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불자 빛을 더하는 사람들｜김재일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 사찰생태연구소장

[통달무아법자]

주머니 없는 옷이 아름답다

빛을 더하는 사람들｜김재일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 사찰생태연구소장

2007년 08월 통권 394호

취재정리·사기순｜사진·최배문 a

누구나 길을 걷는다. 인연 따라, 또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길을 걸어간다. 가는 길이 힘들어도 묵묵히 세상에 빛을 더하며 걸어가는 이들을 보면 감동적이다. 김재일 선생(60세)이 바로 그런 분이다. 그가 폐암 말기 환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짠했다. 무쇠도 아닌데, 이십여 년 동안 용을 썼으니 병고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세상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아픈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찾아간 가회동 15번지, 안국선원 옆에 둥지를 튼 그의 사무실[사)보리, 두레문화기행, 두레생태기행, 사찰생태연구소]에는 두레·생태기행 등의 책자와 수백 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즐비하다. 선구자로서의 그의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흔적인 듯싶어 만감이 교차되었다.

	▲ 김재일 소장, 조채희 국장(앞줄), 함께 일하는 도반들이 있었기에 그 모든 일이 가능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그동안엔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죽음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비로소 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몸뚱아리가 내 것이 아니고 수많은 생명체로 이루어진, 내게 잠시 맡겨진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지요. 자석으로 흙을 문지르면 달라붙은 게 이 몸이에요. 자석이 없어지면 가루가 흩어지는 것처럼 갖가지의 인연이 모여서 이 몸이 만들어졌지요.”
아프고 나서야 철이 조금 든 것 같다며 환히 웃는 그에게서 스님의 향기가 느껴진다. 요즘 위빠사나와 참선을 겸수하고 있는데, 아픔을 계속 보고 있으면 아픔에 가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무아(無我)를 실감한다. 객관적으로 자기 몸이 보아지고 고통이 사라진다.
“이런 느낌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백일기도를 하는데 어느 순간에 내 몸이 쑥 빠져나가더군요. 몸 밖의 내가 목탁을 치고 있는 내 몸을 보고 환희로웠지요. 그 경계를 한참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그는 스님이었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생명산필』, 『종이거울』 등 꾸준하게 책을 펴냈고, 각 지방 사찰의 생태를 조사하여, 현대불교신문에 108사찰순례 기고를 하고, 최근에는 조계종 주지스님들을 위한 교육(5주간), 생태지킴이 교육 등을 한다. 그 힘의 원천은 수행력에 있었다.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사상을 널리 펼치리라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 사상은 제 삶의 빛입니다.”
1973년 5월 봄날 학생들과 함께 소풍 간 안성 칠장사에서 우연히 만난 객스님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게 뭐냐?’는 물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미 소설로 문단에 데뷔한 작가 교사로서 잘난 맛에 살고 있었는데, 젊은 스님의 한마디에 캄캄해졌다.
“출가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행자 생활 1년 만에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게 되었다. 계를 받고 두 달 후 월간 「불광」이 창간될 때 글 쓰고 교정 보는 것을 도왔다.
“그때는 기고만장해서 죽지 않는 법을 보여주리라는 생각이 가득 찼었어요. 그런데 세속에서도 노상 하던 일을 하게 되니 이건 아니다 싶어 스님 곁을 떠나 긴 만행 끝에 환속하게 되었습니다.”
출가 전에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고, 자식도 있었다. 깨달음의 길이 멀게만 느껴져 가족부양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환속하였다. 하지만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사상은 스스로 횃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라고 그를 부추겼다. “사회의 모든 문제에 등 돌리고 혼자 깨달음에 안주해서도 아니 되고, 깨닫고 난 뒤에 하겠다고 무작정 미루어서도 안 된다. 사회운동도 좋은 수행방법 중의 하나”임을 알았기에 가정으로 돌아왔으나 가장으로만 살 수 없었다.

	▲ 생태·역사·방송·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현행자의 실천적 삶을 살아온 김재일 소장과 그 삶의 결과물.

세상에 빛을 더하는 미디어운동, 문화운동, 생태운동
다시 교편을 잡았다. 헌데 제자들 중에 철거민의 자녀가 있었다. 그 고통을 지나칠 수 없어 시위에 동참했다. 교실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이유로 해직되었다. 그 후 방송작가(KBS)가 되어 활동하던 중 1989년 ‘봉선사 결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날 몇몇 보살들의 항의가 그의 원력에 불을 지폈다.
“그날 제가 방송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보살님들이 불교왜곡과 편파보도가 심각한데 당신 같은 사람이 나서야 할 게 아니냐고 질책하더군요.”
고민 끝에 이듬해 3월 보리방송모니터회를 창립했다.[미디어 운동과 방송모니터 교육을 실시, ‘MBC 불법선교방송’을 중지시켰고, ‘주일(主日)’이라는 기독교 용어를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불교 비하 프로그램들을 개선시켰다. 미디어교육 자료들을 만들고, 기독교방송, 교육방송 등에서 일반인들에게 불교의 전통문화와 정서를 이해시켜왔다. 1992년부터 ‘보리방송문화상’을 만들어 매년 시상해왔으며, 2005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 사단법인 불국토의 후원으로 2005년부터는 신문과 출판 등으로 시상 영역을 넓혀서 조계종 총무원에 넘겨주었다.]
1991년에는 두레문화기행을 창립했으며, 1994년에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태 중심의 환경운동 단체인 두레생태기행을 창립하였다.
“불교의 가르침, 사찰환경, 스님들의 삶 자체가 생태적입니다. 생태계 체험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삼라만상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은 환경운동인 동시에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지요.”
‘생태관광’에 비견되는 ‘생태기행’ 개념을 처음 창안하여 유네스코 등에 보고되기도 한 두레 생태기행, 새로운 환경운동을 펼친 공로로 제3회 서울 환경상,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그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행환경의 중요성과 사찰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2002년도에 사찰생태연구소를 설립하였다.[전국 108사찰 생태조사를 비롯해 사찰생태문화지킴이 양성, 사찰환경모니터 운용, 생태사찰을 만들기위한 토론과 세미나 등 개최, 조계종 본말사 주지교육, 중고교 교법사, 포교사단, 정토회 등등 주요 사찰과 단체에서 순회 환경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공로로 제18회 불이상(실천운동 분야 2003) 등을 받기도 했다.]

좋은 도반들이 거들어주었기에…
옳은 것이 있으면 남한테 얘기하기보다는 직접 솔선수범하는 그였기에 그 모든 일이 가능했을 터, 찬탄의 말씀을 올리자 모든 공을 도반에게 돌린다.
“제가 사람 복이 참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주변에서 거들어주지 않으면 못합니다.” 라고 하면서 창립 때부터 함께해온 조채희 사무국장의 헌신적인 노고를 치하하며, 수많은 도반들 덕분이란다.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이는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다. 묵묵히 철공소, 파출부 등 험한 일을 가리지 않고 하면서 그를 내조한 부인, 자식 둘 다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보다 더 큰 부조가 어디 있으랴.
“도반만이 도반이 아닙니다. 이 책도 도반이고 찻잔도 도반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도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도반이요, 주인공입니다. ”
그 한마디에서도 그의 깨달음을 읽는 순간 그의 글 ‘30년 만의 귀거래사’가 떠오른다. “산을 내려온 지 30년 세월, 잠깐 얼풋 든 꿈만 같습니다. 세상은 자고새고 돈을 벌라 하였지만, 주머니 없는 옷으로 살았습니다…. 세상은 남을 딛고 일어서라 했지만, 이제 나를 밟고 산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암)을 잘 보내드리고, 귀거래사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더 환하고 밝은 빛을 세상에 드리워주기를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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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2008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특별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주최측에서 기자회견과 언론보도를 늦추는 바람에 저의 인사도 늦었습니다.

   다음은 주최측에 건네준 저의 수상소감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8 교보환경상 특별상 수상소감

  1994년 가을학기, 서울의 중고교 환경 생물교사들에게 편지를 띄웠습니다. 생태 중심, 현장 중심, 시민 중심으로 환경교육과 운동을 바꾸자는 좀 생뚱맞은 제안이었습니다. 약 50여 명의 교사로부터 반가운 답신이 왔습니다. 거기에 20여 명의 환경운동가들이 동참하여 ‘두레생태기행’이 태어났습니다.

  그 후, 산으로 들로 바다로, 시민들과 학생들과 교사들 함께 생태탐방을 다녔습니다. 전국의 많은 환경단체들이 참여하여 생태탐방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보고서와 단행본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2002년도엔 우리 환경의 보루인 사찰의 자연환경을 위해 사찰생태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10년째 되던 해, 새만금갯벌로 갔다가 지독한 감기에 들었는데, 그것이 폐암으로 판정나서 한쪽 폐를 잘라냈습니다. 이제 항암 5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에게 덤으로 주어진 시간들을 이 땅의 자연과 생명들을 위해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운하백지화 도보순례를 마치고 허걱대며 돌아오던 날, 반가운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생태교육과 운동을 함께 해준 낯익은 얼굴들과 귀에 익은 단체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 시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름 모르는 다음 세대 벗들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아울러 환경문화상 10년, 교보생명의 아름다운 선행에도 두손을 모읍니다.

                                          2008. 4. 22

                                             수상자  김재일  삼가드림

 

출처 :사찰생태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 연구소 김재일

[아미타]

당연한 일이지만 축하드리고 선생님의 건승하심을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