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론 2022년 12월 칼럼
제목 : 단군 이래 가장 힘든 20대
저자 : 안재오
서론 : 이태원 압사 사건과 20대의 비극
대한민국에서 또 끔찍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이후의 최대의 사망 사고이다. 한국에 상륙한 서양 풍습 특히 미국에서 유행하는 할로윈 축제가 이제는 한국의 거리 축제로 발전했고, 그 중심지인 이테원은 해마다 10월 말이 되면 이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이테원의 좁은 골목길을 갖가지 의상으로 변신한 젊은이들이 술과 여흥으로 흥청거린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좁은 거리로 엄청나게 몰려 드는데 이를 관리, 통제할 경찰 인력이 적었다는 점이다. 이게 주관 단체가 없는 자연발생적인 이벤트라서 엄청난 안전 사고에 대한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혹은 불안한 시민들이 112와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대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월호와 이태원, 이 두 사건의 비슷한 점은 젊은이들이 사고의 최대의 피해자들이라는 점이다. 세월호는 고등학교 2학년들이 재난의 피해자였고 이태원은 주로 20대가 피해자라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즉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부터 그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태원에는 할로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으며,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156명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31명, 10대가 12명, 40대가 8명, 50대가 1명이다. (위키백과)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전담 수사본부를 구성해 이태원 일대 업소들과 관계당국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연합뉴스
2. 20대 희생자
필자가 이번 사건을 관전하는 포인트는 왜 하필 20대냐 하는 점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그 열정을 해방 공간에서 마음껏 발산하고 또 이를 찍어서 각자의 SNS, 인스타 등에 올리는 재미는 쏠쏠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아 떨어진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20대 30대 사망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단순히 젊어서 그렇다」 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미흡한 느낌이 든다. 이번 사고에 대한 조롱하거나 비판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왜 한국의 청년들이 아직 일반화되지도 않은 외국 발생의 이상한 축제에 가서 그런 희생을 당했느냐는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할로원(Halloween)이란 죽은자, 유령, 귀신 들을 흉내내는 기괴한 축제인데 이런 부정적인 성격의 축제에 너무 많이 몰려 갔다는 것이다. 당국의 책임 규명을 떠나서 애초에 왜 그렇게 많이 모였느냐는 것이다. 물론 지난 3년간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서 축제를 열지 못하다가 그것이 풀리고 나서 갑자기 인파가 몰렸다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 현상적인 분석 대신 필자는 「단군 이래 가장 힘든 세대」 라고 하는 요즘 20대의 특성을 한번 보기로 했다. 여기는 30 대 역시 포함 된다.
즉 진학과 구직 활동에 큰 어려움을 당하고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그 숨겨진 스트레스와 그간 억눌려 왔던 열정을 ㅡ외국 축제에 기대어ㅡ 한번 마음껏 발산한 것이 이태원 할로윈의 본질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측제 희생자의 3분의 2가 20대라고 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30대까지 모함하면 전체의 86%에 해당한다.
신문 보도에 나타난 사망자들의 모습을 보면 일용직을 하면서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 혹은 오랜 취준생 시절을 보내고 겨우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람 등이 눈에 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 두드러 진다.
자살은 10~30대 사망원인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0대 사망자의 37.5%, 20대 사망자의 51.0%, 30대 사망자의 39.0%가 자살에 의한 것이었다. 40, 50대에서도 각각 21.7%, 10.4%를 차지해 암에 이은 사망원인 2위였다.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충남이 29.1명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18.7명으로 가장 낮았다. (국민일보 2020-09-23)
대한민국 자체가 워낙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이기는 하다. 한국은 자살율 세계 1위이다. 그 중에서도 10대부터 30대까지는 압도적으로 세계 최악이다.
세계 경제 6위국인 나라에 이렇게 절망적인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 문제는 반드시 연구될 과학적, 학문적 주제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큰 원인은 한국에 만연한 각종 사회적인 격차인 듯하다. 우선 두 가지 요소만 비교해 본다.
① 우선 대기업과 중소 기업의 임금의 차이이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거의 절반 (54.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 수도권과 지방의 수준 차이이다. 여기는 여러 가지 요인인 있으나 아파트 값만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지방의 3배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전체 자살률이 세계 1위인데다가 더욱이 20대와 30 대는 자살이 사망 원인의 1위라는 기이하고 불행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20대 사망자의 51%가 자살로 죽는다. 이 사실 하나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힘든 세대가 20대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요즘 「단군 이래 최악의 20대」란 말들이 각종 언론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3. 「단군 이래 가장 힘든 20대」 표어
이는 위에서 열거한 한국의 기묘한 상황 즉 경제 규모와 무역은 선진국인데 온갖 부정적인 지표료 만연한 사회적인 특성과도 맞물리는 현상이나 이태원 사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나쁜 일에 20대가 유난히 많은 것은 이런 일반적인 현상과 달리 어떤 특정한 요소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청년 고독사」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 때 「이생망」이나 「3포세대」니 하는 말들이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반영했었다. 「이생망」 즉 「이번 생애는 망했다」 라는 자조적인 청년들의 언어이다. 「3포세대」란 결혼, 가정,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다.
이제는 이런 말이 직접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아니라 청년들의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아래의 도표와 기사를 보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2.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미 숨을 거둔지 2주 가량이 지난 상태였다. 20대 중반인 그는 당초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모친이 먼저 돌아가신 뒤 혼자서 생활해왔다고 한다.
거처에서는 체납내역이 잔뜩 적힌 국민연금 고지서, 몇 장의 이력서, 텅 빈 잔고의 통장이 발견돼 김씨의 삶을 추측케 했다. 사람의 색이 지워진 집에서는 뚜껑을 잃어버린 오징어 진미채만 새빨간 빛을 내고 있었다.
유품정리업체 에버그린 관계자는 "다른 가족은 없었던 것 같다"며 "부패한 흔적과 벌레가 많은 공간이었고 유서는 없었다"고 기억했다.
한국사회를 덮은 고독사(孤獨死)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아직 채 인생을 피워보지 못한 청년들까지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방치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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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독사란 이 같은 고독사의 대상이 청년인 경우다. 아직 전체 고독사에 비해서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거나 디뎌야 할 미래세대가 단절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관계가 단절된 청년들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뉴시스 2022.02.04.)
이처럼 청년 고독사는 청년 자살원인과 마찬가지로 20대 내지 그 근처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 지를 보여주는 사회의 풍향계이다.
4. 청년 고통의 근본 원인
위에서 본 사회의 여러 가지 지표는 20대가 얼마나 살기가 힘든 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직장과 구직 문제가 물론 가장 큰 요인이다.
그 밖에 과도한 주택 구입비용을 들기도 한다. 평생 일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16년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평균 1: 3 이라는 통계는 이런 집마련 문제가 서울 중심의 분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취업난이 이렇게 심해지는 이유는 한국의 경제 구조와 직결되어 있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쟁력의 차이 때문이다. 사실 지방의 중소 기업은 일자리가 늘려 있다. 그러나 일이 너무 힘들고 봉건적인 기업 문화 등의 이유로 청년들이 가리를 꺼려한다. 더 문제는 중소기업의 시간적 임금이 일용직과 거의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방의 중소기업에 취직하는니 차라리 서울에서 쿠팡이나 마켓 컬리 등 택배 업체의 일용직 근무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결국 중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로 직결된다. 독일은 중소기업 최강국이다.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결국 교육 개혁 즉 직업 교육의 활성화에 달려있다. 독일의 도제제도 (Ausbildung)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직업 학교 혹은 실업계 교육을 국가의 관리하에 두고 일•학습 병진제 (dual system)를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일•학습 병진제가 일부 시행되고 있기는 하나 내실(內實)이 없고 근본적인 제도로 정착이 안 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청년 문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