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 8월 24일
복음: 루가 22:24-30
사도 성인 바르톨로메오는 공관 복음서에 모두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단 가운데 한 분입니다. 그런데 요한 복음서에는 그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공관복음서에는 늘 필립보라는 제자와 바르톨로메오가 함께 등장합니다. 두 분은 친구이거나 친척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요한 복음서에는 바르톨로메오라는 이름은 안 나오고, 필립보와 더불어 ‘나타나엘’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성서학자들은 늘 필립보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바르톨로메인 것을 생각해서, 이 나타나엘이 바로 바르톨로메오라고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바르톨로메오는 성이고, 나타나엘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르톨로메오는 톨로메오의 아들이라는 뜻이고, 나타나엘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축일 본문은 루가복음이지만, 요한복음에 나타난 바르톨로메오 나타나엘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면 좋습니다.
필립보가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된 뒤에, 나타나엘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러자 나타나엘은 “나자렛 촌동네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핀잔합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을 보시고, “저 사람은 참 이스라엘 사람이다.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타나엘은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이 만남이 흥미롭습니다.
나타나엘은 예수님과 말도 섞어보지 않은 처지에서 그 사람 출신을 보고 무시합니다. 이러한 선입견은 사람들이 만든 겉모습의 성취만을 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나타나엘을 참 이스라엘 사람으로, 거짓이 없는 사람으로 칭찬하시고 그 내면의 본질과 가치, 그 가능성에 발견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을 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주님은 세상이 보는 시각의 뒷면을 살피는 분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복음도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 나타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자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도자로만 생각했습니다.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까 궁리하고, 서로 질시하고 경쟁하며 다투었습니다. 세상은 늘 높은 권력을 찾습니다. 권력을 쥐면 그 자리가 누가 준 것인지도 잊은 채,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착각합니다. 예수님은 그 점을 지적하시며 제자들에게 권고하십니다.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너희 중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제일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나는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여기 와 있다.”
교회 안에서는 저 같은 성직자에게, 사회 안에서는 재력과 권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던지는 말씀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기대, 세상의 질서와는 달리, 세상에 받는 영광과 안락과는 달리, 낮은 사람으로 처신하고 서로 섬기며 시련을 겪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약속은 분명합니다.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왕권을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주겠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게 될 것이다.”
바르톨로메오 나타나엘은 예수님 승천의 증인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인도로 선교여행을 떠났다고도 하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가서 여러 교회를 세웠다고 합니다. 오늘 축일 날짜도 에티오피아 콥트 교회의 전승에 따라 만들었지요. 어떤 전승은 그가 아르메니아 지방을 선교하다가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고문을 당하고 다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의 신앙과 삶을 흠모했던 초대 교회는 그의 유해를 가져다가 여러 곳에 모셔두었습니다. 시신은 로마로 옮겨져서 그 위에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이 섰습니다. 성인들의 유골을 숭배하는 전통이 생겨나면서, 다시 그의 머리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으로 옮겨갔고, 성인의 팔은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옮겨져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 성인을 흠모하고, 그의 겸손하고 거짓이 없는 삶을 기억하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성인의 삶을 우리 삶 속에서 기억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신 방법처럼, 사람의 깊은 내면을 살펴보는 눈은 어떤까요? 예수님의 식별에 감복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나선 그의 결단은 어떤까요? 여전히 세상의 권력을 탐하다가도, 서로 돕고 섬기는 종이 되라는 말씀에 자신의 삶을 바쳤던 성인은 세상 이곳저곳에 유골로 남아 우리에게 어떤 말을 던지는 것일까요?
바르톨로메오 나타나엘은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고쳐서 주님을 따랐습니다. 높은 자리를 다투는 세상에서 주님처럼 겸손하게 섬기며 고난을 감내하며 살았습니다. 이제 주님은 성인처럼 그 삶의 의지를 다지려고 성찬례의 식탁에 나오신 여러분에게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서 앉아 먹고 마시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