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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일반 초등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질병과 학교부적응·신체장애 등을 이유로 '취학의무 유예' 처분을 내려 사실상 취학 거부를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초등학교 대부분에 적게는 한두 명에서 많게는 10여 명의 장애학생들이 다니고 있지만, 화장실과 열람실·작업대·접근로 등의 편의시설은 전무하거나 있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에는 상당한 불편을 주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장하)가 '진주지역 초등학교 편의시설과 장애 학생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나온 것이다. 사업회는 이번 조사를 위해 건축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아특별위원회'를 두고 지난해 6~7월 사이 특수학교인 진주혜광학교를 포함해 진주지역 22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장애인·노인·임산부의 편의 증진법에 관한 법률'에 의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시설물의 편의 정도를 조사·분석하는 방법을 썼으며, 교사와 학부모·학생 면접을 통해 실태를 알아보는 방법을 썼다. 초등학교 편의시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입학거부사례] 진주에서만 '취학의무 유예' 처분 2003년 302명
2003년도에 진주에서 '취학의무 유예' 처분을 받은 학생은 302명에 이르렀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질병 23명, 학교부적응 50명, 신체장애 19명, 정신장애 28명, 언어장애 24명, 유학 3명, 발육부진 155명 등이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금의 현실보다 아이의 미래나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특수학교보다는 일반학교를 더 선호하게 된다. 이 보고서에는 '통합교육을 원하는 경우 순탄하게 입학하기보다는 입학거부를 감당하거나 다른 방편으로 입학유예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사례를 보면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전학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수업을 거부 당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반신 마비지만 인지손상은 없는 지체장애 1급 김아무개(여. 8살)양은 2003년 2월 학군에 따라 B초교 취학통지서를 받고 해당학교를 찾아가 교사와 상담을 했다. 교사는 휠체어를 위한 시설이 없고, 한 학생을 위해 그런 시설을 할 수 없으며, 특수학교로 가야 한다며 돌아가라고 했다. 그의 부모는 C초교를 찾아갔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발달장애 3급 이아무개(남. 9살)군은 학군에 따라 2003년 3월 D초교에 입학하고자 했으나 학생을 본 교사가 '등교 하루만에 학생이 너무 산만하여 교육할 수 없으니 특수학교에 보내라'며 입학을 거부했다. 이 학생은 현재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발달장애 1급 이아무개(초등2)군은 진해의 한 일반초교에 다니면서 주소지를 변경해 특수학교가 있는 F초교에 전학하고자 했으나 교장과 특수학교 교사는 '특수학급은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는 학급이 아니라 학습부진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전학을 오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해 전학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후 부모들은 법적 소송을 준비했으나 뒤에 학교측에서 전학을 수락해 마무리되었다.
반면에 담당 교사의 협조로 통합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윤아무개(여. 9살)양은 입학을 1년 유예하고 2003년 I초교에 입학했다. 이 학생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언어능력이 향상되고 문제행동이 많이 줄어들어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입학하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보고서에서는 '이 학생의 경우 입학 후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특수학교 담임교사의 노력으로 현재 적응이 잘 되어 5월부터 원적반을 오가며 수업을 받고 있고, 부모나 교사들 모두 학생의 적응을 대견해 하며 학생의 잠재능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편의시설조사] 22개교 편의시설 현황 대부분 비슷
진주지역 내 초등 장애학생수는 135명. 보고서에서는 '22개 초등학교 편의시설 현황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최근에 개교한 학교에는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모든 학교에서 휠체어 리프트와 승강기·점자안내·장애학생 열람석·비치용품·접수대와 작업대는 없었다. 일반시설과 장애시설을 이어주는 매개시설 중 주출입 접근로와 내부시설 출입구, 계단시설은 편의시설 기준에 맞지만 휠체어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의 흠(배수로)이 많았다.
장애인 전용주차장의 경우 진주 금성·봉래·혜광학교만 주차 구역이 별도로 있고, 이 주차장도 폭과 길이에서 기준에 미달했다. 경사로의 경우 계단 옆에 설치된 학교는 8개교에 불과했고, 그것도 기울기나 활동공간·재질 등 모든 항목을 만족시키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된 학교는 일반 초교 8개교와 진주혜광학교 정도였다. 그런데 일부 학교는 소변기만 설치되었거나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곳도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잘 지어진 장애인 화장실이 휴지가 담겨진 쓰레기봉투를 쌓아놓는 등 물품 보관함처럼 사용되는 곳도 있어 실제 사용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장하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며, 일회적인 관심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그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꾸준한 관심은 우리 지역의 장애인 인권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04/01/26 오후 1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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