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에 쓰는 편지 (족보 이야기)
22살의 활짝 피어오르는 꽃 같은 청춘에 당신은 나를 만나 어느새 예순 여덟이 되었네요.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요. 그러니 이젠 어려운 짐들은 내려놓을 나이도 되었어요.
걸레질 두 번 할 것 한번만하고 김장도 50포기 하던 것 40.30 이렇게 내려놓읍시다.
나이가 이만큼 되니 밥공기도 줄고 한 번에 먹어 치우던 치킨 한 마리도 사흘이나 먹잖아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은 내려놓지 말기로 합시다. 아니지요 나는 부족하지만 당신은
사랑밖에 모르는 하강한 천사님이니 지금 살던 데로 그냥 살아가도 되겠네요.
당신의 최고의 수고와 사랑은 曹 씨 계보를 이어가려고 날개옷을 버리고 두레박도 싫다고
올라타지 않고 두 아들을 낳고 며느리를 얻은 것이지요. 우리부부가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 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자 하나님의 도우심과 당신 덕분입니다.
엊그제 형님과 동생둘이 창녕 조씨 생원공파 족보를 주려고 부부 동반하여 찾아 왔지요.
식사도하고 지난날 가족사 이야기로 꽃을 피우니 이 또한 행복이었습니다.
당신이 족보를 뒤적이며 우리 집안에는 어떤 조상들이 있나 뿌리를 찾아 볼 때 일흔에야
조금은 자세히 알게 된 족보를 나도 찾아보며 뿌듯했습니다.
“신라 진평왕이 제위 할 때 어느 여인이 아기를 낳았는데 겨드랑이에 글자가 새겨있어서
기이하게 여겨 왕에게 보였는데 아기의 성을 조라고 하사를 해서 시조가 조계룡 이라네.”
“진평왕이 오랫동안 아들을 낳지 못하자 딸을 왕으로 세웠는데 선덕 여왕이고 임금의
사위 부마는 조계룡으로 우리는 왕족 후손이야.”
“30대는 남명조식이 있는데 모든 벼슬을 마다하고 후학을 길러냈는데 후학 중엔
곽재우가 있어. 곽재우는 천석 군으로 의병들을 먹여 살리고 임진왜란에 싸울 때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는데 바다에는 이순신이라면 땅에서는 곽재우 이었다고 해.
그런데 모함으로 쫓겨나서 죽기 몇 년 전부터는 곡식을 먹지 않고 솔잎을 먹고 살다가
운명을 했다는데 조식의 훌륭한 가르침 때문이야.”
“남명은 사후에 왕이 정2품 벼슬을 하사했다네?”
나는 우리 시조부터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의 훌륭한 면면을 살피는 내내 나의 뿌리
만호공파 44대 손으로 부끄럼이 없게 살기를 바랬어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평안한 것은 당신의 힘이
아주 많이 컸던 덕분입니다.
우리부부가 살다가 사후에 왕으로부터 정2품 벼슬은 못 얻겠지만 살아있는 지금
내가 수고의 공을 모두 당신에게 돌립니다.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부끄러운 일
남기지 않고 건강 지키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행복 나무를 가꾸어 갑시다.
우리 항렬 43세는 규 기 재이고, 44세는 호 종 현 이고,45세는 해 영 영 이고,
46세는 목 재 근 이라는데 대를 이어 계보를 만들 때 아름다운 믿음의 계보도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2절
돌아갈 길 모르는 사람 내 곁을 맴돌아서
당신은 날아오른 기억도 흔적없이 지운
가련한 천사
그런 당신 보면 눈물이나 하늘 보네...
일흔에 목청이 좋지 않아 잘 부르지못하고
부르면 눈물이나 다 못 부르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