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과 祭物을 읽고
참으로 훗훗한 날씨이다. 서서히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발끈하게 더우면서 피부에도 안좋은 자외선이 연일 피부를 강타한다. 아내 성화에 끌려 대상포진 예방을 했다. 요즘 백신주사가 세간에 화제가 되더니 접종 후 주의사항도 만만치 않다.
20분간 안정을 취한 뒤에 귀가하라, 3시간 이상 주의깊게 관찰하라, 당일 목욕, 음주, 운동은 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 접종부위를 청결히하라. 이상이 생기면 얼음찜질을 하라는 등 주의사항이 참 많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서재에 있다가 우연히 월간지에 전문이 게재된 김홍신의 글을 읽었다. 장승과 제물-.
이 소설은 프랑스로 입양되어 가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양부모에게 인도해 주는 사람들과 항공기에 탄 승객들 간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소설이다.
프랑스 파리까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18시간 동안의 에피소드를 병열식구조를 차용한다. 이러한 소설의 구성 방식은 작가가 발하고자 하는 바를 반복하면서 독자들에게 강하게 전달하려는 패턴의 양식이다. 이러한 구조로 작가는 축소된 우리 삶의 현장, 그 단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항공기의 숭무원과 여행객을 통해서 인간군상의 단면 등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입양간 녀석들은 몇명인가? 여섯 살여자 은정이, 네살된 남자 종규, 두돌이 지난 여자아이 수경과 한 살짜리 남자아이 창근이고 아동복지원으로부터 비행기 삯70%를 지원받고 양부모에게 데려가는 유학생은 유성호와 민지혜이다. 알바생이다.
변덕심한 여인네들처럼 요즘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 무지 더웠다가 여우비라고 할까 소나기가 연일 스콜처럼 내린다. 우연히 접한 김홍신의 디테일한 글을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 늪에 빠져 단번에 몇시간동안 마셔버렸다. 이 글은 18시간 동안 비행기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써나간 글이다.
이 소설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자지러지게 계집아이의 울음소리가 신호인 양 엄지 손가락을 빨아대던 사내아이가 되알지게 기를 쓰며 따라 울었다.로 시작된다. 나는 이글에 호감을 둔 이유는 평소 홀트아동복지에서 과연 어떻게 입양을 하는지 늘 관심이라 단숨에 퍼마시었다.
읽는 내내 알바생 성호와 지혜ㅡ. 자식도 낳아 키운 경험도 없는 대학생이 네명을 동행하면서 기내에서 볶아치는 각종 아우성과 악취 배설물에 미간을 찌푸리고 노려보는 여행객들의 눈초리를 모두 빗물처럼 맞는다. 어쩌자고 젊은 녀석들이 입양아를 맡아 데리고 갔을까? 비행기 삯 7할을 보태준다기에 여비라도 아끼려는 뜻이기에 신청했겠지, 공항에 내리면 프랑카드를 들고 기다린다는 프랑스 입양가족에게 인계만 하면 끝난다고 단순히 생각했겠지-.
18시간 생존본능의 아이들에게 대처하는 두 알바생, 그 속에 모국을 떠나는 입양아들의 심리묘사,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교훈도 안겨주고 사건만 무마하려고 비인간적인 대처도 놀랍다. 승객 김교수가 앙칼지게 수면제 복용을 강요하기도 하고 박사라는 의사의 질책, 편히 가는 법을 가르쳐 주어도 외면하는 젊은 대학생들의 의지가 고맙다.
외국인들의 따가운 눈초리-, 어쩔줄 모르는 상황속에 승무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조언, 팔려가는 녀석들이 고국을 떠나는 마지막 발악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아원 이름이 부각된 목걸이에 대한 심리적인 갈등, 화물꼬리표?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은 작가 김홍신-.
이글의 제목에서 장승은 누구일까? 조국이며 입양문제와는 관심없는 많은 사람들을 표상하는 것이리라. 원래 장승은 마을 수호신을 하는 민간신앙의 표상적인 민속물이 아닌가? 제물은 당연히 입양아겠지. 그리고 수면제의 상징은 국민의 자유의지를 잠재우는 재물, 경제성장은 아닐까? 여하튼 김홍신 소설은 사회적 현상을 강하게 꼬집는 것이다, 80년대 시대적인 모티프인 월남전쟁, 노사문제 분단문제, 운동권 문제들로 독자적인 소설세계를 보여준다. 생각난다. 도둑놈과 도둑님, 인간시장, 허수아비와 벙거지, 장승과 제물등이 그를 옥중으로 가두기까지 했다.
디테일한 그의 소설이라 재미 또한 있다. 이글에서도 성질나는 대로 한다면 애들을 버릇 가르치키위해 다른이들처럼 마구 패주고 싶은 알바생의 심리도 부각시키기도 하고, 괘씸한 과식과 배설행위, 기내가 난리에 대처하는 두 대학생-. 정면 대응을 뒤로 하고 은근과 끈기로 상황을 잘 헤쳐 나간다. 우리사회 입양아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을 다시 깊게 생각해 보면서 소름돋는 장면은 어디쯤일까? 공항에 내려 그 부모 품에 안기며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흔들어도 흔들지 않는 그 비인간성이었지만, 살기위해 어쩔수 없는 일, 다시 곰곰히 돌아보며 소나기처럼 18시간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도 수면제 한톨 먹이지 않는 알바생들의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 알바생 그는 누구인가? 인간을 이해한다. 正道를 걷는 샘물같은 이새대 젊은이들이리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