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글이기에 살가운 질책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낮고 젖은 곳으로 귀열어 두고 살아가겠습니다.
언제나 밝고 힘찬 새날을 열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꾸벅...鐵香
▣제25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대통령상 수상작(詩)
◎겨울, 수색역에서/수상작
김 철 향(본명 金滿年)
1
언제부터였을까 물빛 곱다던 수색역은
거대한 공룡들의 습지로 변해 있었다
새벽마다 중생대의 눅눅한 바람이 음습해오는
기관고(機關庫)유전지대에는
등푸른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었다
지상 오십미터 상공 조명탑에 촘촘히 박힌 공룡 알들,
일제히 부화(孵化)등을 밝히면
질척거리는 유전습지에서 불잠 자던 공룡들
허연 갈퀴 앞세우고 가르릉 가르릉 일어선다
하늘 어디쯤 플러그를 꽂고 송출신호를 보내면
공룡들은 일제히 백악의 울음 하얗게 내지르고
무쇠발톱 철거덕거리며 검은 침목철선을 따라 걸어나온다
직립의 원인들이 청 녹 깃발 펄럭이며
공룡들을 일일이 호명하면 한껏 가열된 공룡들,
긴 꼬리등창(窓)푸르릉 흔들며
철길 위에 일렬횡대로 늘어선다
웅웅 가속의 결의를 다지는 공룡들의 붉은 눈알 속으로
일순간 파란 불빛이 번뜩이는,
2
겨울, 수색역에는 새들도 둥지를 틀지 않는다
용들이 뿜어낸 불티들 불야성을 이루며 날아올라
검게 그을린 밤하늘에 별빛으로 박히던 것
오래도록 보아왔다
날마다 3000마력 터보엔진 등푸른 기관차들을 출항시키며
순간 가속음 100데시빌의 굉음속으로 달아오르는 새벽,
눈썹 위에 달라붙은 졸음에 걸려 넘어지며
직립보행이 언제나 하늘 길처럼 아뜩했다며
시뻘건 조개탄 위로 끓어오르는 한 젓가락의 라면
달게 먹고
면발처럼 매콤한 힘줄로 새벽을 턱걸이하는,
만남과 헤어짐의 발원지,
난맥상으로 꼬인 철길
한 올 한 올 풀어
푸릇한 산맥으로
기차를 떠나보냈네
퇴행할 수 없는 숙명의 철길
뒤돌아보지 말자
생은 먼 기적울음,
철커덕 철커덕
붉은 산허리 돌아
간이역 어디쯤 머물러 있을
한 웅큼의 눈물과 그리움들을
집결시키고 분산시키는
水色, 물빛보다 고운
노동의 기지(基地)
*수색역:서울역을 거쳐 경부 호남선으로 출발하는 기관차들의 집결지,
밤새 정비를 하고 새벽이면 발차순서에 의해 기관차와 객차를
연결해서 떠나보내는 기지역이다.
◎감
시린 바람
가파르게 오르는
하늘 맨 꼭대기
선홍감 홀로
눈시울 붉힌다
떫던 사랑
아문아문 익혀
혈혈血血이 떠나보내고
풍상에 돌아앉아
홀로 붉어진 그리움인가
먼 기다림에
짓무른 가슴
훤하게 내어놓고
또 어느 생生에 가슴 쪼일
적멸寂滅의 슬픔인가
시린 햇살이
등 떠밀어 가는 시간
어둑한 하늘 끝에
순명한 등 불 하나
말간 속살로 타는 저녁,
◎다북쑥 어머니
구월 소슬바람이 산문(山門)을 열면
싸리 꽃 푯대 삼아 그 산을 오른다
박주가리 어린 열매 단물이 탱탱하고
햇살도 굴러가는 가막골 산비탈에
봉긋이 솟아있는 어머니 젖무덤
천년의 시간에 살면서도
청추(淸秋)하루햇살이 아까웠던 것일까
발아래 뫼 꽃들 지천으로 피워 놓고
지나가는 바람 다독여
어느새 다북쑥 파릇하게 키우셨구나
뜬눈으로 별빛 빚어 쑥물 곱게 물들였구나
다북 다북 살지 못한 삶이
한(恨)이 되었을까
아문 아문 영글지 못한 생(生)이
서러웠던 것일까
두 손 가득히 다북쑥을 잡으니
봉긋하게 부풀어오르는 어머니 젖무덤
뭉특한 손길 닿을 때마다
풀썩 풀썩 그리움이 일어
손가락 마디마다 쑥물 흥건히 베어온다
어머니 그 속내일까
자식 보고싶을 때마다
쑥 댓잎 같은 손 불쑥 내밀어
극성스레 다북쑥 키우시는,
▣수상소감
핏빛 곱던 날, 싸리 꽃 하얗게 흩날리던 그 강을 떠나 망망한
대해로 흘러왔습니다. 어머니 깃발처럼 세워두고 세찬 물살 가
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허름한 도시 변두리에 폐선처럼 정박
한 채 이제 마흔의 썰물 지는 소리 듣습니다. 귀밑머리 하얗던
실밥들 어느새 정수리까지 부풀어올라도, 만선의 부푼 꿈은 해
묵은 술잔 속에서만 출렁입니다. 어머니! 돌아가고 싶습니다.
고티재 넘어 호롱불 흐릿한 그 집으로, 좌판 가득히 찐빵이 익어
가고 어머니 때묻은 전대(錢帶)가 날마다 만삭으로 부풀어오르던...
그리움도 지극하면 시(詩)가 된다는 것을, 어머니를 놓친 다음에
야 알았습니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에게 몸소 시가 되어
주신 어머니, 때늦은 장남의 수상 소식에 오늘은 또 무덤이 환해
지도록 함박꽃을 피우시겠습니다.
감사해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길 위에서 석탄가루 같은 밤을
하얗게 지세우며 푸르스름한 새벽을 달려가는 민들레꽃 철도원들,
그 쌉싸름한 땀방울의 행진에 동참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뜬금 없는 소식에도 언제나 변함 없이 반겨주던 청량산 벗들,어느
봄날에 만난 봉화문학 회원 님들, 빠듯한 일상들을 닦으며 멀리
달아나지 않고 기꺼이 살아주는 백년지기 아내, 아내에게 힘이
되어주는 영주 누님, 그리고 알게 모르게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부족한 제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시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질펀한 좌판 위에 엎드린
채, 싱싱한 삶을 시처럼 길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김철향(본명:金滿年)/경북 봉화 출생
◈방송대국문과 졸업/동국대 예술대학원 재학중
◈2003년 수필<상사화는 피고지고/月刊文學에 발표-등단>
◈2004년 詩<겨울,수색역에서/月刊文學에 발표-등단>
◈2003년 제6회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최우수상(국무총리상)
◈2004년 제7회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우수상(행자부장관상)
◈2004년 제25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대통령상수상(詩)
◈공동수상집<겨울,수색역에서>외 4권
◈한국철도 기관사/시인.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심사총평
-뜨거운 체험과 문학열정-
(시, 소설, 희곡, 수필, 꽁트 심사를 마치고)
올해도 근로자문화예술제(1496편응모)에서 보여준 문학부문
공모 작품들의 뜨거운 체험과 문학 열정의 우수성은 기대 이상
이었다. 시, 단편소설. 수필. 희곡. 콩트 별로 나눈 본선 심사위
원은 모두 4명이다.
시에는 金昌完, 소설. 수필에는 吳仁文, 희곡. 콩트에는 金永武
제씨, 그리고 심사 위원장엔 필자 (申世薰)가 당연직으로 맡게
됐다. 왜냐하면 文協과 공동 주관하는 공모 행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심. 본심 심사 위원 역시 문협 임원들이 돌아가며 하게
돼 있다. 아쉬운 점은, 응모 작품이 다양한 데 비해 소설. 수필을
소설가 한 사람이 본선심사를 해야 되고, 희곡. 콩트 역시 극작가
한 사람이 봐야 하는 애로가 있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주최측
의 결정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부문 별 본선 위
원이 따로따로 나누어 심사를 맡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시와 희곡. 수필 쪽은 당선작이 나왔으나, 소설은 좋은 작
품을 낸 사람이 근로자가 아니라서, '月刊文學' 에 실릴 만한 작품
을 내지 못했다.콩트 수상작은 문단 등단이 못되기 때문에 규정에
의해 '月刊文學' 에 게재하지 못한다. 시. 희곡. 수필 쪽의 최우수
작품만 文協 기관지에 소개하고, 당선자 예우를 하게 된다.
당선작을 낸 시부 심사평(김昌完)은 '시인은 삶을 이해하는 기술
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말을 아끼고 다듬어 가며 생활의 아름다움
을 찾아 줄 것을 당부했다.
소설과 수필 심사를 맡은 분(吳仁文)은 '체험 발효된 글이 특히 돋
보인다' 면서, 수필 '영혼 재활용'(권병진)을 당선으로 예우했다.
희곡 최우수 당선으로 올린 '첫눈 나리는 날' 은 김영무 심사위원
말을 빌면 '연극적인 재미를 계산할 줄 아는 능력을 인정해 주고 싶
었다' 면서 그 우수성을 확인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인기 있는 '근로자문학제'가 작년부터 文協과 공동
주관으로 문학부문 공모작을 같이 뽑았다는 것은 문단을 위해 획기적
인 일이다. 전국 규모인 만큼 그 수준 또한 해마다 높았으나, 올해는
특히 공동 주관이라서 그런지 실력 면에서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
였다. 더 뜨거운 축하를 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심사위원장 申世薰(시인.문협이사장)-4337(2004). 6.15.'自由文學'에서
☆^^기 차 와 문 학 의 쉼 터 ◈민 들 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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