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성 칼럼](40) 제주 올레길 18코스(김만덕기념관~조천 만세동산 맞은편) 걷기
김만덕기념관~사라봉~별도봉 산책길~삼양해수욕장~닭모루~대섬~연북정~조천만세동산 맞은편
거리 및 시간: 17.1km, 5~6시간
“하차입니다”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김만덕기념관 앞에서 하차한다. 어제 17코스를 마쳤던 김만덕기념관에서 18코스 출발 인증을 하고 옆지기와 파이팅을 외치며 출발했다.
김만덕은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활동한 상인으로 제주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쌀을 가져와 제주 백성들을 구제했다고 합니다. 이 공로로 제주도민들은 그녀를 의인으로 부르고 기념관을 조성했다.
김만덕 객주촌을 지나면 주정공장 수용소 4.3역사관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시절 동양척식회사가 운영하던 큰 규모의 주정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해방 이후에도 4.3 당시 주정공장이 보유한 창고들이 민간인 수용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역사관으로 남아 있다.
길 왼편으로 보이는 제주항 연안여객선 터미널을 뒤로하고 사라봉으로 이어지는 옛 골목길인 칠머리길로 들어선다. 이곳을 걷다 보면 제주항과 제주 시내, 그리고 푸른 바다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칠머리당 터 비석을 만날 수 있고,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칠머리당영등굿은 어부와 해녀들이 해신에게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던 전통 의식으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원래 칠머리당이 있었던 건입포 칠머리에서 옛 주정공장 부지 조성으로 인해 터가 옮겨졌다.
올레길은 제주시의 시민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라봉 입구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조금 올라가니 일제 동굴 진지가 나오는데 붕괴의 위험이 있어 막아놓은 상태다.
사라봉 일제 동굴 진지는 일제강점기의 전쟁 관련 시설이다. 2006년 12월 4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306호로 지정되었다.
사라봉은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높이 148m의 오름이다. 모양은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다. 제주 시내에 위치하는 대표적인 오름으로서, 바로 옆으로 이어져 있는 별도봉과 더불어 오랫동안 제주 시민들의 공원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는 성산일출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손꼽힌다.
사라봉을 내려와 별도봉 장수산책로로 접어든다. 별도봉은 화북악이라고 부르는데 제주항과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름으로 화산 쇄설성(碎屑性) 퇴적암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생화산으로 화북일동의 동쪽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봉에서 북측 사면의 등성이가 바다 쪽으로 뻗은 벼랑이 있다. 벼랑 밑에는 고래굴과 애기업은돌이라 불리는 기암이 있다. 낮은 산이지만 해안 절벽을 끼고 조성된 약 1.8km 장수산책로가 있어 연인과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화북동 방면으로 걸어가니 잃어버린 마을인 곤을동마을이 나온다. 곤을동마을은 제주시 화북1동에 있는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화북천이 바다로 흐르는 곳에 있으며, 안곤을, 가운데곤을, 밧곤을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는데 1949년 1월 4일 불시에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결국은 잃어버린 마을이 된 제주 4·3의 상징적인 마을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해 보며 발길을 옮긴다.
길은 해상에서 접근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고, 신호를 보내던 중요한 통신수단인 별도연대를 지나서 삼양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삼양 검은모래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양 2동에 있는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여름철에는 검은 모래찜질(모살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양열에 의해 뜨거워진 모래 속에서 다리 어깨, 전신을 20~30분 찜질을 하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삼양동연합청년회에서는 2002년부터 여름철에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축제’를 열고 있다. 7월~8월에는 스쿠버 다이빙,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정자에서 한숨 쉬고, 삼양에서 신촌 가는 옛길을 따라 걷다 다시 닭모루(닭머르) 해안 길로 접어든다.
닭모루(닭머르)는 닭의 머리처럼 독특하게 생긴 바위에 붙여진 이름으로 바닷가에 툭 튀어나온 바위 모습이 닭이 흙을 걷어내고 들어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촌리에서 조천으로 이어지는 길은 철새들의 중요한 도래지이자 다양한 염생식물들이 자라는 곳으로 알려진 대섬을 지나 조천으로 들어선다. 길은 구불거리며 마을을 끼고 돌아 조천진성과 연북정에 도착한다.
조천진성의 북측은 해안에 접해 있고, 진성의 둘레는 128m이다. 남측 성벽 위에는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의 정을 사모한다는 연북정(戀北停)이 있다.
연북정(戀北亭)은 제주에 유배 온 선비들이 한양에서 올 기쁜 소식을 기대하며 북쪽에 계신 임금님에 대한 충정을 담은 정자이다. 이 정자가 세워져 있는 조천포구는 화북포와 함께 관원이나 도민들이 본토를 왕래하는 관문(關門)이었을 뿐만 아니라 순풍을 기다리며 머무는 휴식처이기도 했다.
어느덧 조천마을 길을 돌아 조천만세동산 맞은편 제주올레 안내소에 도착해 제주올레 18코스를 마치는 인증을 하고 여정을 끝낸다. 그러나 길은 끝나지 않는다. 발걸음마다 스며든 역사와 풍경, 사람들의 삶이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함께해 준 옆지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