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6일 불날
날씨: 쌀쌀한 기운이 가득하다. 바람은 옷깃을 여미며 걷게 만들정도. 바람이 차고 비가 줄곧 오니 마당에 한 번 나가기가 쉽지 않다. 다만 비 오는데 순돌이가 걱정되어 마른 상자를 찾아 순돌이에게 지붕삼아 씌워줬다. 순돌이에게 편안한 보금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서준, 지우, 소연이가 맨 처음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자마자 셋이서 목청껏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가만 들어보니. "어젯밤에요, 완전 추웠어요. 아파트 관리해주는 아저씨가 막 방송을 했어요.", "과천, 평촌 지역에 보일러?가 멈추어 난방이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우네랑 소연서준이네에 어젯밤 보일러가 되지 않았나보다. 차가운 물에 씻지도 못하고 어머니가 가스불에 데워준 물로 씻고 이불을 두껍게 돌돌돌 말고 잤단다. 오늘 아침에서야 따뜻한 물이 나왔다고. 다들 뭔가 아주 큰일이 난듯이 흥분한 상태로 학교에 왔다. 어젯밤엔 비바람이 줄곧했는데 꽤 추웠겠다.
서준이네 특이한 일도 있고 해서 아침열기에 푸른샘과 지난 밤, 또는 아침에 있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서준이는 보일러가 멈춰 따뜻한 물과 난방이 안된 이야기, 현서는 분명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가방을 메고 나왔는데 학교에 들어오니 가방이 없었다는 이야기, 규태는 어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데 갑자기 남태령에서 전깃불이 다 꺼지고 열차가 멈췄다는 이야기, 한주는 집에 외계인이 찾아와 짱구와 짱아와 있었던 이야기, 지안이는 어제 오후 아버지가 시장에 가시고 동생 민혁이랑 둘만 있다가 집에 언니가 들어온거였는데 민혁이가 아버지가 오신줄 알고 뛰어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두들 자기한테 일어난 일인것처럼 서로의 이야기에 푹 빠져 깜짝 놀라기도 하고 왜 그런일이 생겼을까 잠깐 고민도 해봤다.
잠깐 쉬었다 아침공부로 주마다 하나씩 배우게되는 시를 따라 써보기로 했다. 민철어머니가 주신 두꺼운 종이에 글씨도 쓰고 시에 알맞은 그림도 그렸다. 3월 달력도 만들었는데 언니, 오빠들이 만들어놓은 걸 많이 봤는지 아주 잘 했다. 규태, 서준, 한주는 달력은 만들기 싫다고 해 다음에 하기로 했지만. ㅋㅋ
꽤 멋진 작품들이 나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낮공부는 푸른샘 아이들과 소마큐브를 만들었다. 원래 텃밭 일놀이 하는 날인데 비가 와서 형들은 맑은샘회의를 하고 푸른샘은 아직 적응하는 때라 다른 활동을 했다. 27개씩 나무 조각을 꺼내고 3~4개 조각씩 이어붙여 일곱개 형태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이거 하지 말고 밖에 나가 놀아요." 하던 서준이도 몇 조각 만들더니 "이것도 재밌네요. 재밌어요."한다. 만든 일곱 조각으로 그림을 보여주며 정육면체로 끼워맞춰보라했다. 몇 번 고민하더니 "못하겠어요. 선생님이 해주세요."한다. 나도 잘 모른다고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하며 이리저리 끼워맞추니 두, 세번 만에 정육면체가 만들어졌다. 갑자기 아이들이 완성된 정육면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곤 이리저리 돌려보고 윗부분 조각을 들어냈다. 그러곤 그 상태 그래도 멈추더니. 자기 조각으로 똑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걸 맞출수 있나는 표정으로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자꾸 보면서 맞춰본다. 급기야 한주는 그 모양 그대로 맞춰가며 풀로 다 붙여버렸다. 하하하하하. 그걸 붙이리라곤 생각못했던 난 한참을 웃었다. 규태는 가장 먼저 일곱 조각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나무 조각이 부족하다며 더 가져갔다. 뭘하나 봤더니 일곱개 조각은 두고 완성된 정육면체 형태를 하나씩하나씩 붙여가며 만드는 것 아닌가!!! 아!! 이것도 난 생각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소마큐브 만들면서 이런 멋진 모습들을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우리 아이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다!!!
첫댓글 현서의 가방은 쇼파에 얌전히 있었답니다 ㅋ ㅋ
저랑 아이가 아직도 오빠 학교에 가는 기분인가봐요 ^0^
하하하.. 오늘도 현서 가방은 수난을 당했어요. 아침나절 걸어오다 신호등에서 넘어졌는데 윽.. 어제 비온 뒷끝이라 질퍽한 흙들이 가방에 잔뜩 묻었지요. 그래도 현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냥 씩씩하게 걸어갔어요.^^
1학년 아이들이 글씨도 잘쓰고 그림도 잘 그리네요.. ^^ 놀랍다.. 기대된다.. ^^
아, 정말 멋지네요. 아이들 솜씨도 솜씨지만 김선생님의 글과 사진... 넘 감사드립니다^^
1학년 아이들만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섯 아이들 모두 개성이 뚜렸한 것 같습니다.
지안이는 역시 차분함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이네요.
규태의 그림솜씨도 예사롭지 않군요.
현서의 색깔 감각도 남다르고요.
한주와 서준이는 파충류-용(?)과 뱀-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