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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진 주민이 수십 명의 경찰에 포위되어 있다. 그리고 채증 카메라까지 그녀를 향하고 있다. | |
ⓒ 김종술 |
밀양이 무섭고 섬뜩했습니다. 내 눈앞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이 젊은 경찰에 밟히고 넘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병원행을 거부하고 다시 경찰과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무섭기까지 합니다.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 정대희 |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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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남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에 송전탑 공사를 위한 컨테이너가 들어오면서 도로변에서 이를 저지하는 주민들과 경찰의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고령의 노인 50여 명이 버스 20대에 나누어 타고 온 수백 명의 젊은 경찰들을 저지해 보지만 힘없이 들려 나가버렸습니다(관련 기사: "송전탑 안 된다! 오늘 여기서 죽어 삘란다"). 경찰은 이 컨테이너가 경찰 숙소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 정대희 |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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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부딪치면서 한 60대 여성 주민이 컨테이너 차량 밑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여경들이 그 여성을 끌어내기 위해 다리를 잡아끌어 보기도 하고 차량 밑으로 들어가 밀어 보기도 하지만 60대 주민은 차량을 붙잡고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기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자 사복 경찰이 막아섭니다. 신분을 밝혔지만 "기자인 줄 알지만 위험하다"면서 몸으로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힘으로 저를 밀쳐버립니다.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카메라를 막아 버립니다.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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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지만 주민들은 맥없이 들려 나갔고, 마을 앞 공터에는 순식간에 컨테이너가 내려졌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가는데 한 할머니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 최호금(85) 할머니의 손등이 날카로운 흉기에 베인 것처럼 깊숙이 찢어졌다. | |
ⓒ 김종술 |
▲ 날카로운 흉기에 손등을 베인 최호금(85) 할머니의 60대 아들은 머리가 깨져 버렸다. | |
ⓒ 김종술 |
오후 3시 20분쯤, 최호금(85) 할머니의 손등에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듯한 깊은 상처가 보였습니다. 최 할머니는 아까 지나간 경찰 옷을 잡고 우리 아들이 머리가 깨졌는데 병원에 엑스레이라도 찍게 해달라고 했는데 뭔가로 손등을 스쳤다고 합니다. 7~8cm로 깊은 상처가 났습니다. 김정자(72) 할머니도 최 할머니와 같이 손등에 칼로 벤 것 같은 똑같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서둘러 두 분은 병원으로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려가던 밀양경찰서 수사과장이 주민들에게 붙들렸습니다. 어르신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이 할머니 "방금 칼로 찌르고 도망간 (경찰) 놈 찾아내라"고 소리를 치면서 붙들고 늘어졌지만, 수사과장은 "채증이 되었다면 옷 벗기고 처넣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이계삼 사무국장이 조금 전에 내려간 경찰들과 할머니가 대질하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소란이 멈추었습니다.
오후 4시. 주민들은 컨테이너를 에워싸기 위해 인근 논에 설치된 하우스를 뜯어 컨테이너 입구에 치기 시작했습니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했습니다. 어르신들은 때마침 도착한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하우스 파이프 4개가 땅에 꽂힐 무렵, 도곡저수지 상류에서 200여 명, 하류에서 100여 명 등 총 300여 명의 경찰이 다시 밀고 내려왔습니다.
또다시 전쟁입니다. 100여 명의 경찰이 논에 그물을 치듯 주민들을 에워쌌습니다. 나머지 200여 명의 경찰은 주민들을 하나 둘씩 잡아서 경찰 벽 속에 가두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주민들이 갇혀 버렸습니다. 흡사 물고기를 잡아 파 놓은 웅덩이에 가두는 형국으로 경찰에 둘러싸여 갇혀 버린 주민들은 온갖 욕설로 맞서 보지만, 그들을 밀쳐내기에는 턱도 없었습니다.
▲ 경찰과 밀고 당기면서 넘어진 할아버지 곁에도 채증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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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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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갇히고, 어르신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의 어르신이 쓰러져 119구급차로 실려 갔습니다. 그들 사이로 채증 카메라가 돌아가고 여기저기에서 "야, 채증... 채증해"라는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후로도 15분 가량 고착이 계속되자, 김준한 신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김 신부는 채증을 하던 경찰관을 향해 관등 성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관등 성명을 대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고 강력하게 항의를 하면서 다시 밀고 당기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김 신부는 채증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아까 할머니 손등, 칼로 베고 간 놈 나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한 사복 경찰이 "아까처럼 채증을 했으면 되잖아요"라고 짜증 섞인 말을 던졌습니다. 주민들이 채증을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경찰은 당시 상황을 채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옆에서는 젊은 사람이 카메라로 연신 경찰을 찍었습니다. 그러자 의경들을 지휘하던 경찰관은 그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젊은 청년은 "경찰은 하고 왜 우리는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해보았지만, 경찰은 "사진을 찍지 마"라며 겁을 주었습니다.
조금 전 수사과장은 채증을 했으면 할머니 손등에 상처를 입힌 사람을 잡을 수 있는데 채증을 하지 않아서 찾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민간인의 채증을 막았습니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그러던 사이 두 명의 주민이 형사들에게 김해 서부경찰서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들어 왔지만,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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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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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오후 6시 무렵. 어르신들은 도로와 인근 논에 불을 피웠습니다. 한 무리의 여경들이 할머니들 옆으로 지나가면서 또다시 작은 소란이 일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우리도 잡아 놓았으니 니들도 갇혀 봐라"하면서 붙잡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젊은 여경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후 7시. 컨테이너를 내리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대형차량 밑으로 6명의 주민이 파고듭니다. 차량을 붙잡고 나오지 않겠다고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갔던 주민들이 다시 합류합니다. 그리고는 "경찰이 80세 넘은 할머니가 자해했다고 하더라"는 얘기에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집니다. 그러면서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똑같이 경찰을 잡다가 손등에 깊은 상처가 났는데 80 넘어서 자해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토해 놓습니다.
오후 8시 10분. 마을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서 또다시 소란이 났습니다. 115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 한전(한국전력공사) 왔다고 하면서 주민들이 또다시 몰려갔습니다. 기자도 숨을 헐떡이며 산 중턱까지 달려가 보았지만, 상황은 끝나고 목격담만 들어야 했습니다. 두 명이 랜턴을 들고 왔다가 할머니들과 마주치자 도망갔다고 합니다.
오후 8시 50분. 또다시 상류에서 내려오던 밀양경찰서 서장 차를 주민들이 막으면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차량 밖으로 나온 정보과장은 주민들에게 차량이 지나도록 통행을 요구했지만, 어르신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걸어서 이동하는 서장과 정보과장 뒤로 어르신들의 욕설이 쏟아집니다. "개XX야 니가 그러고도 여기가 고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냐", "우리를 다 죽이고 가라..."는 욕설이 밤하늘을 가릅니다.
경찰들과 부딪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하지만 9명의 응급환자만 병원을 찾았을 뿐 나머지 분들은 대책위에서 가져온 구급약을 바르고 붙이면서 치료를 미루고 있습니다. 밟히고 밀고 당기다가 넘어지고, 머리가 깨진 분까지... 기자가 확인한 부상자만 10여 명이 넘었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빠져나온 오후 11시. 대규모 경찰은 뒤로 물러나고 30여 명의 경찰들만이 컨테이너를 싣고 온 차량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량 밑에는 아직도 6명의 주민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고 도로와 논에 지펴놓은 모닥불 주변으로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추위에 어르신들이 살아남는다면 다시 날이 밝아 오면서 소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7일 오전 7시, 주민들과 경찰은 또다시 충돌했습니다.
한편, 밀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해서 "어제 오후 5시 반에 대질을 하기로 했는데 여러 상황이 벌어지면서 못했다"면서 "경찰들은 (부상 당한) 할머니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할머니가 자해를 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대책위에서 공식적으로 수사 요구가 없어서 비공식적으로 내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밀양 송전탑과 싸우는 사람들 수차례 젊은 경찰과 맞서야만 했던 고령의 어르신들은 몸 구석구석이 깨지고 멍 자국으로 가득했다. |
ⓒ 김종술 |
http://www.vop.co.kr/A00000716018.html
구자환 기자 입력 2014-01-07 11:36:12 수정 2014-01-07 12:06:00
밀양송전탑 공사현장이 마을로 가까워지면서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은 113, 114, 115번 송전이 지나는 곳으로 이중 114번 송전탑은 마을과 불과 400~50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영하의 날씨에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논에서 노숙을 하며 공사에 항의하고 있다.
6일 경찰과 격한 충돌로 주민의 부상과 연행이 속출한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에는 7일 오전부터 경찰과 주민이 충돌했다. 또 10시 30분께는 카고 트럭을 빼내는 과정에서 연대회원 3명과 촬영감독 등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7시께 주민들이 도로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아침을 먹는 순간에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에 나섰다. 도로상의 방화가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 때문에 경찰과 주민간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령의 주민들은 모두 끌려나왔다. 주민들은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고 밥그릇을 발로 걷어차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현장 경찰은 어제(6일) 저수지 둑에서 불이 나서 화재 예방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발생한 모정 저수지는 주민들이 농성중인 곳과 100여미터 떨어져 있다. 주민들“우리는 경찰 막는 것도 힘든데 거기 갈 일이 없다”며, “누군가 논의 벌레를 잡기 위해 들불을 놓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시 30분께는 연대단체 1인이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고, 박배일 촬영감독을 포함한 연대회원 3명 등 모두 4명이 업무방해 행위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 마을 앞 공터에서 경찰은 초소를 짓기 위해 컨테이너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반면 주민은 컨테이너 설치를 막기 위해 대치와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공터에 주차된 컨테이너 차량 아래에서 연대단체 회원 5명은 밤새워 농성을 했다. 이 충돌은 경찰이 카고 트럭을 빼내기 위해 이들 5명에 대한 해산작전에 돌입하면서 벌어졌다. 연대단체 회원들은 서로의 몸을 동아줄로 묶은 채 버텼다. 그러나 커트 칼을 이용해 동아줄을 끓은 경찰에 의해 차량 밖으로 끌려 나왔다. 남성 경찰이 여성을 끌어내자 연대단체 회원이 강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체포하는데 여성 남성이 어디 있냐고 응수했다. 이들중 3명은 경찰에 연행됐고 1명은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119 응급차에 실렸다. 차량 아래에서 이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던 박배일 독립영화 감독도 함께 연행됐다.
경찰이 커터 칼을 이용해 트럭 아래에서 동아줄로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는 연댄체 회원을 끌어내고 있다.ⓒ구자환 기자
주민들, 경찰만 보면 욕설이 나온다
6일 격한 충돌로 주민들은 경찰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송전탑 공사가 마을 인근에서 시작되는 것에도 격하게 반발했다.
한 주민은 “다른 지역에서 경찰을 봐도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온다”며 “여기 주민들은 속병이 다 들었다. 경찰만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 했다. 다른 주민은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이제 진짜 전쟁이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팔순을 넘은 노인들을 자식뻘 되는 젊은 경찰이 에워싸고 사지를 들어 논에 던졌다며 흥분했다.
실제 7일 현장에 배치된 일부 경찰은 충돌이 벌어지자 격한 감정에 휩싸여 주민과 언쟁을 하고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고령의 주민 2명이 손등에 날카로운 물체로 베인 듯한 상처가 알려지면서 “경찰이 칼을 가지고 다닌다”는 흉흉한 소문도 주민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있다.
평소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최 모(86)할머니는 아들인 윤 모(60)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보고 놀라서 달려 나왔다가 손등에 베인 듯은 상처를 입고 5바늘을 꿰맸다. 최 할머니는 아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어 지나가는 경찰 3명에게 병원으로 후송해 달라고 항의하면서 한 경찰의 허리 부위 옷을 잡았는데 돌아보니 손등에 피가 났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들 경찰은 모두 사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같은 상처를 입은 김 모(71) 할머니는 주민들과 함께 경찰에 에워싸여 있다가 나오려고 몸싸움을 했는데 손등에 칼로 베인 것처럼 피가 나고 있어 항의를 했다. 김 모 할머니는 한 사복형사가 ‘자해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욕설을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은 주민에게 옷깃을 잡힌 경찰이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령의 주민들이 경찰에 의해 격리된 채 항의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이 경찰의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밀양송전탑 공사현장이 마을로 가까워지면서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구자환 기자
카고 트럭 아래에서 농성하던 연대단체 회원이 경찰에 끌려나오고 있다.ⓒ구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