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조마조마하다.
시험 성적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과 같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어디가 안 좋다고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건 아닐까? 아무튼 그렇다.
젊을 때는 회사에서 일 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받는 것이 건강검진이었다.
올해도 내년에도 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검진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젊고 건강했으니까.
50이 넘고 60이 가까이 되니 건강검진받는 것이 겁이 난다. 매년. 받을 때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또래의 친구나 지인들도 같은 소리다.
아픈데 없나? 건강하지? 약은 뭐 먹고 있나? 가 서로에게 첫 인사다.
올해도 건강관리공단에서 하는 검사를 받았다. 기초검사와 연령에 해당하는 암 검진.
검사결과지의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과체중'
정상체중에서 과체중이 된 것은 아마도 40대 후반쯤부터였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나잇살이라고 할까.
프라이버시라 몸무게를 밝힐 수는 없지만.. 역시나 염려했던 바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치보다 조금 높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고 다만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선방했다. 체중을 줄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아직 없다고 하니 안심은 되지만.
그래도 살 빼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4년 전 다이어트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갔다가, 미용실 원장이 살을 뺀 지인얘기를 하면서 자신도 그 약을 먹고 효과를
보는 중이라고 했다. 한 번 먹어보라면서.
좀 얄미웠다. 미용실원장은 살도 안 쪘는데 다이어트한다고 해서.
(마른 사람이 살쪄서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하면 얄밉다. 나만 그런가?)
그 말에 솔깃해서... 강남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sns에서 나름 평가가 좋은 곳이다.
효과를 봤다는 댓글이 많은.
한약다이어트.. 첫 일주일은 고통이었다. 방울토마토 몇 알, 당근 오이 몇 쪽, 아몬드 몇 알. 밥은 1/3 공기.
삼시 세끼 한약을 먹으면서 먹으라는 것만 먹고. 운동하고.
집 근처 한강을 하루에도 몇 번씩 걸었다. 6개월 정도 피나는(?) 다이어트 끝에 원하던 키로수를 감량했다.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살이 빠진 당당한(?) 모습으로 친정 식구들을 만났는데..
모두들 놀란다.
"어디 아프냐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아니라고 다이어트했다고 했다.
그래도 울 엄마 걱정은 태산이었다. 환자처럼 보인다고. 보기 싫다고.
남들은 살찐 것 같다는데도 엄마 눈엔 늘 정상이었다. 그런데 10킬로 넘게 살을 뺐으니 걱정하신 것이다.
혹시나 병에 걸려서 살이 빠졌나 싶어서.
다이어트로 살도 빠졌는데.. 마침 맹장수술까지 하고 며칠 강제(?) 단식을 했더니 더 살이 빠졌다.
키 166에 oo키로까지. ㅋㅋ
성년 후 내 인생 최고로 날씬한 몸무게였다.
옷을 입으니 너무 예쁘다. 날씬한 몸매 그대로 쭈욱 살겠노라고 사이즈에 맞는 새 옷도 샀는데.
요요가 오면 절대 안 된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먹어도 된다. 살 좀 찌워야 된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쳤는데..
강철 같던 결심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텃밭에서 일하다가 야금야금 맛 들인 라면 때문이다.
일하다가 끓여 먹는 라면맛이?
"얼마나(~) 맛있게요."
다이어트 최대의 적은 밀가루인데. 그 유혹을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봇물 터지듯 예전의 먹는 습관으로 회귀(?)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도로 예전의 몸무게로 컴백이다.
이제는 자포자기와 자기 합리화의 시작이다.
'얼마나 살겠다고. 먹고 싶은 거 참고 사나?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건강하면 되지.'
4년 후. 지금
'살 좀 빼라. 뱃살이 장난이 아니다'는 남편의 잔소리(놀림)도 싫고 옷을 입어도 예쁘지도 않고..
무엇보다 건강검진결과 살을 빼야 한다는 성적표를 받고 다시 결심했다.
이 나이에 다이어트.
걸으며 바라본 한강의 모습
열심히 걷고 음식 조절도 시작했다.
이 나이에 미스코리아 나갈 일은 없지만,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기로 했다.
올 12월에는 다이어트 성공기를 올려볼 수 있으려나?
목표지향형 인간인 나의 도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 나이에 다이어트.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