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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으로 오랜만에 찾아간 민주화 성지였던 박제된 명동성당. 8월 10일 어제는 좋은 날이었다. 천주교 신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들 라우렌시오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이자 음력 7월 7일 칠석에 유서 깊은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했으니 얼마나 경사스러운가. 예전에는 직장이 명동이라 수시로 들락거렸던 곳이다. 명당성당이 상업적으로 많이 변했다. 명동성당은 한때 민주화의 성지였다. 지금은 불교에 그 자랑스러운 성지를 내주고 부루조아들의 결혼식장으로 전락했다. 약현성당과 더불어 천주교 신자들이 예약하기 어려운 성당중 하나다. 꼬스트홀을 개관해 성당 옆에 3.400명이 들어갈 카페 마리홀이 생겼다.
명동성당 하면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떠오른다. 그 분의 업적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독재에 맞서거나 노동·학생운동을 벌이다 쫓겨온 이들을 공권력으로부터 온 몸으로 막았던 사실이다. 지난 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으로 쫓겨온 수백명의 시위대를 검거하기 위해 대치하고 있던 경찰을 향해 김 추기경이 "나를 밟고 가라"고 밝힌 일화는 가장 극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1987년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농성 중일 때,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은 경찰 앞에서 이렇게 외치셨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가라' 스스로 '바보'라 했지만 사람들은 '어른'이라 부른 사람, 김수환 추기경이시다. 그가 선종한 지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를 '가난한 이웃', '아픔', '각막 기증', '바보 천사'란 단어로 기억하며 그리워한다. 많은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을까. 2024년 명동성당은 한류 중심 명동의 랜드 마크가 되었다. 시위대가 모여 집회를 열었던 명동성당 내의 비탈길은 보행이 금지된 차량통행로와 새로 조성한 화단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일 수 없다. 성당에는 카페,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시위와 농성’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명동성당 방침에 따라 이제는 이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집회를 열 수 없다. 1987년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고문치사를 당했을 때, 집전하던 미사에서 “우리의 형제 박종철이 어디 있느냐”면서 분노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지금의 명동성당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김수환 추기경의 책 <바보가 바보들에게>에서 인생 덕목 9가지
1. 말 (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2. 책 (讀書)
수입의 1%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3. 노점상 (路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마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4. 웃음 (笑)
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 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5.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마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6. 성냄 (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7. 기도 (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8. 이웃 (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마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쳐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9.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김흥순
천주교청년연합회 민주화 활동
민통련 민족학교 1기 아태 평화아카데미 1기
전 대한법률경제신문사 대표
사단법인 세계호신권법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