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 더 빛나던 아버지
있는 듯 없는 듯
마주쳐도 말이 없어 더 숨죽이던 우리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어느 날 목말을 태워 보게 했던 세상
더 높고 더 넓은 미래를 향한 응원이었다
별이 쏟아지던 여름
마당 멍석 위에 누우면 모깃불을 지피고
겨울이면 밤사이 미끄럼틀과 썰매가 만들어져 있었다
방학숙제를 미뤄 장롱 위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던 날
세상 그 무엇보다 무서웠던 아버지
감기에 걸리면 나를 안아 이불속에 가두고
비 오는 날이면 만들어 주던 특식 짜장면
소주로 버거운 하루를 씻어내고
보름달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기울어지던
아버지 뒷모습이 떠오른다
표면의 온도 얼음 같았어도 뜨겁고 성실하게
모진 시간을 건너온 아버지
달보다 작고 주위 행성들을 흡수하지 못해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 아버지 모습이다
명왕성에 그려진 하얗고 커다란 마음을 보았다
자식 위해 가슴에 잉걸불을 품고
변함없이 궤도를 돌고 있다.
카페 게시글
▣ 회원 시 문학방
명왕성은 명왕성이다 / 신서영
이희국
추천 1
조회 15
24.01.23 06:2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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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명왕성
우리 아버지의
뒷 모습을 닮으셨지요
오래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