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上紙) 도동서원
한옥희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35
공자를 받드는 대니산 뒤로하고
앞은 현풍과 고령들을 돌아 내려오는 낙동강
굵은 민흘림기둥 여섯 개 우람한 중정당
‘조선 시대 동방 5현 중 수 현의 표시’
기둥마다 흰 종이 띠를 둘렀다
전국 서원 중 유일한 상지를 두른 서원
강에서 배를 타고 지나다가도 경의를 표하고
말을 타고 지나다가도 내려서 간다
서흥 김 씨 10 세손 한훤당 김굉필
김종직 선생님께 받은 소학 가르침 평생 실천하고
정암 조광조에 이어진 학문
‘겉은 냉철하고 엄격하지만 속은 따듯하다’
서로 다른 4각 6각 8 각형 돌들이 맞물려있는 기단석*
백성들이 돌을 골라 보내 한훤당을 추모하고…
솟구쳐 오르는 붉은 돌 같은 마음
기단석 옆에 놓는다
“어찌 구구히 따스한 가죽옷, 살찐 말을 부러워하리오”
올곧은 한훤당 선생의 음성 바람결에 들린다
*기 단 석: 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단을 쌓는 돌
엄마의 하루
한옥희
한밤 불 꺼진 방에서
아파트 불빛 멍하니 바라본다
역병 겨우 이겨낸 몸
아침 먹고 약 먹고 물리치료 간다
참꽃 따 먹던 입맛 어제 같은데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없는
생기 잃은 삶
저린 다리 끌고 요양보호사 부축 받으며
두부 한 모 들고 집으로 간다
늙음이 입속에서 우물 거린다
약력
2022년 한올문학 시 부분 등단
2022년 달성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