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은은한 가을만의 분위기로 거리가 바뀌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10월이다. 전 세계적으로 표준 색상을 제시하는 미국의 대표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에서는 최근 뉴욕 패션 위크 중 이번 가을을 겨냥한 트렌드 색 10가지를 발표한 바 있다. 사실 뉴욕의 주얼리 업계가 패션계만큼 색상에 민감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보석이란 본래 패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로망이 아니던가? 자연의 컬러인 천연 보석들의 감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올 가을의 대표 색들을 맛보기로 하자.
우선 ‘탠저린 탱고(Tangerine Tango)’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찌감치 2012년의 대표색으로 선정되었고, 지난 여름 시즌에도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이 밝고 선명한 오렌지는 여전히 이번 가을 시즌에도 기존의 핑크 애호가들의 보석함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자인으로는 파이어 오팔, 파파라챠 사파이어, 만다린 가넷, 산호 등 화려한 보석의 색상을 포인트로 내세운 자신감 있는 스테이트먼트 주얼리(Statement Jewelry)가 적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 한 켠에 핑크의 여운이 남아있다면 핑크 사파이어나 핑크 투어멀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팬톤의 ‘핑크 플람베(Pink Flambe)’ 색상을 활용한 곱디고운 여성스러움을 조금 더 만끽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생기 어린 ‘밝은 샤르트뢰즈(Bright Chartreuse)’, 개인적으로 페리도트가 떠오르는 이 연둣빛은 전형적인 봄의 상징으로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가을의 잔잔함에 악센트가 될 수 있다. 한편 작년 봄부터 다양한 색상의 블루가 심상치 않게 보이던 중 이번 가을 패셔니스타들의 선택을 받은 ‘올림피안 블루(Olympian Blue)’도 눈에 띈다. 채도나 명도의 변화에 따라 사파이어에서부터 런던 토파즈, 아쿠아마린, 터키석까지 기묘하고도 창의성이 다분한 파란색의 폭을 넓혀볼 기회이다.
시트린이나 옐로 토파즈, 침수정은 ‘허니 골드(Honey Gold)’를 대표하는 따사로운 보석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밝혀주는 햇빛과 같은 역할을, 그리고 흑색과 갈색이 오묘하게 섞인 ‘프렌치 로스트(French Roast)’는 세련된 이름에 걸맞게 블랙·브라운 다이아몬드 또는 브라운 골드를 결합하여 패션뿐 아니라 주얼리에도 도시적인 지성미를 부각시킬 수 있다.
한편 톤 다운된 보라색인 ‘랩소디(Rhapsody)’, 그리고 아주 창백한 인디언 핑크 색상의 ‘로즈 스모크(Rose Smoke)’는 올 가을을 넘어 2013년 봄까지 런웨이를 수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색들은 또 다른 가을 10대 컬러인 이성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은회색 ‘티타늄(Titanium)’과 함께 잘 어울리는 궁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올 가을 대표 컬러들 중 필자의 눈이 특별히 가는 이름이 있다면 바로 ‘랩소디’라고 불리는 보라색이다. 다소 가라앉은 느낌의 ‘랩소디’는 고요하면서 평온함을 북돋아주는 진정한 가을의 색이다. 지나치게 휘황찬란하거나 너무 나약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묻어나는 오묘한 신비로움과 절제된 화려함이 깃든 이 컬러는 가을의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진한 보랏빛이라면 블랙 다이아와 함께 앤틱 처리했을 때 카리스마 있는 마성의 주얼리로 변신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한 ‘랩소디’에는 연한 핑크 못지않은 단아함이 녹아있다. 사실상 자수정, 탄자나이트, 사파이어, 칼세도니, 스피넬 등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로 준 보라색은 너무도 다양하다. 물론 타히티 흑진주도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아름다운 보랏빛이다. 2012 가을 뉴욕 패션 위크의 런웨이에서 선보인 구찌나 루이비통의 패션쇼에서도 보라색은 메인 테마였다.
이제까지 열거한 10대 가을 컬러를 보석으로 활용하고자 할 때 주얼리 전체로 그 색상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어떤 작은 악센트로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의상이나 소품으로 믹스매치하는 편이 좋다. 현재 패션의 흐름을 보자면 대조적인 프린트와 컬러의 조합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 어쩌면 최악이라고 꺼렸을지도 모를 만남도 제대로 짝을 이룬다면 그 어떤 콤비보다 아찔한 독창성을 띨 수 있다. 올 가을, 진정한 멋쟁이들의 주얼리 활용 스타일과 컬러 매치 노하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