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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광환이
어느덧 반세기
45년 전 우리 집재산 한쪽을털어 당시 천하장사
반짝거리는 경운기를 사들였다
카랑카랑 목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우리 전답을 유리알처럼 정지 작업을 했고
주위에서도
흔치 않은 농기계 선망에 대상이 되는
농촌 근대화에
커다란 한몫을 담당했다
소. 달구지. 사람이 하던 전답 경운작업을
몇십 배 빠르고 곱게
해치우니 농촌에선 더없는 보물단지였다
세월 흘러 이제는 덩치 큰 트랙터에 밀려
늙수그레한 고물처럼 텃밭 한구석에 앉아
잔소리 대장으로 한몫하고 있지만
이른 봄 땅 일구려
작은 텃밭에서 부지런 떤다
골 골골 헛기침 소리 열나절
겨우겨우 밭 일구러 몸뚱아리는
어디 하나 성한데 없이 녹슨 민낯으로
누가 고려장 데려갈까 두려운지
눈치 보듯 밭갈이 열심이다
옆집 친구가 십년전에
고려장 간게 두려웠나보다
업 친대. 겹친 데 엊그제 심근경색 진단으로
심장에 커다란 보링수술을 했다
지난날 억척스레 일한 후유증
그나마 병원 처방 잘 따라 이만큼 버텼지
신발 굽이 반들반들 새 신을 사주고 싶지만
다산 늙은이라 중고신발도감사한다.
걸을 일도 없다고
그래도 널 가슴에 묻으며
기름 수건으로 보듬지 않더냐
지난날 전답을 비옥하게
먹거리 충족한 삶의 질을 안겨준
너를 어이 냉정히
쳐낼소냐
함께한 옛정이
한순간 단비처럼 가슴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숨을 거둘 때까지
초췌해진 몰골이지만
오늘을 있게 한 널
우리 집 잔소리꾼 이기전
우리 집 초석에 기둥처럼
나무랄대 없는 너다
것이 널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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