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키운 집안의 가장..코끝 찡한 17살 김제덕 사연
화제된 "코리아 파이팅" 외침에 코치, "긴장감 풀려고.." 악플 상처 걱정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양궁 남녀혼성 단체전 김제덕(17·경북일고)의 코치가 경기 중에 김제덕의 “코리아 파이팅” 외침을 두고 ‘시끄럽다’라는 댓글 등으로 상처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 한 행동으로 스승은 어린 제자의 그런 행동이 오히려 안쓰럽다고 걱정했다.
경북일고에서 김제덕을 지도하고 있는 황효진 코치는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경기 중에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외친 김제덕 선수가 오히려 안쓰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덕이가 상대의 멘탈을 흔들려고 한 건 아니고 긴장감을 좀 풀려고 ‘파이팅’을 하겠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대회 나가기 전에도 특별 훈련할 때부터 ‘파이팅’ 소리치면서 스스로 긴장을 풀려고 했는데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그 긴장감을 겪는다는 게 좀 안쓰럽다”고 말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오른쪽)과 안산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그러면서 “저는 제덕이가 왜 외치는 줄 아는데 모르시는 분들이 (댓글에) ‘시끄럽다’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남은 경기들 잘해야 하는데 혹시나 상처받고 방해될까 싶어서 (김제덕 선수에게) 댓글 읽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황 코치는 김제덕이 양궁을 시작한 계기도 공개했다. 그는 “제덕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다”며 “학교에서 원리원칙도 많이 따지고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쳐서 학교 선생님이 ‘양궁장에 가서 좀 침착하게 하는 거도 배워라’하고 보냈는데 1년 반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다 휩쓸었다”고 말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이어 “제덕이가 완벽주의자에 가까워 자정까지 많게는 하루 1000발을 쏘며 본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훈련해 어깨 부상이 있었다”며 “남은 경기 잘 마무리하고,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목표를 이루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오른쪽)과 안산이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김제덕은 어머니 없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국 남자양궁 최연소 메달리스트 쾌거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찡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황 코치는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데 아버님이 몸이 좀 안 좋으시다”며 “제덕이가 또 잘해야 되는 이유도 있었고 본인이 집에 (실질적인 가장이다 보니깐)”라고 말했다. 김제덕의 가정 환경은 그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출연한 SBS 방송 ‘영재발굴단’에서도 잠깐 나왔었다. 당시 김제덕은 6살때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와 함께 등장해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할머니 신이남씨는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손자를 반기며 “할매, 할배한테 힘이 많이 된다”고 활짝 웃었다.
김제덕 선수는 앞으로 남은 양궁 남자단체전(26일)과 개인전(31일)에서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