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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목 환경변화와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에 대한 논평
유충근(통합사목연구소 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논평을 시작하기 전에 발제문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진지하고 치밀한 준비를 해주신 발제자께 경의를 표한다.
현재 우리들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모든 개인의 삶을 점점 더 시장에 종속시키고 있는 상황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세상의 복음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교회를 위협하며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교회는 시대상의 변천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쇄신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존속시켜 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큰 물결을 이루고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에서 시대적 징표를 읽어내고 교회가 어떻게 자기 쇄신을 이루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논평자는 발제자와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적 자세로 오늘의 주제를 접근하고자 한다.
발제문에 대한 이해 요약
먼저 발제문에 대한 논평자의 이해를 약술하겠다.
발제자는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변화 양상과 흐름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의 생활환경의 변화내용과 방향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개인주의화’, ‘전통적인 공동체 개념의 변화’, ‘다양화 사회’를 변화 양상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러한 양상들이 장차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면서, 한국 천주교회 역시 그 변화의 영향권 밖이 아님을 여러 다른 조사연구 분석 결과를 토대로 확인한다.
이러한 변화의 상황 속에서 ‘본당공동체가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본당공동체의 다양한 변화과정과 내용들이 암시하는 바를 읽어 그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하면서, 위 변화양상의 3가지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각각의 변화양상에 대한 본당의 비전과 실천방향을 풀어갔다.
논평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평을 시작하겠다.
1. 미래 사목환경 변화에 대한 논평
현대 기업경영에 있어 미래 예측은 이미 중요한 일상과제이다. 유례없이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사업의 미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잠재 위협과 기회에 선제 대응하려면 올바른 미래예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들이 미래에 관심을 두는 동기는 위협의 회피를 통한 생존전략이면서 이윤 추구의 극대화 욕구로부터 기인한다.
미래 예측 활동과 관련하여 발제자는, 우선 교회의 미래에 대한 개념을 여타의 다른 미래개념과 구별하며, ‘전복적 사건’으로서의 미래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교회가 미래를 예측하여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교회적 행위를 새롭게 규정하는 이유를 단순히 교회의 생존전략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특성으로 보았다. 또한 교회의 미래에 대한 관심의 동기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의 역동성과 전복적 힘을 통한 현실로부터의 회심으로부터 나와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교회의 미래에 대한 개념과 관심의 동기가 사회의 그것과 근원적으로 다르며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번 주제에 대한 작업의 방향성을 확고히 제시하였다. 논평자도 발제자의 이러한 신학적 성찰의 결과와 작업의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미래사회의 변화를 읽는 것은 현실 인식을 전제로 한 해석학적 모험이라는 점과 인간이 변화의 주체이며 동시에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교회의 사목적 과제는 무엇보다 변화 속의 인간에 대한 성찰과 관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은 마땅하다. 이렇게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현실인식과 해석학적 성찰의 결과를 ‘개인주의화’, ‘공동체 개념과 의식의 변화’, ‘다양화’라는 변화 양상의 3가지 핵심 개념으로 집약하였다. 동시에 현재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들을 각각의 핵심 개념에 연관하여 해석하였다.
논평자는 인간이 변화의 주체이며 동시에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점과 사목적 과제를 인간에 대한 성찰과 관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주목하면서 조직행동학자인 Magaret Wheatley들이 주장1)한 인생의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을 발췌 요약하여 인용한다.
“첫째는,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다. 따라서 자주적 결정이 존재의 뿌리이기 때문에 삶은 오직 동반자만 받아들이지 지배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 자유가 바로 모든 개인과 생물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각각 다른 해답을 갖게 하고, 지구촌을 무한한 변화로 가득 차게 해 준다.
둘째로, 개개인은 혼자서 생존할 수 없고 관계를 추구한다. 그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인간은 이 두 가지 필요성, 즉 자주적 결정의 욕구와 상호 접촉 욕구 때문에 공동체를 만든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그 두 가지 필요성 사이에 내재하는 고유한 역설을 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하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삶이란 두 가지 커다란 욕구가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가운데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의 공동체는 공동체의 건강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되고, 개인으로서의 우리는 자기 자신의 건강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우리의 이웃을 인정해야만 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이웃과의 관계욕구에 기초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이야기에서 시사되는 점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기본적 욕구로서의 ‘자유’와 ‘공동체 추구’가 다른 욕구들, 즉 자기보존(생존‧안전) 욕구, 자아실현 욕구 등과 어울려 발제자가 지적한 현대의 개인주의화와 다양성, 그리고 공동체 의식변화를 야기하는 근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분야의 전문가들과 신학자들이 함께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발제자도 밝힌 바와 같이 미래 사회 환경의 변화 예측은 간단한 것이 아니며 분야를 초월한 다차원적이고 통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연구 작업의 결과라도 이를 교회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에 대한 신학적 성찰 혹은 연구과정을 거쳐 복음적 가치와 세속적 가치를 식별하며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신학적 성찰 과정을 거쳐 발제자는, 개인주의화에서는 종교적 주체화의 긍정적인 점을, 사사화의 부정적인 점을 구별하면서, 이러한 양면성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분석을, 그리고 문화적, 종교적 다원화 상황 속에서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 실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식별과 성찰의 결과는 교회의 사목적 과제 설정과 이의 실행을 위한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많은 신학자들의 연구와 검증을 통하여 교회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결과가 되었으면 한다.
2. 본당의 비전과 실천적 운영 방향에 대한 논평
또한 발제자는 이미 언급한 변화의 주요 양상들의 내용과 방향을 고려하면서, 본당공동체가 세상 안에서 회심의 상징이 되고, 종말론적인 시간을 사는 공동체로서의 면모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시대의 징표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었고, 이미 발표하신 바와 같이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하였다.
이미 말씀하신 내용이기에 시간상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겠지만, 논평자는 발제자가 제안한 내용들이 논평자가 삶의 현장 즉, 가정과 이웃, 교회생활과 사회생활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대부분 망라하고 있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며 안도와 함께 희망을 갖는다. 또한 이러한 제안들이 변화하고자 하는 본당의 사목자들에게 변화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목현장에서는 아직도, 이것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지의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본당의 실정에 맞추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 때문에 원천적으로 변화 자체에 관심이 없어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따라서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은 ‘~의 진실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연구방법)보다는 ‘어떻게 ~을 하면 좋을까’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기획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오늘 주제 중 ‘미래사목환경의 변화’는 ‘사실이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의 문제로,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은 ‘어떻게 할 것인가’란 기획의 문제로 여겨지며, 이렇게 문제의 종류가 다르면 그 접근방법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별첨내용을 참고하라. (별첨 참고: 기획이론 중 인간의 목적행동과 그 접근방법에 관한 발췌 요약)
앞으로 이 문제는 교구의 전문 기획기능과 연구기능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현장사목을 지원하는 교구 각 부서는 물론, 본당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통합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하는 과제로 남는다.
발제자는 나가는 말에서 본당공동체의 제반 상황의 근본원인을 일차적으로 ‘본당사목의 개인주의화 또는 사사화 경향’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하였다. 하느님 백성 교회의 지체로서 공동참여와 공동책임의 의무를 갖고 있는 평신도에게도 그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성직자 중심의 교회운영에서는 발제자의 지적이 안타깝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반드시 극복해야할 한국교회의 과제라고 본다.
논평을 마치며
결과적으로 발제자는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어디서 출발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후속 연구와 과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던지고 있다. (①인간이 변화의 주체이며 동시에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현실문제들이 인간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본성>과 이를 올바로 식별하지 못하고 응답한 인간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연구. ②과학패러다임의 새로운 경향인 복잡계 패러다임2)을 수용하는 공동체 조직-시스템 연구)
이 기회에 앞으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하며 논평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교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러한 방법론은 대부분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지만 무조건 금기시하는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 틀을 복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지향(예: 성령과 함께 말씀이신 하느님을 향함)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둘째, 개별문제 대응형 방식보다는 비전추구형 방식의 교회운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다양하게 나타나는 개별적 문제는 ‘진정한 문제’3)가 아닐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즉시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교회의 비전으로부터 출발하여 ‘진정한 문제’를 발견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두 번째 제안한 내용과 연결된 내용인데, 본당의 전례, 성사, 신앙교육, 본당운영 전반에 걸쳐 무비판적으로 운영되는 전통적 방식에 대한 성찰과 함께 본당공동체의 비전을 향해 사목구조 및 운영과정이 동일한 맥락에서 일관성을 갖도록, 다시 말해, 다양성과 일치를 함께 추구하는 통합적인 사목방식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 논평을 마치면서, 끝가지 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 번 충실한 준비를 해주신 발제자께 경의를 표한다. 혹시라도 발제자의 연구 결과에 대해 왜곡된 평가를 하였다면, 논평자의 역량부족으로 보시고 양해 있으시길 바란다.
(별첨)
기획 이론 중 인간의 목적행동과 그 접근방법 발췌 요약
기획(계획‧실행) 이론에 따르면 생존본능에 수반되는 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의 행동은 목적을 갖고 있다. 인간의 목적행동은 5가지 종류로 대별4)할 수 있는데 각 종류의 목적행동마다 그에 적합한 접근방법(Process)이 있다.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종류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 데 알맞은 접근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구’는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법칙이나 원리를 확립하는 작업으로 ‘~의 진실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루는 활동이고, ‘기획’은 현상이 아니라 목적(또는 진정한 문제)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를 달성(또는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을 하면 좋을까’의 문제를 다루는 활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오늘의 주제는 종류가 다른 두 가지 문제이다. 즉, ‘미래사목환경변화’는 ‘연구의 문제’요,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은 ‘기획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미래사목환경변화 연구’는 ‘미래 사목환경의 진실(된 모습)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 기획’은 위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본당을 운영하면 좋을까’의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연구’의 접근방법과 ‘기획’의 접근방법은 매우 다르다. ‘연구’는 현상구조 → 분석 → 가설 → 검증 → 일반법칙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고, ‘기획’은 궁극목적 → 가치관 → 목표(마땅히 있어야 할 모습) → 계획 → 실시의 프로세스를 거친다.5)
1) 「미래의 공동체」제1장 공동체의 역설과 약속 Magaret J. Wheatley와 Mylon Kellner Rogers, p31-36
2) 이 패러다임은 개방체계적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도출된 것으로, 단일학과가 아닌 여러 학문 분야에서 분산적으로 발전, 형성되어 오고 있는 상태며 아직 일률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전통적 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체적론적 세계관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비평형이나, 요소들간의 관계 역시 선형적(線形的) 인과관계가 아닌 역동적 비선형 관계로 상정한다. 또 불균형 문제를 중시하면서 질서와 무질서를 동질이성적(同質異性的 - isomeric) 현상으로 파악한다.
3) 저자는 “‘주어진 문제’, ‘눈앞의 문제’는 결코 ‘진정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주장한다. ⌜경영혁신과 현상타파사고⌟ 히비노 쇼오조 저, 김승평 역, 1991, 한국능율협회 컨설팅 p68~71, p134
4) 연구의 문제, 기획·계획의 문제, 운영·관리의 문제, 학습의 문제, 평가의 문제 등 5가지 종류로 구분
5) ⌜경영혁신과 현상타파사고⌟ 히비노 쇼오조 저, 김승평 역, 1991,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p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