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 원인 통계 발표가 시작된 33년 전부터 현재까지 ‘암’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병이다. 생존율이 70%에 근접할 정도로 치료 기술이 발달했지만, 생존하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무서운 암도 있다. 생존하더라도 암은 장기간 치료를 요하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 건강수명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어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한국인 8년간 병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 <헬스조선>이 ‘9988’의 길을 모색하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80.2세보다 1.1세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세다. 8년 이상을 질환과 싸우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다.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찮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의 건강 화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9988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아프다 죽는다)’에 성공하는 법은 없을까. <헬스조선>이 연중기획 ‘건강수명을 늘리자’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PART 1 국내 암환자 현황
암, 33년 연속 국내 사망원인 1위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악성 신생물)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33년 연속 암이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150.8명으로, 2위인 심장질환(10만 명당 55.6명)의 약 3배나 됐다. 국내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1.6명(남자 328.1명, 여자 313.4명)이다. 국내 암 발생자 수는 2010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 총 22만5343명을 기록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암정보센터, 2013년)
생존율은 계속 늘어 2013년 69.4% 기록
암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의 생존율은 2001~2005년 53.8%, 2006~2010년 65.1%, 2009~2013년 69.4%였다. 특히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생존율(2009~2013년)은 91.5%, 92.5%로 매우 높았다. 위암과 대장암 생존율도 73.1%, 75.6%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완치가 어려운 암도 있다. 폐암과 간암의 생존율은 각각 23.5%, 31.4%에 불과했고, 췌장암 역시 생존율이 9.4%로 매우 낮다.
끊임없이 분화하는 세포가 ‘암’… 원인은 다양해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는 성장, 분화, 사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세포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해 끊임없이 분화만 하는 세포가 암이다. 세포 유전자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 때문일 수 있고, 석면이나 벤젠 같은 발암 물질에 노출된 탓일 수 있고,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일 때도 있다. 간암이나 자궁경부암 같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하거나, 일부 위암같이 세균 감염이 발단이 될 때도 있다. 과도한 호르몬 작용이나 노화도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은 자라나는 부위에 따라 다른 증상을 나타낸다. 위암이 있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폐암이 있으면 흉통이 생기고, 대장암이 생기면 혈변이 잘 나오는 식이다. 그런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자란 경우가 많다. 암세포는 1cm 자라는 데 5~20년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PART 2 주로 발생하는 암
‘갑상선암→위암→대장암→폐암→유방암→간암’ 순 많아
국내에서 진단되는 암 중 가장 흔한 것은 갑상선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암 발생환자를 100명으로 봤을 때 그중 18.9명이 갑상선암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위, 대장, 폐, 유방, 간 순이었다. 보통 ‘5대 암’으로는 갑상선을 제외한 위, 대장, 폐, 유방, 간을 꼽는다. 갑상선은 5년 생존율이 100%에 달하고, 대부분 초음파검사로 인해 조기에 쉽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01. 갑상선암
생존율 높은 ‘착한 암’
갑상선은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인 기도 앞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이곳에 암이 생긴 게 갑상선암인데,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까워 ‘착한 암’으로 불린다.
갑상선암은 발병해도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간혹 목에 통증이 생기거나 쉰 목소리가 나거나 갑상선이 커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됐거나, 유전적인 원인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20~30대 젊은 층 환자가 많은 암에 속한다.
갑상선암이 생기면 우선 수술로 암을 떼어내고, 부족해지는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지속한다.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추가로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02. 위암
악화 빠른 ‘미만성 위암’ 주의
위암은 위장 점막 조직에 암세포가 생긴 것이다. 세포가 자라나면 위벽을 관통하고 위 주위 림프절로 옮겨간다.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매년 약 2만 5000명이 위암 진단을 받는다. 5년 생존율은 73.1%으로 높은 편이다.
위암 발병 가능성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높다. 이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비슷한 식이습관의 공유로 인한 것이다. 지나친 염분 섭취도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위암이 유발하는 증상은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증상이 없을 때가 더 많다. 특히 조기 위암은 증상이 없던 환자가 80%나 된다. 병이 중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체중이 줄고,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고, 구토를 하거나, 흑색변을 보거나,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 받아야 하며, 증상이 없어도 40세 이후엔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위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필수다.
가족력이 있으면 40세 이전부터 2~3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20~30대 젊은 나이부터 암세포가 급격히 퍼지는 미만성 위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만성 위암은 미만(瀰漫·넓게 퍼져 있다)의 뜻처럼 눈에 안보일 정도로 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며 자란다. 진행·전이 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거의 없어 대부분 3~4기에 발견된다.
03. 대장암
식습관이 유독 영향 많이 미쳐
대장암은 위암 다음으로 환자수가 많아 국내 암 발생률 3위를 기록하고 있다. 5년 생존율은 위암 보다 조금 높은 75.6% 정도이다. 대장암은 유독 잘못된 식습관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육류를 포함해 기름기가 많은 식사를 자주 할수록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세계 각국의 연구 결과로 이미 밝혀졌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물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한 후 직장에 모아두었다 항문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시킨다. 영양 성분을 소화·흡수시키기보다 불필요하거나 유독한 노폐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각종 발암 물질을 포함한 유독성 노폐물이 모여 암세포가 자라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진 것이다.
04. 폐암
생존율 23.5%로 낮아, 예방 중요
폐암은 5년 생존율이 23.5%로 낮은 편이고, 국내 암 사망자 중 가장 높은 비중(22.8%)을 차지하고 있다.
폐암은 폐에서 암세포가 발생한 원발성폐암과, 다른 기관에서 생긴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폐로 이동해 생긴 전이성폐암으로 나뉜다.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뉘기도 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조기에 진단해 수술 치료를 하면 완치가 되지만, 소세포폐암은 성장이 빠르고 전이가 잘 되지만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는 편이다. 폐암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환자의 85~95%는 암이 많이 진행돼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을 받는다. 암이 많이 진행된 폐암 환자의 50~75%는 기침, 25~50%는 객혈, 20%는 흉통, 25%는 호흡곤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암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흡연’이 꼽힌다. 담배를 피우는 양이 많을수록, 일찍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폐암은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흡연을 시작하지 않거나 되도록 빨리 중단하고, 흡연자라면 40세 이상부터 매년 1회씩 폐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05. 유방암
치료 잘 되지만 재발률 역시 높아
유방암은 완치율이 91.5%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암에 꼽힌다. 하지만 한국유방암학회에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유방암 재발률은 6~20%나 된다. 재발은 대부분 수술 후 3~5년 내 발생하지만 25% 이상은 5년이 지난 후 생겨 평생 관리해야 한다. 특히 45세 미만의 젊은 여성은 세포 분열이 왕성하기 때문에 암 재발 위험이 높다.
국내 유방암 환자수의 절반은 30~40대로 젊은 편이다. 미국은 유방암 발병 시 환자의 평균 연령이 61세인데, 우리나라는 50세로 10년 이상 빠르다. 젊을 때부터 유방암 진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06. 간암
‘침묵의 살인자’…85% 이상이 바이러스 탓
간암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증상이 잘 안 생긴다. 하지만 생존율은 31.4%로 낮은 편이다. 간암 환자의 85% 이상은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러스 감염이 없던 환자는 과도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이 생기면 오른쪽 윗배에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고, 같은 부위에 통증이 생긴다. 황달이나 식욕부진이 찾아올 수도 있어 이런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간암은 치료가 잘 안 되지만 최근 간이식 분야가 발전해 주목받고 있다. 국립암센터 김성훈 장기이식실장은 “간이식은 간암세포를 제거할 뿐 아니라, 암이 생기게 한 병든 간을 새로운 간으로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라며 “최근 10여 년에 걸쳐 간이식 기술이 발전해 간이식 후 5년 생존율이 60~80%에 이르고, 조기 간암의 경우 생존율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PART 3 암 예방법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 인터뷰
“생존율 높아졌다고 위기의식 버리면 안 돼…젊을 때부터 생활습관 철저히 관리해야”
최근 20~40대 절반 이상이 암 예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암은 곧 사망’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보다 쉽게 치료된다는 인식이 늘고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암이 나이 든 사람에게 주로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성은 5명 중 2명, 여성은 3명 중 1명이 일생 중 한번 암을 겪습니다. 암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고, 가족 단위로 보면 암환자가 없는 가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을 때부터 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국민 암 예방 수칙’에 따른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암 발생 위험이 40% 정도 낮아집니다.
암 예방을 위한 여러 생활 습관 중 더 강조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암 예방의 핵심은 금연과 절주, 감염 예방에 있습니다. 위암의 경우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게 확인되면 균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지요. 간암 역시 B형간염바이러스로 인한 만성간염으로 시작해 간경화, 암으로 이어지는 게 가장 흔한 발병 기전입니다. 따라서 B형간염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합니다. 자궁암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백신을 미리 맞는 게 중요합니다. 이밖에 금연과 절주가 중요한데, 특히 지난해까지는 국가가 권고하는 ‘국민 암 예방 수칙’에서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의 음주량이 허용되던 것이 올해 완전한 절주로 바뀌었습니다. 소량의 음주도 일부 암에서는 발생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층이 주의해야 할 게 있다면요?
국내 유방암 발병연령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임신이 늦어지면서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진 것을 원인으로 봅니다. 실제로 제 주변 30~40대 젊은 여성 의료진들 중에도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따라서 젊은 여성들도 스스로 가슴에 멍울이 있는지 없는지 자가진단해보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궁경부암 역시 젊은 연령에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국가의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 연령도 만 20세 이상으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미리 맞기를 권합니다. 이밖에 젊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과음하기 쉬우니,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40대 중년층도 암 발생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50~60대부터는 암이 잘 생기는 연령대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암 예방 생활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40대부터 발병률이 늘어나는 암이 많은데, 이들은 20~30대와 비슷하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 경각심을 갖고 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50대 이상에서는 특히 어떤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할까요?
짠 음식을 피하십시오. 우리 국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소금섭취량의 3배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입맛이 둔해지면서 짠 음식을 더 쉽게 먹게 되죠. 젓갈류 같은 짠 음식을 피하세요. 운동은 필수입니다.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새벽에 일어나서 실내 자전거 타기를 매일 거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 전문의로서 전립선암 예방을 위한 조언을 해주십시오.
전립선암은 갑상선암과 함께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입니다. 갑상선암은 진단이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오히려 환자수가 줄고 있는 추세로 접어드는 반면, 전립선암은 20년 후면 국내 남성 암 1~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조기에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92%일 정도로 치료가 잘 되는 암에 속합니다. 따라서 40대 이상 남성은 주기적으로 전립선암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합니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곡류나 채소, 과일 같은 식물성 식품을 먹는게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 암 예방을 위한 또 다른 권고사항이 있나요?
암을 이미 겪은 사람들은 2차암 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2차암이란 암에 걸려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원발암의 재발이나 전이가 아닌 새로운 암이 다른 장기에 발생한 것을 말합니다. 암이 한번 생긴 사람은 암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또 다른 암이 생길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 공공연히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평소 암 예방 수칙을 지켜 또 다른 부위에 암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함은 물론, 주기적인 암 검진을 받으면서 조기발견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