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훈화(월31-2월5일)루르드의 메세지-첫번째 발현(1858년 2월 11일. 목요일) : 벨라뎃다의 설명
벨라뎃다가 시냇물을 건너가기 위해 양말을 벗으려고 고개를 숙였을 때, 갑자기 '폭풍우 같은 바람 소리 (벨라뎃다의 표현을 그대로빌어온 곳이다)'가 들려 왔다. 벨라뎃다는 문득 고개를 들고 포플라가 우거진 가브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변의 나뭇가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나무 잎사귀들은 죽은 듯이 고요한 정적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벨라뎃다가 착각을 일으켰나 보다 생각하고 다시 물속에 들어가려고 발을 막 집어넣으려고 할 때였다. 또다시 조금 전의 거대한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들려 왔다. 벨라뎃다는 얼른 고개를 들고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서로 엉클어진 채 넝쿨을 뻗치고 있는 장미 덩굴과 나무 딸기 줄기가 여전히 바위를 뒤덮고 있는 정경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곧 흰옷을 입은 한 소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소녀는 키가 나보다 더 큰 것 같지 않았어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는 듯하더니 팔을 조금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내민 팔의 손을 활짝 폈습니다. 오른쪽 팔에는 묵주를 걸고 있었습니다. 나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서 동생과 친구를 부르려고 했으나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꾸 내 눈을 비벼서 이 환상을 얼른 물리치려고 애썼습니다.
소녀가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나더러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무엇을 보고 놀라서 무서워하던 느낌과는 아주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곳에 그렇게 얼마든지 오래 마주 서서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그곳을 도망쳤을 것입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묵주를 꺼냈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성호를 긋기 위하여 손을 이마로 가져갔으나, 왠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소녀가 나를 향해 서서 큰 묵주를 손에 들고 성호를 그었습니다. 그것을 보자 내 손도 움직여지면서 성호를 그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묵주 기도를 드렸습니다. 소녀는 묵주알을 손가락으로 넘겼으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묵주기도를 바치는 동안 할 수 있는 한 그녀를 살펴보았습니다.
소녀는 발끝까지 내려온 흰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발끝만 조금 보였고, 목에는 끈이 달린 레이스를 두르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어깨와 팔까지 덮은 베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발끝에는 노란 장미꽃이 있었고, 허리에는 무릎까지 내려뜨린 하늘색 띠를 매고 있었습니다. 묵주의 줄은 노란색인데 묵주 알은 하얗고 커다랬습니다. 소녀는 아주 예쁘고 쾌활해 보였으며, 소녀의 둘레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가 묵주 기도를 마치자 소녀는 내게 웃음을 담뿍 담아 보내며 머리를 약간 숙이며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굴속으로 몇 발자국 뒷걸음치더니 갑자기 사려졌습니다.
(그후 소녀는 벨라뎃다에게 열일곱 번이나 더 나타났다. 언제나 처음과 같은 모습이었다. 소녀는 벨라뎃다가 확실하게 느껴서 알 정도로 호의적이고 친절하게 대했다. 벨라뎃다는 처음 얼마 동안은 그녀를 '저기 서 계신 분'이라거나 '소녀', 혹은 '어린 숙녀'라고 불렀으나 이러한 표현들은 아무래도 공손하지 않았으므로 곧 부인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