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 개굴 개구울 개굴, 개굴 개굴 개구울 개굴..."
오늘은 숲 속 연못마을에 운동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부터 마을주민 모두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몸도 마음도 매우 바쁩니다.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야하고 응원할 때 쓸 여러 가지 도구를 운반해야하니까요.
그러나 뒤뚱이는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가 심한 짝짝이기 때문에 운동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작년에도 응원석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었거든요.
하늘에서는 만국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운동장에는 예쁘게 치장한 연꽃과 각종 물풀들이 신나게 춤추며 응원분위기를 한껏 ‘UP!’ 시키고 있었습니다.
“역시 든든이 밖에 없어. 해보나마나라니까?”
“아니야, 펄쩍이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그동안 연습을 꾸준히 해왔거든.”
“올해는 어쩌면 엉뚱이가 둘 다 제치고 최고의 개구리로 뽑힐 줄도 몰라. 지난번에 만났는데 두 손을 불끈 쥐고 각오가 아주 대단하던 걸?”
이사람 저사람 제각각 의견도 분분합니다.
“오늘은 우리 마을 최고의 개구리를 뽑는 날입니다. 모두 열심히 해주세요!”
가장 나이 많은 촌장개구리가 개회식을 선포하자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모인 개구리들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렀습니다.
“와! 박수, 박수!”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우~~~!!!”
관중석에서는 꽹과리와 징을 세게 두드리며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든든이 이겨라.”
“펄쩍이 이겨라.”
“엉뚱이도 이겨라.”
“♬ 이 세상에 펄쩍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펄쩍, 달이 떠도 펄쩍 펄쩍이가 최고야. 아냐, 아냐, 든든이가 더욱 최고야. ♬”
“♬ 아냐, 아냐, 펄쩍이가 더더욱 최고야. ♬”
“♬ 아냐, 아냐, 엉뚱이가 더더욱 최고야. ♬”
“♬ 아냐, 아냐, 혀긴이가 더더욱 최고야. ♬”
서로 목에 힘을 줘가며 시합을 하기 전부터 응원신경전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으흠, 우리 마을에서는 당연히 내가 최고지.’ 작년까지 3관왕이었던 키 크고 힘센 든든이가 다리를 풀며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꼭 일등을 하고 말 테야.’ 높이뛰기 종목에서 자신이 있는 펄쩍이가 두 손을 불끈 쥐고 대응을 합니다.
‘치이-, 이번엔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일등을 차지할 거야.’ 무슨 먹이든지 잘 잡는 혀긴이도 속으로 굳게 다짐합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젊은 세대로 교체 할 때가 되었어.’ 왕성한 혈기를 수영종목에서 불살라보겠다는 엉뚱이도 입을 악뭅니다.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 힘없이 그 광경을 바라만보고 있던 뒤뚱이가 조그만 소리로 촌장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저-어! 할아버지, 저도 한번 경기에 출전하고 싶어요. 나가도 되나요?”
“물론이지, 최선을 다해 보거라.”
웃으며 손잡아주는 촌장할아버지 말씀에 뒤뚱이는 용기를 내어 슬슬 운동장 한복판으로 나갔습니다.
“하하하... 저기 저거 뒤뚱이 아냐? 아니 뒤뚱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고?”
“어디, 정말? 웃기는군. 푸하하하!”
“저런 심한 짝짝이 다리로 도대체 어떻게 뛰겠다는 거야? 보나마나 꼴찌는 뒤뚱이가 분명해.”
“그야, 당연하지. 하하하하하하하...”
이곳저곳에서 많은 친구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 출발선 지점으로 부지런히 뒤뚱뒤뚱 걸어갔습니다.
“빵빠라 뿌웅---!!!”
드디어 나팔소리와 함께 달리기 경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든든이 이겨라, 든든이 이겨라! 든든이 화이팅!”
“펄쩍 펄쩍 펄쩍이, 달려라 펄쩍이! 펄쩍이가 이긴다!”
“후르륵 쪽 혀긴이, 잘한다 혀긴이! 혀긴이가 일등은 맡아놓았다, 와와와!”
친구들의 신나는 응원소리가 이웃 숲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엉뚱아~~~! 욕심내지 말고 열심히만 뛰어봐! 부탁한다아~~~!”
“그래, 우리 엉뚱이 잘해봐라! 파이팅!!!”
“오빠, 넘어지지만 말고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줘. 둘째오빠의 인내심은 누구 못지않게 강하잖아? 사랑해!”
엉뚱이의 엄마, 아빠, 형, 여동생이 목소리를 같이하여 크게 소리 질렀지만 다른 응원소리에 묻혀 엉뚱이 귀에 들릴 리가 없습니다.
어느새 든든이가 선두로 제일 힘차게 달리고, 그 뒤를 펄쩍이와 혀긴이가 바짝 뒤쫓고 있었습니다.
뒤뚱이도 열심히 달렸지만 차츰차츰 간격이 벌어져갔습니다.
“하하하, 뒤뚱이 좀 봐라, 걷는 거니 아니면 뛰는 거냐?”
“야, 달려봐야 꼴찌 할 게 뻔할 뻔잔데 굳이 애를 쓰며 달릴 게 뭐람? 창피하게? 훗훗훗...”
제일 먼저 골인한 든든이가 뒤돌아 한참 떨어져 달려오고 있는 뒤뚱이를 손가락질 하며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뒤뚱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악착같이 결승점까지 달려 들어갔습니다.
“와아! 잘했다.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이 최고다!”
“맞아. 신체적 악조건을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뒤뚱이가 정말로 멋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뒤뚱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빵빠라 뿌웅---!!!”
이번에는 수영을 할 차례입니다.
많은 개구리들이 물방울을 튀기며 연못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습니다.
든든이가 ‘쑤욱 쑥’ 열심히 두 팔로 물을 가르며 앞으로 헤엄쳐 갑니다.
그 다음에는 펄쩍이, 그 뒤로 혀긴이가 쫒아가고 있습니다.
뒤뚱이도푸아 푸아힘껏 팔을 저었습니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함성이 점점 더 우렁차게 하늘에 닿을 것 같았습니다.
“든든이 이겨라”
“펄쩍이 이겨라!”
“아이구! 혀긴이는 그래도 좀 봐 주겠어. 하지만 뒤뚱이는 뭐야? 달리기보다는 빠르지만 모양이 우습잖아? 발 하나가 흐느적흐느적 꼭 물뱀 헤엄치는 것 같군.”
“하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허...”
바로 그때.
뒤뚱이가 속력을 내는가 싶더니 펄쩍이를 앞지르면서 든든이 바로 옆까지 다다랐습니다.
‘아이쿠, 이게 웬일이야?’ 깜짝 놀란 든든이가 마구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얏! 뒤뚱이 너 뭐야? 왜 나를 자꾸만 치는 거야?”
“어? 미안, 미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아이구, 아파라. 왜 건드려?”
펄쩍이도 화를 냈습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뒤뚱이는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옆에 있는 다른 개구리들과 자꾸 부딪혔습니다.
“야, 자꾸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든든이와 펄쩍이가 또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어, 미안, 미안!”
셋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이미 뒤돌아 오는 엉뚱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도 꼴찌하면 친구들이 두고두고 놀릴 텐데.’ 열심히 헤엄쳤지만 곧 체력의 한계를 느낀 뒤뚱이는 점차 속력을 낼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막 유턴을 마치고 골인 점을 향하던 개구리 한 마리가 갑자기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앗! 큰일 났어. 사고가 났나 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구경하던 많은 개구리들이 놀랬습니다.
다름 아닌 든든이였습니다.
발에 쥐가 나서 더 이상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푸아, 푸아, 도와줘요. 살려주세요!”
“아! 이를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아. 누구 없어요?”
오른쪽 다리를 움켜쥐고 점점 밑으로 가라앉는 든든이를 보며 많은 개구리들은 애타게 발만 동동거렸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무언가에 이끌려 물위로 올라오는 든든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풀장 밖 매트 위로 든든이를 끌어 뉘어 놓았습니다.
든든이가 숨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재빨리 입에 대고 인공호흡을 시키고 있는 개구리!
다름 아닌 뒤뚱이였습니다.
5분... 10분... 몹시 힘들어 지쳤지만 뒤뚱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얼마 후, 드디어 든든이가 입에서 물을 토해내며 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와! 뒤뚱이가 든든이를 구했어. 든든이 목숨을 살려주었다구!”
“오! 대단한 걸? 아주 큰일을 해냈어. 대단한 뒤뚱이야.”
“오늘부터 뒤뚱이는 우리 마을의 최고 영웅이야.”
가슴 졸이며 보고 있던 주위의 개구리들이 손뼉 치며 기뻐했습니다.
걱정스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뒤뚱이에게 든든이는
“네가 날 구해주었구나. 정말 고마워. 그런데 나 때문에 또 꼴찌를 했으니 어쩌지?”
“아니 괜찮아. 난 너를 잃은 것보다 꼴찌가 더 좋아.”
뒤뚱이는 진정한 마음으로 든든이의 회생을 기뻐했습니다.
든든이는 뒤뚱이의 긴 다리를 꽉 붙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동안 널 무시하고 미워했던 것, 미안해. 용서해줘. 응? 제발!”
“든든아, 괜찮아. 사실인걸 뭐. 난 오히려 네 이름처럼 든든한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내가 반대로 네게 고마워해야겠지.”
두 개구리의 다정한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촌장할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V자를 그려 보였습니다.
어깨동무한 채 절뚝거리며 운동장 가의 긴 의자로 다가가는 뒤뚱이와 든든이에게 모든 개구리들이 일제히 기립, 열렬히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개굴 개굴 개구울 개굴, 개굴 개굴 개구울 개굴... 뒤뚱이가 최고다!”
“그래, 그래. 종합성적은 엉뚱이가 일등이지만 올해의 최고개구리는 당연히 뒤뚱이지. 아암, 그렇고 말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뒤뚱이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여보, 우리 뒤뚱이가 아주 큰일을 했네요. 든든이를 살려냈으니까요.”
“그렇소. 뒤뚱이는 우리 마을의 최고이자 가문의 영웅이요.”
그 소문은 몇날 며칠을 두고 입에서 입으로 번져 참석하지 못한 개구리들까지 알게 되었고 산 넘어 이웃마을까지 퍼져나갔습니다.
“뒤뚱이네 집이 어디에요?”
“뒤뚱이를 만나려고 힘들게 고개를 넘고 또 넘어서 왔어요.”
“이왕 온 김에 뒤뚱이 얼굴 좀 직접 보려구요.”
숲 속 마을 주민들은 마치 자신이 영웅이나 된 것처럼 설레며 반갑게 손님맞이하느라 바빴습니다.
서산으로 기우는 해님도 지칠 줄 모르고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늘 일등만 원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꼴찌에게도 뭔가 장점이 있음을 깨우치고자 쓴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