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최초의 그랜드 슬램, 스타리그 2회우승, 최고연봉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팬택앤큐리텔 '천재 테란' 이윤열이 최근 각종 개인리그에서 잇달아 참패하고 있다. 이윤열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린 '다음 다이렉트 듀얼 토너먼트'에서 이고시스POS 박지호에게 두 번 패하는 바람에 차기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스타리그 연속 출전 기록(2002년 파나소닉~2005년 EVER)은 '8'에서 멈췄 다. 이어 지난 7일 '스카이 프로리그 2005' KOR과의 경기에서는 1경기 개인전에 나와 한동욱에게 덜미를 잡혔다. 승패를 떠나 최근 서너경기에서의 모습은 이윤열답지 않 게 너무 무기력했다는 것이 문제. MBC게임 스타리그에서는 더 심했다. 16강에서 GO 신인 마재윤에게 패한 뒤 패자 조 1라운드에서는 KTF 홍진호에게 1대2로 패해 탈락했다. 무엇보다도 저그전에서 3 연패를 기록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이윤열은 듀얼토너먼트 경기에 대해 "아직도 온게임넷 무대에 서면 심하게 떨리고 긴장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또 프로리그가 열린 7일에는 갑작스럽게 목이 부어오르며 몸살 증세에 시달리는 등 극도로 컨디션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어쨌거나 주위 에서는 그동안 꾸준한 성적으로 장기집권했던 이윤열이 최근 스트레스성 염좌에 시달 리는 등 드디어 지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창단 이후 단체전과 개인전 에서 맹활약하며 스타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던 후유증이라는 것. 하지만 이윤열은 "개인리그에 떨어졌다고 프로 생활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차라리 프로리그에 전념, 팀을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 (스카이 프로리그) KTF, 프로리그 정규시즌 최다연승 신기록
KTF 12연승 '신화'
맞수 SK텔레콤에 3대2 '기적 드라마'
◇ 역전의 용사들…
KTF매직엔스가 프로리그 정규시즌 12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1라운드 우승의 신호탄 을 날렸다 KTF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200 5' 1라운드 5주차 경기에서 SK텔레콤과 3시간 30여분에 걸친 풀세트 혈투 끝에 3대2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난 주까지 각각 3연승을 거두며 리그 1, 2위를 달렸던 두 팀. 이동통신 라이벌이라 는 점 말고도 두 팀은 지난 겨울부터 협회장사와 선수계약 문제로 신경전을 벌어왔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일찌감치 1라운드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왔다. 경기 내용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SK텔레콤은 박용욱과 전상욱이 나선 개인전을 잇따라 잡아내며 앞서 나갔고, KTF는 조용호-김정민, 조용호-박정석의 팀플에 힘입 어 세트스코어 2-2로 균형을 맞췄다. 결국 승부는 5경기 에이스 결정전에서 판가름났다. SK텔레콤은 최근 각종 리그에 서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을 내세웠다. KTF의 선택이 의외였다. 종족 상성상 저그에게 불리한데다 마지막 경기가 열리 는 맵 '포르테'에서 별 힘을 못 쓴 프로토스의 강 민을 출전시킨 것. 특히 강 민은 1경 기 개인전에서 패해 기세에서도 상대에 밀리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강 민은 자신의 별명이 왜 '몽상가'인지를 보여줬다. 본격적인 전투를 피하 는 대신 저그에 못지않은 확장력과 뛰어난 컨트롤이 뒷받침된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것. 40여분 동안 엄청난 병력을 동원해 공격을 퍼붓던 박태민도 결국 자원줄 이 마르자 'GG'를 날렸다. 승리가 결정되던 순간 메가스튜디오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지난 2003년 프로 리그가 시작된 이후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팬들은 이어 방송을 통해 KTF가 1위에 오른 팀 중간순위를 확인하고 다시 한번 코엑스가 떠나가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로써 KTF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4' 3라운드 1경기부터 정규시즌 12경기에서 연 승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자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 가받고 있다. 또 KTF는 이번 시즌 4연승으로 리그 1위(승률 100%)에 오르며 1라운드 결승전 직행 가능성을 높혔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날 패배로 4위(승률 75%, 3승1패)까지 물러앉았다. 한빛스타 즈와 GO가 이번 주 1승씩 추가해 각각 승률 80%(4승1패)로 2, 3위를 차지한 것. 여기에 시즌 초반 2연패 뒤 3연승으로 5위까지 치고올라온 팬택앤큐리텔까지 합쳐 앞으로 프로리그 1라운드에서는 선두권 싸움이 볼만하게 됐다. 1라운드 포스트시즌 진출권은 3위까지 주어진다. < 전동희 기자 temp@>
-엄청난 경기를 잡아냈다. ▶무엇보다 팀의 12연승 대기록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 나중에 리플레이를 확인해 봤 더니, 내가 생각해도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대가 박태민이라는 뛰어 난 선수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기분은 참 오랜만에 느껴본다.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인데. ▶항상 감사드릴 뿐이다. 그동안 개인리그에서 부진해도 항상 믿고 응원해주셨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팬들이 이 경 기를 보고 감동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시종일관 불리한 양상이었는데. ▶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포르테'라는 맵에서 저그를 이기기 위해서 는 수비적인 양상을 취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막판 자원줄이 끊길 만한 상황에서는 위기감이 들었다.
-1경기 패배로 부담은 없었나. ▶부담보다는 강한 의욕이 들었다. 나 때문에 SK텔레콤에 졌다는 소리를 듣기는 싫 었고, 또 5경기는 이미 2주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 성적이 좋다. ▶나는 감독님 지시대로 단순히 마지막 경기에 나가 이겼을 뿐이다. 12연승은 팀 동 료 모두와 함께 일궈낸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목표가 뚜렷하고 팀 워크도 그 어느때보 다 좋다. 나머지 경기도 모두 승리를 거두고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듬과 동시에 우승을 차지하겠다.
---------------------------------------------------------------------------- (스카이 프로리그) 정수영 감독 "5경기 끝나는 순간 전율 느껴"
정수영감독 인터뷰
-큰 고비를 넘었다. 소감은. ▶5경기가 끝나고 팬들이 '강 민'과 'KTF'를 연호하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왜 진작 이런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을까 반성의 계기도 됐다. 팀 승리도 중요하 지만 이번 경기가 e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더 커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강 민을 5경기에 투입한 것은 의외였다. ▶SK텔레콤과의 경기가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맞붙어야 하고, 우 리 팀 주축인 프로토스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테란이 나와서 벙커링을 하거나, 저 그가 나와서 4드론 전략을 사용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이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사 실 2주전부터 박태민의 출전을 예상하고 강 민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누가 봐도 불리 한 상황이었지만 강 민이라면 무언가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지휘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 ▶요즘 주위로부터 많이 조용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다른 것은 없다. 선수 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 프로가 무엇인지, 자신들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깨달아가고 있다.
-1라운드 결승 직행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다음 주 맞붙을 삼성전자칸도 과거 중요한 시기 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던 팀이다. 엄살이 아니라 이제는 어느 한 팀 만만한 상대는 없 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4강은 아직 없었다. 지난 대회 4강 중 3명이 다시 준결승에 오른 것은 스타리그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EVER 스타리그 2005' 준결승 멤버들은 명실상부한 현역 최강들로 모였다 는 분석이다. 따라서 누가 결승에 오르고 우승을 차지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이처럼 예측이 어려웠던 준결승도 없다.
박성준 스타리그 6연승…프로리그 5승1패 다승1위
서지훈 2년만에 4강 감격… 온게임넷 저그전 6연승
◇ 박성준
◇ 서지훈
◆박성준-서지훈 이고시스POS 박성준은 지난해 질레트 스타리그에 데뷔, 우승을 차지한 뒤 스타리 그 4번 진출에서 3번 4강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에도 결승에 오르면 일년 새 3번의 결 승진출을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스타리그에서는 16강 2주차부터 6연승을 기록 중이다. 또 프로리그에서는 팀 전력 의 50% 정도의 엄청난 부담을 안은 상태에서 무려 10경기에 출전, 개인전 다승 1위(5 승1패)를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저그 유저다. 준결승을 맞는 자세가 비상하다. 팀 창단에 힘을 싣든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이적 을 하든지 반드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 빡빡한 일정에도 불평 한마디 없다. 반면 GO 서지훈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참 오랜만에 4강에 올라왔다. 우승을 차지 했던 지난 2003년 올림푸스 스타리그 이후 무려 2년, 6대회만이다. 스타리그에서 이 보다 '4강 컴백'이 더 길었던 경우는 한때 게임을 완전히 접었던 박용욱(7대회, 2001 한빛소프트~2003 마이큐브) 하나 뿐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초반 연패에 빠지며 스 타리그에서 일찌감치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러나 1승2패로 재경기를 치르는 순간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180도 돌변했다. 이후 홍진호나 최연성 같은 슈퍼스타들을 두차례 씩이나 잡아내며 여기까지 왔다. 마치 준결승에서 임요환을 3대0으로 꺾은 뒤 엄청난 기세로 우승을 차지했던 올림푸스 때가 연상될 정도다. 최근 온게임넷 저그전 6연승 중. 그리고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게 더욱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배틀넷에서 서로의 훈련 파트너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친구. 상대 전적은 4대2로 서지훈이 조금 앞서지만, 과거의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경기 당일의 심리적인 요소 나 컨디션에 의해 승패가 갈릴 것이 유력하다.
◇ 박성준 - 서지훈 상대전적
날 짜 / 대 회 맵 / 결 과
04.6.12 / 질레트스타리그 8강 노스탤지어 / 서지훈 승
6.18 남자이야기 / 박성준 승
6.24 / MBC팀리그 8강 루 나 / 서지훈 승
6.25 / 질레트스타리그 8강 머 큐 리 / 박성준 승
9.10 / EVER스타리그 16강 비프로스트3 / 서지훈 승
10. 3 / KT-KTF프리미어리그 20강 애 리 조 나 / 서지훈 승
※ 통산 4승2패로 서지훈 우세
박태민 SK텔레콤 이적후 프로리그서도 최고 활약
이병민 상반기 평가'굿'…"작년 3-4위전 패배 설욕"
◇ 박태민
◇ 이병민
◆박태민-이병민 지난 대회 나란히 4강에 들었다가 결승 진출에 실패, 3~4위전에서 만났다. 당시에 는 SK텔레콤 박태민이 3대0으로 승리, EVER 스타리그 시드를 따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준결승은 당시 패했던 팬택앤큐리텔 이병민의 '복수전' 양 상이다. 게다가 이병민은 데뷔 이후 개인전 각종 대회에서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잇 따라 좌절,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각오다. 2005 상반기의 최고 테란으로 꼽힐만큼 기세도 좋다. 과거에는 뛰어난 센스와 꾸준 한 훈련이 돋보였지만 요즘에는 '정말 잘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물이 올랐다. 프 로리그에서 개인전과 팀플을 넘나들며 무려 6승1패를 기록 중인게 이를 입증한다. 박태민 역시 2004년말의 엄청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SK텔레콤으 로 이적한 뒤에는 최연성이나 임요환, 박용욱 등을 제치고 단번에 에이스로 자리잡았 을 정도다. 프로리그를 강조하는 팀 시스템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지난 8일 강민전에서는 최고의 명승부를 만 들어 냈다. 그만큼 박태민은 견고하다. 짧은 기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몇년에 걸쳐 서서히 쌓아올려 마침내 완성에 이른 '운영 위주' 스타일은 기복이 없다. 한 번은 질 수 있어도, 연패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다. 누가 이겨도 3대2, 이게 거의 유일한 예측이다. < 전동희 기자 te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