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mountain
미국 휘트니 산군 피쉬훅 Fish Hook
정상에서 월척을 낚아 올리다
글 신승철 / 사진 등반대 / 협찬 휠라스포트
오른쪽이 휘트니 봉이고 왼쪽의 두 봉우리 뒤쪽이 320km의 대장정 존무어 트레일의 시작 능선이다.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무어봉이다.
2011년 키르기스스탄 원정을 다녀오면서 정욱이형이
내년에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람끼리 조촐하게 원정을 다녀오자 했었는데,
지난 1월에 뜬금없이 학재형, 상세형, 형근이형과 미국에 등반을 가는데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왔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승낙하고 다음 연락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한번 모이자고 하지도 않아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던 찰나에 항공비를 송금하라는 연락이 왔다.
항공비를 송금하며 이제 곧 모이겠지 했지만 여전히 연락은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물으니 훈련은 알아서 하는 거란다.
서로 다들 바쁘고 일정이 여의치 않아 한번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훈련은 각자 알아서 하고
공항에서 만나 출발하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쿨한’ 형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피쉬훅 안쪽 계곡으로 등반을 하기 위해 오르고 중이며, 이곳은 약 2피치 정도를 빼고 등반을 할 수 있지만 난이도는 10.c 이상이라고 한다.
두 번째 찾은 미국 산 휘트니
나름 혼자 기초체력 훈련을 열심히 했다.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퇴근 후에는 수영으로 유산소 운동도 했다.
그런데 정작 등반은 많이 해보지 못해 좀 걱정이 되었지만, 선등이 아니라는 자기 위안을 하면서 개인훈련에 열중했다. 떠나기 전날 짐을 꾸리는데 여름장비와 겨울장비를 모두 가져가려니 여간 짐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짐을 꾸렸다 풀렀다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LA공항은 두 번째다.
2008년 요세미티 등반차 왔을 때 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처음이라 많이 설레었는데 그동안 나름 원정을 몇 번 더 다녀왔다고 사뭇 여유로워졌다.
LA에서는 여러 선배들의 도움으로 잘 먹고 잘 지냈다.
한 선배는 미국여행 내내 차량을 지원해준 덕분에 우리일행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LA에서 휘트니까지가는 길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와 먼 거리 탓에 꽤나 지루하고 힘들었다.
물론 운전을 했던 정욱이형과 상세형보다는 편하게 갔다.
휘트니를 뒤로 하고 아이스버그호수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러셀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휘트니 포탈에서 하루 야영을 하고 이튿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를 안내하던 레인저가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야영까지 해가며 해매다 결국 일행의 일부는 하산했고, 나와 학재형, 재형누나만 원래 계획대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베이스로 가는 길 또한 쉽진 않았다.
세 번이나 하강을 해야 했고, 하강 후 회수하던 자일이 크랙에 끼어 학재형이 다시 등반해 회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일행은 베이스캠프의 풍광에 할 말을 잃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우리일행의 고생 끝에 온 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운 베이스캠프의 풍광이었다.
베이스캠프의 바로 위에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속에는 송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낚싯대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낚싯대만 있었더라면 송어회를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런데 그 순간 만약에 낚싯대가 있었는데 한 마리도 못 잡는 것 보다는 낚싯대가 없어서 못잡는 편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야영하기 좋은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베이스캠프에서의 첫날밤을 그렇게 보냈다.
미국의 가이드북을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배경이다. 겨울철 갈수기로 호수에 물이 많지 않고 아직 녹지 않아 그 절경을 볼 수 없었다. 가장 크게 보이는 호수가 Arctic Lack이다.
아찔한 칼날능선, 낚시바늘 모양의 피쉬훅
둘째 날은 휘트니 등반을 하고 셋째 날은 피쉬훅 등반을 위해 출발지까지 정찰을 다녀왔다.
다음날 피쉬훅 등반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 당초 계획은 7시 출발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고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출발 시간이 늦어졌다.
어제까지는 내 배낭을 메고 등반을 했었는데 오늘은 학재형이 본인 배낭을 가져가자고 한다.
착용감이 좋다. 골반으로 배낭 하중이 적당히 느껴지는 것이 어깨의 부담도 덜어지는 것 같았다.
전 세계에 12개 밖에 없는 배낭이라고 하는데, 색상도 흰색이라 눈에 확 띠는 것이 맘에 든다.
어쨌든 모든 준비가 끝나고 산행이 시작된 것은 30분이 지나서 였다.
오늘은 학재형과 나는 피쉬훅 등반을, 나머지 상세형, 형근이형, 정욱이형은 휘트니 노말 루트를 등반하기로 했다.
베이스를 출발해 휘트니 노말루트 입구를 지나, 아이스버그레이크를 왼쪽으로 돌아 능선하나를 넘으니 오늘의 등반지인 러셀에 도착했다.
어제도 이곳까지 왔다가 장비만 데포해 두고 돌아갔었는데, 이유는 나와 정욱이형이 휘트니 등반 후 하산 길에 이스트버트레스 입구에 장비를 데포해둔 것을 찾아오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였다.
시간이 너무 늦어진 상황이라 우리 일행이 모두 등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되어 장비만 데포해 두고 하산했던 것이다.
어제 이곳을 등반한 명철과 재영이만 등반하고 나머지는 베이스로 돌아가 오늘을 기약했던 것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2피치정도 상단에서 학재형이 선물해준 암벽화를 신고 출발했다.
행동식은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것들을 가지고 갔는데, 그것들 보다는 아침에 정욱이형이 준 사탕이 더 좋았다.
등반하면서 녹여 먹으니 입도 덜 마르고 목도 덜 타는 것 같았다.
피쉬훅 변형루트를 오르는 김명철씨는 미국에서 5년째 거주하면서 5.13의 등반 능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피치는 직상 크랙으로 40m 정도 되는데 세로로 크랙이 많이 나 있어 손과 발 모두 홀드가 좋다.
중간 확보는 캠과 암각에 슬링을 걸어서 했다.
2피치는 직상크랙으로 오르다가 왼쪽으로 나와 페이스를 돌파하는 구간이 나오는데 고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피쉬훅 자체가 낚시 바늘 모양인데다 능선자체가 칼날능선이라 등반을 하다가도 조금만 밖으로 나오면 고도감이 상당하다.
피쉬 훅 3피치를 등반 중인 신승철씨 리지 양쪽으로 고도감이 상당하다
3피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리지 등반이다.
이곳을 보고 피쉬훅이라 이름을 지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중간 쯤에서 클라이밍 다운을 하고 다시 짧은 크랙을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나와
페이스를 등반해야 하는데 이구간이야 말로 피쉬훅 등반의 하이라이트란 생각이 들었다.
이 구간에서 느끼는 고도감은 정말 짜릿하다.
내가 선등이었어도 여기에서 이렇게 과감한 동작으로 등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학재형은 가뿐하게 돌파한 것 같은데… 그래도 살짝 겁먹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내 나름 위안을 삼아본다.
피쉬훅 3피치를 등반중, 위로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보기와는 달리 양쪽의 고도감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옥빛 호수 경치 만끽
3피치 등반 중에는 베이스캠프가 보이는데
우리가 설치한 주황색 헥사돔 두 개가 햇살이 비치는 어퍼보이스카웃 레이크와 제법 잘 어울린다.
이어지는 4피치 역시 직상크랙인데 상단크랙이 바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살짝 오버행 느낌도 나는데,
들썩거리는 돌이 몇 개 있어 조심히 올라야 했다.
4피치 구간을 오르는 신승철씨 크랙은 대체적으로 양호하다. 뒤로 보이는 호수가 어퍼보이스카우트로, 이곳이 우리의 캠프지다. 호수에서 피쉬훅 출발 지점까지 어프러치가 두 시간 걸린다.
5피치는 좌측으로 돌아서 직상한 후 우측으로 올랐다가
다시 좌측으로 이어지는 크랙과 약간의 페이스가 있는 피쉬훅 마지막 피치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시원하다. 호수가 열 개 가까이 보이는데 그 색은 전부 옥색으로 너무 아름답다.
학재형과 정상에서 방명록에 글도 남기고 사진도 찍었다.
정상에 있는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하산한 이스트리지로 올라온다.
정상에서 올라선 신승철씨가 크게 손을 들어 올려 정상임을 알려준다.
맨손으로 사진을 찍으니 정상사진 같지 않다고 해서 나도 학재형이 가지고온 깃발을 대신 들고 정상사진을 찍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영서지부 깃발을 챙겨 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과 다음엔 꼭 준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은 피쉬훅 오른쪽 리지를 따라 가기로 했다.
칼날능선인 하산길 양옆이 모두 천길 낭떠러지라 어제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조심해야 한다.
하산길 리지 끝은 모레인 지대로 이어진다. 베이스캠프에 가까워지자 멋진 뷰포인트가 나타났다.
휘트니 러셀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은 휘트니 정상이나 러셀 정상에서의 조망에 버금간다.
뷰포인트에서 베이스까지는 내리막길인데 너덜지대에다가 모래가 많아 먼지도 많이 나고 미끄러워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베이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휘트니를 배경으로한 기념사진
extreme tip
개인 확보 슬링 PAS
로프 두 동을 가지고 4명이 등반할 경우 여러 피치를 오르기에는 로프가 한 동 부족하다.
이런 과정에서 한 사람을 올리려면 로프를 내려 주어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만약 중간에 등반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개인 크램프의 기구를 이용해서 로프를 고정시켜놓고 따라 올라 갈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다 보면 중간에서 확보시 로프 크램프를 이용한 사람은 로프에서 이탈될 수밖에 없다.
멀티 피치에서의 이상적인 개인 확보는 개인 확보줄로 확보를 하고
다시 안전벨트에 묶여있는 로프로 또 한번 확보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로프 백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 상황이라면 중간의 한 명은 로프에서 이탈되어 따로 확보를 하고 있어야 한다.
백업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확보 슬링이 필요하다.
이러한 불편을 어느 정도 해결 하는 슬링이 있다. 메톨리우스에서 나오는 PAS22라는 슬링이다.
긴고리 1개와 5개의 작은 고리로 되어있어 확보시 필요한 길이로 조절이 가능하다.
기존 데이지 체인의 위험성을 개선했다.
5개의 작은 고리와 안전벨트에 연결하는 큰 고리로 되어있는 이 슬링은 길이 조절과 더블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등반 중에는 이퀄라이징(equalized)도 가능하다.
이퀄라이징의 단점인 한쪽이 빠졌을 때 슬링의 길이로 인해
추락 거리가 길어지면서 위험성을 발생시키는데 비해 이 슬링은 그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퀄라이징 확보시 길이 조절과 2차 추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슬링에 숨겨진 기능이다.
하강을 할 때 오토블록을 사용하자면
하강기의 위치가 안전벨트에서 더 위쪽으로 있어야 오토블록을 원활하게 할수 있다.
그전에는 60cm 슬링을 반을 접어 사용하고 확보줄도 따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하나 가지고 하강과 확보를 동시에 할 수 있다.
2011년 5월호에 팁으로 올린 내용에도
슬링을 이용해 이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하강을 하는것을 기고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확보줄과 오토블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글 유학재 휠라스포트 기술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