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박달나무

[청목/金永柱]

우리나라는 건국신화에 단군왕검이 박달나무 아래에서 신시를 열었다고 전해오기에 예로부터 박달나무를 신성시하여 온다. 단군(檀君)의 ‘단(檀)’도 박달나무라는 뜻으로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나무와 숲, 그리고 산천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왔기에 개국신화에서부터 알 수 있는데 천신(天神)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 무리 3천명을 거느리고 하늘에서 처음 내려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다 신시를 열고 환웅과 곰이 변한 웅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고 기록 되어있다. 여기에 나오는 신단수가 무슨 나무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박달나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신단수와 단군에 있는 ‘단(檀)’은 박달나무를 의미하기에 5천 년 전의 신화에 나오는 나무를 안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로 여겨지지만 박달나무가 많이 있었거나 가까이 있는 나무였을 것으로 추정을 할 뿐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왕검은 그 뒤 도읍을 아사달로 옮기고 1500년 동안이나 나라를 다스리다가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국조단군이 아사달에 조선을 세운 때는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하며 단군을 단군(檀君)으로 표기할 때는 박달나무와 관계가 있고, 단군(壇君)은 신단수(神壇樹)의 ‘단(壇)’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개국설화에 등장하는 신단수, 태백산, 웅녀 등의 이야기에서 우리 민족은 형성기 때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 온 민족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박달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 목질이 단단한 나무의 으뜸으로 알려져 오기에 이름을 듣기는 많이 해도 보기는 쉽지 않은 나무로 ‘울고 넘는 박달재’의 대중가요는 오래 전에 불리어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막연히 소문으로만 전해 오는 박달재에는 박달나무가 많을 것으로 여겨 찾아 나섰는데 천등산 박달재는 그게 아니었다. 박달재가 맞기는 한데 나무와의 연관은 전혀 아니었기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이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세상공부가 너무나 부족함에 웃어넘기며 혹시라도 하고 주변을 살피니 박달이라는 청년과 금봉이라는 처녀의 사랑이야기였기에 박달나무의 군락지를 생각하며 찾아간 박달재는 그리 허무한 마음이 되어 발걸음도 무겁게 제천을 향해 떠난 적이 있었다.

문경의 대야산을 찾아 휴양림을 이용하면서 탐방로를 돌았는데 여기 저기 박달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도깨비를 박살내는 나무라하여 ‘박살나무’로 부르다가 박달나무로 변천되었다는 설이 있는 박달은 자작나무 과에 속하는 낙엽수로 어린 나무들은 수피의 피목(皮目: 껍질눈)에 가로방향의 줄무늬와 흰색점이 있다. 그러나 오래된 노목들은 회갈색이며 수피는 큰 조각으로 벌어져 비늘처럼 떨어지기에 껍질로 나무를 찾을 시는 자칫하면 구분이 어렵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박달이라는 나무 이름을 갖는 경우를 보면 허물을 벗는 것처럼 수피가 너덜너덜하게 보이는 물박달나무, 나무의 질은 단단하지만 많이 자라지 못하여 목재로의 이용이 별로 쓸모가 없는 개박달나무, 열매가 원통처럼 아래로 늘어지는 까치박달나무, 배다른 형제의 연관도 없이 장미과에 속하는 가침박달나무, 상록수로 남쪽 섬에서만 자라는 박달목서는 물푸래나무과로 박달이라는 이름표를 얻은 경우로 보아 이들 나무의 공통성은 단단하기가 곧 기준이 되어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박달나무가 단단하기에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나무를 베기 위해 도끼로 내리 찍으면 오히려 도끼의 날이 부러질 정도로 단단하기에 ‘도끼날이 부러지는 자작나무’로 부르기도 했고, 물에 넣으면 거의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고 단단하여 홍두깨, 방망이, 이외에도 가구재, 조각재, 곤봉, 수레바퀴, 다듬이방망이 등의 생활용구로의 이용뿐만이 아니라 고조선 때부터 사냥용 활을 만드는데, 떡살판과 다식판, 머리빗을 만드는데도 이용되었다 한다. 이외에 정신적인 면에서도 박달나무가 숭배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의 치성과 기도를 들어주는 신비스런 능력의 보유로 여겨 숭배를 받아왔으며 도깨비를 쫓아내는 상상의 방망이도 박달나무였다.

도시는 물과, 흙과, 공기가 함께 오염되면서 우리들의 건강을 항상 위태롭게 한다. 나무와 숲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소중한 생명의 재산으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다시 여름 더위가 철도 잊은 채 몸을 땀으로 젖게 한다. 나무들은 먼지와 분진을 흡착하며 유해가스를 흡수, 공기를 정화시키기에 숲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재산으로 우리의 건강유지에 주는 긍정적 효과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삼림욕의 계절이 시작 된다. 도시의 답답함은 매연과 먼지, 부족한 나무, 아스팔트와 건축물의 복사열, 바람 길을 막은 고층 건물들로 인해 정신과 육체가 쉬 지치기에 나무와 숲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눈으로는 연녹색의 에너지를 나무로부터 전달 받으며 심신을 안정시켜 건강생활을 이루어 가야 하는 데는 숲을 찾는 것이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