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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발렌타인의 기타리스트 지환이 현재 엔도서로 있는
스위스에서 건너온 혁신적인 핸드메이드 기타 렐리쉬 기타(Relish guitar)의 리뷰글 입니다.
출처 : 렐리쉬 기타 코리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lis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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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리쉬(Relish) 기타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건 자주 드나들던 악기 관련 커뮤니티에서였습니다. 악기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더 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났지만, ‘주류’ 브랜드들 및 인기모델들에 비해서 새로운 브랜드와 새로운 스타일의 모델들이 시장 내에서 또 하나의 주류로 자리 잡을 만큼의 큰 파장은 아직까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렐리쉬 기타의 스펙과 디자인, 그리고 ‘스위스(Switzerland)’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매우 신선했고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인연들과 기회가 닿아서 렐리쉬 기타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지금까지도 굉장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쉽지 않은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일렉트릭 기타의 ‘전통’ 및 ‘표준’을 담당하고 있는 모델들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으며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와 모델들은 시작하면서부터 갈림길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사운드와 디자인, 심지어 가격대까지 최대한 전통과 표준을 ‘재현’해 낼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파격’적인 시도로 새롭게 접근할 것인가. 이 두 갈래의 선택지는 모두 큰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의 재현은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이질감 없이 접근이 가능하고 또 다양한 음악에 무리 없이 널리 쓰일 수 있지만, 결국엔 ‘답습’이라는 멍에를 벗어내기가 매우 어려우며, 전통적인 사운드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대안’이상의 존재감을 가지기는 그 보다 더욱 어렵게 됩니다. 반면에 완전히 전통과 거리를 두고 시작하는 파격적인 악기는, 첫 등장에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선입견’이라고 하는 멍에도 같이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미 전통적인 스타일의 악기들이 지금 현재의 음악들과 그 역사를 같이 해왔기 때문에, 활용될 수 있는 음악의 폭에도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만큼 그 악기가 지닌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인지도’에서도 그렇고 소위 말하는 ’가성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게다가 파격과 혁신에 그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되려 부담으로 작용하여 악기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진 개발을 이뤄나간다는 것이 어려워 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단언컨대 렐리쉬 기타는 그 가운데에서의 중심을 정말 정확하게 잡았고, 새로운 정체성과 퀄리티 모두 완벽하게 끌어낸 일렉트릭 기타입니다.
제가 현재 3달 정도 사용하고 있는 렐리쉬의 모델은 ‘마린 우드 메리(Marine Wood Mary)'입니다. 전면과 후면의 바디 사이에 엘더(Alder)로 되어 있는 프레임이 있는 형태이고(참고로 렐리쉬의 ’메리‘ 모델은 제가 사용하고 있는 ’우드 메리‘ 모델과 중심 프레임이 알루미늄(Aluminium)재질로 만들어진 ’알루미늄 메리‘ 이렇게 두 가지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프레임을 중심으로 공간들이 마치 챔버바디(Chamber body) 기타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후면 바디는 자석으로 탈,부착 가능합니다. 바디의 컬러는 역설적이게도 ’따뜻한‘ 느낌을 품은 바다색입니다. 악기를 처음 접했을 때 사진으로 보던 느낌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 이 색깔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다른 악기에서는 본 적 없는, 하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색깔이 마치 이 기타의 사운드를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디의 색깔과 같은 색깔로 마무리된 매칭 헤드와 페인팅이 아닌 메탈재질로 표현된 로고도 이 기타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줬습니다.
이 기타를 처음 플레이 했을 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부분이 넥(Neck)과 플랫보드(Fret-board)입니다. 넥은 메이플(Maple) 나무로 만들어진 생각보다 도톰한 넥이었습니다. 그리고 플랫보드에 쓰인 나무가 상당히 특이한데,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로즈우드(Rosewood)나 에보니(Ebony)가 아닌 다크 스트랜드 우븐 뱀부(Dark strand woven bamboo)라는, 즉 특수한 공정을 거친 ‘대나무’가 사용됐습니다.
렐리쉬에서는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대우림에서 벌목되는 나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재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먼저 렐리쉬 기타의 자연보호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자연보호의 의미를 덮어두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이 플랫보드를 평가하더라도, 이 목재의 플랫보드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플랫보드의 색깔은 로즈우드와 비슷한 짙고 어두운 갈색인데, 목재의 결에서 나오는 틈이 거의 없다시피한, 로즈우드보다 굉장히 촘촘하고 단단한 느낌의 플랫보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비슷한 느낌의 기존 목재로는 마카사 에보니(Macassar ebony)를 꼽겠습니다. 평소 로즈우드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은 에보니 플랫보드를 선호했었기 때문에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기존 마카사 에보니와는 또 색다른 느낌의 연주감과 반응성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고 메리트 있는 부분입니다.
플랫은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 사용되었는데, 이 악기의 넥과 플랫보드와 정말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벤딩(Bending) 및 슬라이딩(Sliding)과 같은 주법을 연주할 때 너무나 쾌적한 느낌을 받았고, 이 악기의 사운드 곳곳에 배어나오는 청량한 소리에도 한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테인리스 플랫이니 당연히 리플랫(Re-fret)과 플랫 드레싱(Fret-dressing)의 부담에서 훨씬 자유롭다는 점 역시 장점입니다.
넥과 플랫보드와 플랫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마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꽤나 고가의 기타에서도 플랫마감이 실망스러운 경우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 악기의 마감상태는 정말 연주하면서 기분이 좋아질 만큼 훌륭했습니다. 렐리쉬 기타가 자신 있게 걸어놓은 슬로건들 속에 'Swiss Made'라는 문구를 봤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넥에서 그 문구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정성들여서 꼼꼼하게 마무리된 악기는 연주자도 춤추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메이플 넥의 피니쉬가 세미 매트 피니쉬(Semi-matt finish)로 되어있는데, 일반적인 매트 피니쉬와 일반 글로스(Gloss) 피니쉬의 중간 정도의 느낌입니다. 이 방식은 평소 매트 피니쉬를 그리 선호하지 않았던 저도 자꾸만 넥을 만져보게 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디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면부와 후면부, 그리고 중심 프레임이 결합된 샌드위치 컨스트럭션(Sandwich construction)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후면 바디는 산업용 고무 링 자석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방식인데, 렐리쉬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마치 피아노의 내부 사운드 보드와 유사한 증가 공명을 생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렐리쉬 기타에서는 여태까지 다른 어느 일렉트릭 기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울림의 소리가 나옵니다. 솔리드 바디(Solid body), 할로우/세미-할로우 바디(Hollow/Semi-hollow body), 챔버 바디(Chamber body) 등 어느 스타일의 바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렐리쉬 기타만의 울림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이 소리가 너무나 특이해서 특정 장르에서만 유용하고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굉장히 맑고 또렷한 고음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특유의 울림에서 이어져 나오는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저음을 가지고 있어서 재즈(Jazz)나 블루스(Blues)는 물론 록(Rock), 컨트리(Country)나 심지어 펑키(Funky)한 음악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사운드를 자아냅니다. 특히 클린 톤(Clean tone)에서 마치 종소리와 같은 그 느낌이 연주하면 연주할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렐리쉬 기타의 재미있는 점은, 이 후면 바디를 장착했을 때와 제거했을 때의 사운드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렐리쉬 기타만의 그 울림을 잘 표현해 주는 쪽은 후면 바디를 장착했을 때고, 후면 바디를 제거하면 조금 더 타이트한, 솔리드 바디 기타에 가까운 사운드가 나옵니다. 이런 렐리쉬 기타의 특징은 레코딩(Recording)시에 다양한 사운드를 사용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픽업(Pickup)입니다. 렐리쉬버커 XV(Relish bucker XV)라고 하는 자체 험버커 픽업이 장착되어 있는데, 제가 들어본 험버커 픽업(Humbucker pickup)중에서 가장 고음역대를 일그러짐이나 왜곡 없이 또렷하게 표현하면서 맑은 클린 사운드를 내어줬습니다. 그리고 리어 픽업(Rear pickup)과 프론트 픽업(Front pickup)간의 사운드가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납니다. 리어는 굉장히 타이트한 느낌의 중음과 톡톡 쏠 정도로 많은 고음을 가지고 있고, 프론트는 상당히 부드럽고 따뜻한 톤을 내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두 개의 픽업을 같이 사용하는 미틀 포지션(Middle position)에서의 사운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렐리쉬 기타의 특색을 가장 많이 보여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클린사운드에 감탄하고 나서, 드라이브 채널(Drive channel)로 변경할 때 까지만 해도 드라이브 사운드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픽업이 클린에서 들어봤을 때 드라이브를 강하게 소화할 만한 고출력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드라이브 채널로 변경하고 처음 연주를 하자마자 그 생각은 바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추가로 전력을 사용하는 액티브 픽업(Active pickup)들 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사나우면서도 힘이 있고, 많은 게인량을 받아들이면서 심지어 노이즈도 굉장히 적은 강력한 드라이브 톤이 나왔기 때문이죠. 클린에서의 맑은 느낌은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거칠고 터프한 사운드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린에서의 느낌과 드라이브에서의 느낌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기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드라이브를 많이 받는 느낌이 아니라, 강한 드라이브에서도 펀치감이 살아있는 느낌에 리드미컬한 곡들을 치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거기에서 볼륨노브를 줄여서 자연스럽게 크런치(Crunch) 사운드를 만들어 보니, 고음역대의 손실 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볼륨값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어든 게인이 매우 훌륭한 크런치 사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중/고음에서 뭔가 쫀득쫀득한 질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필요치 않은 소리들은 뚝 끊어 내 주는 느낌의 크런치 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렐리쉬의 크런치 사운드는, 빈티지(Vintage)한 블루스나 펑키 혹은 하드록 음악에 '일반적'이지 않은 메리트를 가진 사운드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펀치감은 살아있으면서, 터치에는 굉장히 민감한 크런치 사운드는 계속해서 연주하고 싶게 만드는 톤 이었습니다.
다시 볼륨을 올려서 풀-게인(Full-gain) 사운드를 만들어 솔로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오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두 개의 험버커 픽업을 사용하는 방식의 기타들 중 대표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델들 못지않게 밀어주는 힘과 서스테인(Sustain)이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렐리쉬만의 그 맑은 느낌이 그 위에 얹어져서 정말 유니크(Unique)한 솔로 사운드가 나왔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녹음했었던 곡들을 다시 연주해보니, 전에 녹음했던 기타들의 사운드적인 역할은 충분히 다 해주면서 그 위에 새로운 색깔들을 하나씩 얹어 주는 사운드가 나왔습니다. 클린 톤에서의 톡톡 튀는 느낌의 고음이 여전히 활개치는 듯한 느낌의 리어 픽업 사운드와 고급스럽게 모아져서 울리는 프론트 픽업의 사운드는 둘 다 자꾸 솔로 플레이를 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운드들을 테스트 해 보면서, 렐리쉬 기타의 하드웨어(Hardware)적인 부분에서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세팅을 충분히 하지 않고 연주를 했을 때에도 쾌적한 피치(Pitch)는 꼼꼼히 세팅을 받았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쾌적하게 맞아 들어가는 피치는 렐리쉬 기타의 그 쾌적한 사운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또한 노이즈 없이 원활하게 악기의 전체 사운드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픽업 셀렉터(Pickup selector)와 볼륨/톤 노브(Volume/tone Knobs)는 연주자로 하여금 잘 준비된 악기를 연주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 줍니다. 바디의 울림과 픽업의 사운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장착된 에머슨 캐퍼시터(Emerson capacitor)역시 연주자에 대한 작은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렉트릭 기타 시장에는 이미, 많은 연주자들이 꿈꿔오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들과 모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악기들의 성능과 사운드는 이미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검증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역설하자면 그러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쩌면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전설적인 사운드를 너무나도 많이 만들어 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방식의 브랜드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택하는 것 같아서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에는 뮤지션들은 다양한 악기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많은 악기들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악기들의 여러 장점들과 장점들을 겪게 되고, 그 안에서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방식의 악기가 연주자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부인할 수 없는 퀄리티(Quality) 일 것입니다. 렐리쉬는 그런 퀄리티에서 연주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다 한 브랜드입니다. 그 속에서 ‘렐리쉬’라는 브랜드, ‘메리’라는 모델만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매우 훌륭하게 찾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정체성 속에서도 어떠한 음악에도 활용 가능한 보편성과 유연성 및 가장 중요한 ‘충실한 기본’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태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사운드.
혁신 속에서도 놓치지 않은 퀼리티.
플레이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기타.
그것이 제가 렐리쉬 기타를 정의할 수 있는 말입니다.
만약 이 리뷰를 읽으시는 분들 중에 새 기타를 마련하려는 기타리스트가 있으시다면, 렐리쉬 기타를 테스트 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렇지 않다면 후일 정말 후회하실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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