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선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그 말은 수평과 수직과 직각이 정확히 맞아야 올바른 건물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그 말을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한 단 한 단 통나무를 쌓다보니 저절로 그럴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아귀가 들어맞지 않을 경우엔 다 해놓고 나서도 어딘지 어색하고 불안해보인다. 그러니 번거롭다고 해서 그 작업을 생략하게 되면 소위 '막집' 이 되기 쉽다. 아마추어가 지은 집이라도 적어도 '막집'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통나무 한 단을 올리고 나서는 무엇보다 먼저 수평을 맞추고 수직과 직각을 맞추고, 그게 정확해야만 스크류피스를 쏘았다.
연필로 계산하고 자로 재는 자질구레한(?) 일은 우리집의 유일한 여성이 했다.
웬만하면 집에서 그냥 살림이나 하거나 때 맞춰 맛있는 새참이나 해서 가지고 오라던 내 말에, 아이들엄마는 구관조처럼 입을 삐죽 내밀더니 급기야는 매일 아침 나와서 팔을 걷어부치고 내가 빠뜨린 일들을 주섬주섬 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숫제 연장벨트 허리에 척 걸치고는 드릴에 해머에, 웬만한 남자 한 몫은 거뜬히 해내는 게 아닌가! 여성이여 그대는 위대하노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내가 그 힘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는... 앞으로는 힘 쓰는 일은 모두 그대에게 맞기겠노라는 다짐....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허리가 쑤시고 팔뚝이 저리다며 꽤 오랫동안 엄살 아닌 엄살이 쏟아져 나왔다. 해서 오늘 저녁엔 특별히 아이들 엄마를 위한 위문 공연을 가졌다.
아이는 피리를 불고 나는 바이올린. 요즘 한창 피리 부는 맛에 빠져버린 어린 녀석은 제 아는 노래를 제법 멋지게 연주한다. 우리가 엄마를 위해 연주한 곡은 '엄마 일 가는 길에....' 하는 곡이다. 우리가 연주할 때 다른 두 사람은 고구마 익어가는 모닥불 앞에 앉아 가만 가만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프면 하나둘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첫댓글 부럽네요 언제나 지어 가 볼까나?
정말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