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밀리고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뒤차가 길을 비켜달라고 크락션을 빵빵거린다.
한판 싸움이라고 할 태세로 문을 힘차게 열고 나간다.
뒤 차의 운전수를 향해서 육지거리를 날리려는 순간
"임산부가 타고 있어서요, 아이가 나오려고 해요 너무 미안합니다"
.
..
순간, 부글거리면 끊어 오르던 짜증은 간 곳이 없고
화를 냈다는 사실이 미안해 지면서
앞에 있는 차들 조차도 비켜서게 하고픈 기분이 된다>
동일한 사건이나 사물을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과 대응방안이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골프를 바라보고 있나?
우리는 골프를 바로 보고 있는가?
골프가 무엇인가를 묻기에 앞서 골프 클럽을 먼저 잡고
여기까지 숨가쁘게 뛰어 온 것은 아닌가?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냥 마구잡이로 달려가기에는 골프는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 게임이다.
골프와 비슷한 운동은 무엇일까?
공의 크기로 보면, 탁구?
뭔가를 때려내는 것을 보자면, 야구?
잔디에서 바닥에 있는 스틱을 친다, 필드하키?
몸의 움직임만을 놓고 보면 각각의 운동들과 비슷한 바 없지 않다.
그렇지만
반사신경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탁구와 다르고
상대가 없는 경기라는 면에서 야구와도 다르고
정지해 있는 물체를 향한 운동이라는 면에서 하키와는 또 다르다
골프를 좀더 총체적으로 바라보면
그런 운동들과는 사뭇 다른 요소를 담고 있다.
양궁, 사격, 태권도, 검도
이런 운동들에게서 골프와 유사한 면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들 운동은
호흡이 거칠어져서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골프와 유사하고
평상심을 잃어서도 안되고, 자세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면에서도 비슷하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숨쉬기도 어려운
칼날 같은 긴장감이 고조된다는 면에서도 닮았고,
과도한 긴장감이 시합을 망치고,
잠깐의 방심이 스코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계속되는 실수를 멈출 수 없다는 면에서도
골프와 유사하다.
이 운동들의 공통점은
이름에 "道"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도라 이름하는 것은
그 운동 속에 기술의 요소보다 마음의 요소가
훨씬 큰 비중을 가지고 있고,
상대가 있건 없건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에게도 도라는 이름을 붙여야 마땅하다.
꼴도
혹은 꼴푸도!!!!
골프가 어렵다고들 하는 얘기를 듣고 있자면
골프에 대한 잘못된 패러다임에 기초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스포츠가 아닌 것을 스포츠로 이해함으로 해서
노력한 만큼, 1대1은 아니더라도 수학적으로 공식화 할 수 있을 만큼의
비례적 성과를 기대한다.
모든 운동은 흘린 땀의 양과 성과가 비례하지만
골프를 하면서 땀 흘린 양에 걸 맞는 결과를 기대해서는
결과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린다.
사격선수가 사격을 단지 스포츠일 뿐이라 이해하고,
타깃을 몰입하지도 않고 아무런 집중도 없이
마구잡이도 총을 쏘고 있으면서
쏘아댄 총알의 양을 연습이라고 이름하고
그 연습에 성과가 없다고 투덜거린다면 누가 공감을 하겠는가?
골프연습은 연습이 아니고 수련이다.
골프연습장은 연습장이 아니고 수련원이어야 한다.
함께 바둑을 둬보면 그 사람의 성정을 알 수 있고
노름을 해보면 더 적나라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도라 이름 붙여져 있는 행위들은
사람의 전부를 그대로 반영한다.
골프도 예외가 아니라서
골프의 연습과 게임은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다.
그래서 골프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기회여야 하고
골프라는 게임은 수련해야 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여야 한다.
그리고 연습장에서의 연습은 자신을 가다듬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골프는 도다.
-김 헌-
첫댓글 8월 한달은 도 닦는 마음으로 뒷동산에 올라 빈스윙만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