. 전체 면적이 2013년 111ha(111만 ㎡)에서 193ha(193만 ㎡)로 넓어졌고, 행사장은 순천만국가정원권역과 순천만습지권역, 도심권역으로 나뉜다. 호수정원나루터는 순천만국가정원권역에서 동문 쪽에 가깝다. 세 권역 가운데 순천만국가정원권역만 해도 매우 넓어 어디를 중심으로 관람할지 미리 정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동문 주변에서 꼭 방문할 장소로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을 꼽는다. 두 건물은 함께 볼 수 있도록 관람 동선을 유기적으로 설계했다. 국가정원식물원으로 입장해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크릿가든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순천의 3개 산과 2개 하천을 상징하는 전시물을 곳곳에 배치한 국가정원식물원
각 공간의 콘셉트도 명확하다. 국가정원식물원의 전시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삼산이수(三山二水)다. 순천을 대표하는 3개 산(인제산, 해룡산, 봉화산)과 2개 하천(동천, 이사천)을 상징하는 전시물을 대형 돔 모양 식물원에 적절히 배치했다. 식물 3500여 주, 높이 15m에서 떨어지는 폭포, 미디어체험관에서 눈 내리는 영상을 보노라면 자연 속을 거니는 듯하다.
시크릿가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빙하정원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시크릿가든이 나온다. 국가정원식물원 관람 코스가 점차 위로 향한다면, 시크릿가든 전시 공간은 점점 지하로 간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둥근 건물을 보면 태양에너지를 지하로 모아 만든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느낌이 든다. 시크릿가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빙하정원이다. 관람객은 실내 온도를 -10~-18℃로 맞춘 터널식 공간을 걸으며 기후 위기가 초래한 이상 기온을 체험한다.
찰스 젱스가 설계한 순천호수정원
시크릿가든에서 빠져나올 때쯤 박람회장의 가을 야경이 제대로 펼쳐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며 전 세계를 상징하는 정원을 둘러본다. 순천호수정원에는 6개 언덕을 조성하고 그 앞으로 나무 덱을 설치했는데, 순천의 산과 동천을 상징한다. 초록빛으로 곱게 단장한 언덕과 이곳을 비추는 녹색 조명, 그 사이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가로지르는 덱이 압권이다. 유명 건축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설계한 작품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잔디 정원으로 탈바꿈한 그린아일랜드 _사진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박람회장 서문과 1주차장을 지나면 도심권역이다. 여기에 있는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물위의정원도 순천호수정원 못지않게 밤 풍경이 멋지다. 휴식 공간으로 만든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는 들어서자마자 쾌적한 느낌을 주고, 곁에 걷는 사람과 부딪힐 걱정이 없을 만큼 여유롭다. 오천그린광장은 저류지를 정원으로 꾸몄다. 그린아일랜드는 아스팔트 도로가 잔디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던 곳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쉬고 산책하는 공원이 된 것이다.
물위의정원 야경 _사진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동천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수면에 떠 있는 정원이 보인다. 원형으로 디자인한 5개 정원이 연결된 모습이 독특한 물위의정원이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관람할 기간이 두 달쯤 남았다. 9~10월 순천만국가정원권역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입장료는 보통권 기준 어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2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그림책 관계자와 마니아가 귀한 원화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순천시 행동 일대에 갤러리와 공방 등이 모인 문화의거리가 있다. 이 주변으로 그림책 전문 도서관과 유적지가 자리한다.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 원화와 관련 전문자료 등을 전시하고 다양한 특별전도 연다. 그림책 관계자와 마니아가 귀한 원화를 보기 위해 모여든다. 전체 시설은 자료관과 전시관으로 구성했다. 지하 1층 자료관은 책장을 겹겹이 세워 책의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책장 주변에 앉거나 엎드려 책을 보는 아이가 많다.
어린이 도서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책을 전시하는 1층 자료관 _사진 제공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1층 자료관에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칼데콧, 볼로냐 라가치 등 어린이 도서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책을 전시한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그림책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지는 곳이다. 전시관에서는 10월 15일까지 〈그림책, 어제와 오늘의 예술〉이 계속된다. 전시 기간에 인형극 〈순례들레나부쑤쑤쿵!〉이 평일 1회(11:00), 주말·공휴일 2회(14:00, 16:00) 공연한다.
옥천서원 옆 느티나무와 임청대
옥천서원(전남문화재자료)은 순천부사 이정이 김굉필을 추모하며 1564년(명종 19)에 세웠다. 1568년(선조 1)에는 선조가 당시 순천부사 김계가 올린 상소를 받아들여 사액서원이 됐다. 서원 옆 느티나무 주변에 동그랗게 돌을 쌓은 대(臺)가 있다. 무오사화로 순천에서 귀양살이하던 김굉필과 조위가 만든 것이다. 조위는 이 대에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으로 ‘임청대(臨淸臺)’라는 이름을 붙였다. 임청대와 옥천서원 정문 사이에는 1563년(명종 18) 이정이 김굉필과 조위를 추모하며 세운 비석이 있다. 비석 앞 ‘임청대’는 퇴계 이황의 친필이고, 뒷면에는 조위가 생전에 쓴 글을 새겼다.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2023-11-1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