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들과 함께 살려면 바닷속으로 깊이 내려가야 해. 너무 깊어 푸른 빛조차 없는 곳까지. 하늘은 희미한 추억에 불과하지.’
지중해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잠수기록에 도전하는 사나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그랑블루’에서 주인공 자크의 대사다. 아름다운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영화 속의 바다는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운 곳이다. 차고 푸른 바닷속은 전인미답의 원시림이자 동화 속의 배경처럼 아름답다.
지중해의 바닷속과는 달리 우리네 바닷속에는 용왕님이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별주부전’을 각색한 동화 ‘토끼의 간’을 읽으면서 나는 궁금했다. 토끼가 숨겨놓았다는 간보다는 토끼가 어떻게 거북이 등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용왕님은 어떻게 그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토끼가 물안경과 산소통을 메고 들어갔을 거라고 얘기할 것이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물고기처럼 유영하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매혹적인 레포츠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국내 동호인 10만여명.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레포츠라고 할 수 없지만 최근들어 동호인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 앞바다에서 필리핀까지 아름다운 바닷속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들의 얘기도 취재했다. 전문 스쿠버들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 레포츠라고 강조했다.
5월부터는 바다가 투명해지면서 스킨스쿠버들을 미치게 하는 계절이 시작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의 세계부터 들여다보자. 상상 속에서 만나는 바다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은가.
〈글 오광수 주말팀장 oks@kyunghyang.com〉
공기통 메고 풍덩!바다가 내 품에
수중세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는 곳이다. 바로 눈앞에서 날으듯이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머리를 풀어헤치고 물결 따라 춤추는 해조류들. 모든 것들이 두둥실 떠가는 코발트 빛 무중력 세상. 지느러미가 아닌 두 발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전혀 새로운 세상 일 수밖에 없다.
날이 더워질수록 물가가 그리워지는 법. 올해엔 조금 욕심을 내서 공기통을 메고 아예 물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이보다 더 시원하고 더 짜릿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바다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가 스쿠버 다이빙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스쿠버 다이빙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해 봤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란?
스킨 다이빙(스노클 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의 복합어다. 스킨 다이빙은 수경, 숨대롱(스노클), 오리발 등 기본장비만 착용해 수면을 떠다니거나 깊이 5m 내외의 수중을 탐사하는 것이다. 반면 스쿠버 다이빙은 기본 장비 외에 공기통(산소통 아님), 자동조절 호흡기 등을 착용해 수심 30m 내외까지 들어갈 수 있다. 보통 스킨 다이빙으로 기초를 쌓은 다음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하는 것이 정석이다.
스쿠버 다이빙의 시초는 명확지 않다. 1943년 프랑스 해군장교 쿠스토(Cousteau)와 엔지니어 가냥(Gagnan)이 자체장비를 이용해 수중탐사를 한 것을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엔 53년 미 해군을 통해 군사목적으로 처음 들어왔다. 70년대부터 장비 안전성은 높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지면서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 동호인 수가 10만명이 넘는다.
일반인들은 ‘수영도 못하는데 잠수는 어떻게 하냐’는 생각에 스쿠버 다이빙을 겁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꼭 수영을 잘 해야만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수복 자체가 얇게 압축된 스펀지 같은 성질이어서 저절로 떠오르는 힘을 가진다. 잠수 중에는 호흡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하다. 다만 수영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중급과정으로 넘어가는 게 어려운 편이다.
또한 사고에 대한 걱정이 초보자들의 발목을 잡는 게 사실.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바다는 물론이고 수영장에서도 항상 2명 이상이 함께 잠수를 한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안전수칙을 잘 지킨다면 사고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 교육
생명과 직결된 레저인 만큼 ‘제대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교육업체들에서 옥석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강사 자격증(PADI, SSI, CMAS)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자격증인지 수료증인지 확인하는 꼼꼼함도 필요하다. 업체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가도 관심있게 봐야 한다. 4계절 내내 다이빙을 하는지, 전문 투어를 자주 다니는지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강습비가 터무니없이 저렴하거나 장비 구입을 하면 무료 강습을 해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처음 교육을 받으면 간단한 이론교육 후 물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는 것이 선행된다. 수중 호흡법, 수경에 찬 물을 빼는 법, 숨대롱 사용법 등을 배운 뒤 공기통을 메고 입수하게 된다. 초급 자격증(Open Water)을 따려면 보통 실기교육(2시간) 4회, 이론교육 2회, 그리고 이틀간의 해양실습을 거쳐야 한다. 실내교육의 경우 1주일 정도면 마스터할 수 있고 장비렌탈비를 포함해 강습비는 30만원 선이다. 해양실습비는 하루 15만원선. 교육기관마다 저녁반, 주말반이 활성화돼 있어 직장인들도 시간을 맞추기 어렵지 않다.
스쿠버 다이빙 장비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처음엔 렌탈을 하다가 숨대롱, 잠수복 순으로 하나씩 장만하는 게 좋다. 잠수복의 경우 30만원대부터 시작해 1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재미 만점, 건강 만점 스쿠버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은 끝없는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 꾸준한 잠수기술 습득과 실전 연습을 통해 초·중·상급의 단계별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다양한 잠수환경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즐거운 고민이다. 난파선 다이빙, 야간 다이빙, 탁류 다이빙, 아이스 다이빙 등 골라 잠수하는 재미가 있다.
스쿠버 다이빙은 운동효과가 탁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당한 수압을 받는 수중에선 자연적으로 전신 마사지 효과를 볼 수 있다. 1시간에 1,000cal가량이 소모되는 유산소운동이기에 몸매 관리에 제격이기도 하다. 특히 지속적으로 다리를 지쳐야 하기 때문에 다리 군살을 빼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바닷속 운동인 만큼 심폐기능도 덩달아 발달한다. 반면 밀실공포증이 있거나 당뇨, 폐결핵, 중이염을 앓고 있다면 잠수를 피하는 게 좋다. 〈도움말 : 산호수중 윤상필 대표〉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고성 앞바다·매물도·제주도 빼어난 풍광
스쿠버 다이빙은 흔히 여름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는 건식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는 아이스다이빙도 있고 가까운 동남아로 떠나는 겨울철 다이빙 투어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스쿠버 다이빙 명소들을 소개한다. 언젠가 푸른 바다에 직접 몸을 맡길 그날을 상상하며 지면으로 나마 여행을 떠나보자.
▲국내
강원도 고성군 앞 바다는 1년 내내 시야가 좋기로 유명하다. 넓은 암석 지대로 펼쳐진 수중 지형 위에 말미잘, 홍산호, 해송, 부채산호 등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빼어난 수중 풍경 때문에 다이버들 사이에서 ‘바닷속의 설악산’으로 통한다. 문어, 멍게, 해삼, 전복, 방어떼 등 수중 생물들도 다이버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이면 다이버들의 영원한 고향 격인 매물도에 다다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된 곳이다. 매물도 본섬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커다란 ‘스쿠버 다이빙 공원’을 형성하고 있다.
‘독립문’으로 불리는 커다란 수중 아치 2개가 유명하다. 우럭, 돌돔, 자리돔 등 종류를 다 헤아리기 힘든 어종을 보는 것도 한 재미다. 맑은 물에 볼거리가 가득해 수중 카메라로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된다.
제주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다이버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국제적인 스쿠버 다이빙 장소다. 작은 기암 괴석과 투명한 바다는 특히 유명한데 문섬, 숲섬, 범선, 지귀도에서의 수중 아치 다이빙은 다이버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해외
보통 3박4일 일정으로 짧게 다녀올 수 있게 지리적으로 가까운 괌, 사이판, 말레이시아의 라양라양, 팔라우 등이 인기다.
사이판은 수온이 27도 정도로 따뜻하고 시야가 맑아 초보자가 다이빙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침몰한 배들을 살펴볼 수 있는 난파선 다이빙으로 특화된 지역이다. 절벽처럼 떨어지는 드롭오프 지점, 수중 동굴 등은 중급 이상 다이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보르네오 인근에 위치한 시파단섬은 깎아지를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서 흡사 섬 전체가 커다란 전봇대 같다. 입수하자마자 펼쳐지는 수중 절벽은 끝이 아득하다. 시파단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거물급’ 수중 생물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수족관이다. 귀상어, 거북이 등의 귀한 손님들과 함께하는 환상적인 유영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2인1조 다이빙 원칙…장비만 1백만원대
Q 콘택트렌즈를 끼고도 할 수 있나.
A 마스크가 물이 눈에 닿는 것을 막아주므로 렌즈를 끼고도 다이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이 들어올 경우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도수부착 물안경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Q 잠수복 속에 수영복을 꼭 입어야 되나.
A 입어도 되고 입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편리한 대로 하면 된다.
Q 기초 교육을 이수하면 혼자서 자유롭게 다이빙을 하러 다닐 수 있나.
A 수십년 경험을 가진 다이빙 전문가라도 항상 버디(buddy, 상대방)와 함께 한쌍으로 다이빙을 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안전을 위한 것이며, 혼자 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같이 즐기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Q 바닷속에서 해파리 등의 공격을 받으면 위험하지 않나.
A 수중생물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지닌 것들도 있지만 외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람이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닷속 생물을 마주치면 그 자리에 정지해 관찰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Q 스킨스쿠버 장비는 비싸지 않나.
A 괜찮은 품질의 장비를 갖추는 데 1백50만원 정도가 든다. 저렴한 것은 1백만원 정도다.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용기간에 비하면 아주 비싼 편은 아니다.
〈임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