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3년 04월27일
누구와 : 산악회 회원들
어디로 : 선운산(336m)
4월 첫 주 백운산 및 월출산을 다녀오고 나서 토요일 일요일은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13일과 14일은 가족과 덕유산 휴양림에 입소 오붓하게 보냈고 덕유산 인증까지 했으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고 지난주는 잔치가 여기저기 있어 바쁜 한 주였다. 토요일에는 친척집 결혼식이 서산에서 있어 고향에 다녀오고 일요일은 먼저 하늘나라에 가있는 친구의 여식 혼사가 있어 정기산행도 참석하지 못했다. 참으로 누구보다도 친했던, 항상 힘들 때나 기쁠 때 서로가 마음을 주고받았던 친구인데 불의의 사고로…… 아들과 딸 남매가 착하게 장성해서 가정을 꾸린다고 아빠 친구분들에게 꼭 와서 축하해달라고 했다는 애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아 친구들과 과음한날이었다. 그리고 27일은 형제들 모임이 계획되어 있어 40명산 산행은 한 주 쉬는 것으로 회원들에게 통보했지만 월요일이 되면서 매제의 연락이 왔다. 『이번 주는 주꾸미가 안 잡히고 셋째누님댁은 집안일로 참석이 어렵다 하여 다음으로 연기한다고.』 속하게 승호에게 27일 시간된다고 연락하니 자기들끼리 공주를 거쳐 선운산에 가기로 했단다. 다행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과 동시에 공주로 고고싱~ 오랜만에(?) 후배들과 회포를 풀고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간에 기상하여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하여 밖으로 나오니 쑥이 지천이다. 고요 속에서도 간간이 들여오는 산새소리며 약간의 물안개 비슷한 봄기운의 느낌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주변에 널려있는 쑥도 채취하고 진달래 꽃, 벚꽃, 찔레꽃등 한 다발 꺾어서 커피포트에 장식하여 식탁에 놓으니 집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다. 장용숙 사무국장이 준비한 쑥 국에다 산책하며 채취해온 쑥까지 넣어서 구수하게 해장국을 준비하니 그 맛에 맥주로 해장 한잔 들이킨다.ㅋㅋ 역시 공기 좋은 곳은 기분도 좋게 만든단 말이지…
전남 고창군 아산면에 위치한 선운산은 일명 도솔산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유명한 사찰의 이름을 따서 선운산이라고 불리고 있다. 해발고도는 그리 자랑할 높이는 아니지만 육산과 바위산이 아주 조화롭게 위치해 있어 호남의 내금강이라고도 불러지는 산으로 주위에 경수산(444m)과 개이빨산(346m), 그리고 청룡산(314m) 등이 있다. 산행코스로는 대략 4개 코스가 있는데 대부분 관리사무소를 기점으로 도솔암, 석상암, 경수산, 도솔제(저수지)을 통하여 정상을 다녀오는 코스며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정도 소요되며, 코스마다 멋진 풍광과 관광명소가 있어 능력별로 코스를 선택하여 산행하면 된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서해와 곰소만이 있으며, 해안에 인접해 있어 내륙에 위치한 산보다는 일이백 메타가 높아 보인다. 1979년 12월에 이 일대 43.7㎢가 선운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선운사 뒤에는 울창한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84호)이 펼쳐져 있으며, 봄에는 꽃 병풍을 이룬 계곡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룬다. 사찰 창건 당시 동백열매의 기름을 이용 등유로 사용하고 화재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심은 나무가 지금에 와서 명소로 이름나 있으며 전남 영광에 위치한 불갑산에서 유명한, 이곳에서도 조금씩 유명해지는 꽃이 있으니 바로 상사화다. 상사화는 석산 또는 꽃무릇이라 불리기도 하는 수선화 과의 꽃으로 그 붉기가 동백꽃에 뒤지지 않는다. 8~9월이면 선운사 일대와 마애불이 있는 도솔암까지 3km에 이르는 골짜기 주변에서 피어 장관을 이루는 선운산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상사화에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옛날 한 여인이 선운사에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스님 한 분에게 연모의 정을 느껴 그만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고 한다. 시름시름 앓던 그 여인은 결국 죽고 말았고 그 죽은 여인이 상사화로 다시 피어났다는 이야기이다. 봄에 잎이 피어나며 개화시기가 되면 잎이 떨어지고 꽃이 피기에 그런 이름으로 불린다. 다른 식물은 잎과 꽃이 같이 피고지는 데…… 하여 든 사시사철 볼거리와 관광명소가 있고 미당 서정주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고창 선운산은 관광을 겸한 가족 산행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10시30분 선운산 주차장에 도착 어제 저녁 즐거웠던 기억보다 오늘 산행해야 하는 일들이 걱정이 앞서니 오늘은 간단하게 산행하자고 결론부터 내린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씨가 산행하기에는 조금 더울 듯 11시 좀 지나 우체국 수련원이 위치한 곳으로 임도 따라 진행하다가 코스를 수정하자며 다시 백한다. 이 코스는 경수산을 경유하는 코스이며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 안 해도 되는 약간의 긴 코스로서 우리는 2시간 정도 단축되는 석상암 코스로 정하고 다시 생태 숲을 지나 선운사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에서 거금을 투자한다. 1인당 3천원을 지불하고 도솔산 선운사라는 일주문을 지나 성보박물관 담장을 끼고 마이재 1.4Km이정표 앞에서 우측으로 산행이 시작되며 한동안 잘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를 진행한다. 석상암 입구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MBC 인기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라고 하는 차 밭이 조성되어 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지 황폐해져 가는 차 밭의 모습에 바로 전에 지나오면서 보았던 차문화 체험 관은 어디에서 찻잎을 조달해서 사용하나 사뭇 궁금하다. 그래도 주변에 계속 무엇을 조성하는지 포크레인의 큰 입이 위 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굉음을 내며 한창 여물어가는 봄기운을 훼방 놓은 듯하다. 11시30분 석상암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좌측으로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으며 무수한 리본이 달려있다. 잠시 휴식하며 상의를 벗어 배낭에 넣고 산속으로 들어가니 이제부터 살 것 같다. 실록이 막 시작되는 관계로 나뭇가지를 조금만 자세히 들어다 보면 오묘함의 극치다 연분홍색으로 조금씩 옴터오르는 모습들을 볼라치면 그 한겨울의 추위에도 잘 버티고 바깥세상 삼라만상의 우주 속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한 인간으로서 상상이 안 간다. 자연의 오묘함에 이해가 갈듯 말듯, 그러면서도 더욱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어떤 매듭으로 풀 것인가? 그래서 종교가 있고 도인이 있는가 보다. 바로 앞의 인간사도 풀어나가지 못하는 평범한 범인으로서는 그냥 그 아름다움만 의미해야 될 듯 마이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계곡의 조용한 물 흐름도, 조금씩 푸른색으로 덮여가는 싱그러운 계절에 우리 일행만이 오붓한 산행이 이루어진다. 너덜 길과 경사 길을 30여분 진행하여 마이재 능선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 경수산에서 오는 산객들과 만나며 이제부터 등산로가 제법 복잡해지며 주변에서는 벌써 점심 먹는 산객들이 눈에 들어 오며 우측 진달래가 곱게 피어있는 가장자리에 애들과 동행한 주부 두 분이 과일이며 김밥을 펼쳐 놓고 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 와 사진을 찍으니 화사한 모습으로 답을 해온다. 역시 봄이라는 계절은 모두가 긍정의 마음을 만들게 하나보다. 함박 웃는 모습이 긴 여운을 남기며 동네 뒷산 오솔길을 걷듯이 편안한 등산로가 한동안 이어지다 약간의 너덜이 나타나며 경사 길이 이루어지다 좌우로 조망이 열리며 선운산 정상인 수리봉(336m)에 도착한다. 높이로 보면 경수산이 444m이며 개이빨산(견치봉)도 346m으로 도솔산(수리봉)보다 높이로 봐서는 주인 격이 아니지만 선운사를 품고 있어 그렇게 된 듯 선운산은 사찰과의 관계도 깊다. 도솔이라는 뜻도 불교의 용어로서 일주문에도 도솔산 선운사라고 현판 되어 있는 모습을 산행 초입에서 보았듯이 하산하면서 관광해설자에게 문의를 해 볼 량으로 정상에서 우리들은 또 하나의 인증을 확인하고 개이빨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등산로 좌우로는 산벗꽃이 군무를 이루는 산세와 멀리 가물거리는 서해바다 뻘 밭의 은빛 색깔도 느끼며 수리봉에서 조금 더 진행하여 점심식사를 오랜만에 약식(? 우리는 산행하면서 점심식사는 맛있게 즐겁게 거나하게 그렇게 해결하는 버릇이 있어)으로 해치운다.^^ 그래도 30분이 지나 오후 1시 주변에서는 한참 맛나고 즐거운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들을 뒤로 10분 정도 진행하여 포갠바위를 지나며 좌측으로 바위가 있어 조망이 열린다.
산 언저리에 반듯하게 자리한 선운사며 멀리 주차장의 수많은 차량들을 보며 전방의 도솔제가 만수 되어 농사철을 기다리는 모습을 뒤로 눈을 우측으로 좀 더 돌리면 선운산에서 최고로 조망이 좋다는 낙조대와 천마봉 뒤로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병풍바위 철 계단이 멋진 모습으로 조망된다. 해발 높이는 얼마 안 되는 산이지만 역시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의 명산에 속한다. 좋은 모습을 바라보면 모두 좋은 마음이라고 아침에 힘들었던 모습들은 모두 어디로 날려보냈는지 건강한 모습들이다.ㅋㅋ 긴 조망 후 숲 속으로 진입 목재계단을 이용 내려서니 참당암과 선운사 갈림길이 나오며 소리재를 지나 용문굴과 마애불상이 있는 코스로 가보고 싶지만 오늘은 포기를 하고 우리는 선운사 길로 진달래꽃이 조금씩 떨어진 숲길을 지나 오후 1시30분 임도로 내려선다. 우측으로 꺾어서 계속 올라가면 진흥굴 앞에서 살아가는 600년정도 되었다는 반송인 장사송(천연기념물 354호)과 도솔암도 볼 수 있지만 포기하고 생태공원 따라 내려간다. 도로주변에는 석불도 세워져 있고 돌을 기이하게 세워 놓은 돌탑들도 지난다. 힘들게 세웠을 돌탑을 바라보며 저것을 세우기 위하여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며 무엇을 염원했을까 만은 어처구니 없게도 오늘은 지나오며 안 좋은 모습을 목격한다. 여자 둘이 세워 놓은 돌탑에 돌 하나를 더 세우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남이 힘들게 세워 놓은 돌탑을 기어코 무너트리고 만다. 세운이가 다시 찾지 않으면 모를까 다시 찾아와 그 광경을 볼 때면 얼마나 허탈할까 생각하며, 자기들도 미안한지 자리를 빨리 피한다고 옆에 있는 탑 하나를 더 쓰러트리고야 만다. 산행 후 집에 귀가 우연히 방송에서 보니 자전거며 무엇이던지 세우는 『밸런싱 아트』라는 퍼포먼스의 한 방법으로 그런 예술가들이 세워 놓은 탑인 듯 다음에 와서도 세울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느끼며 그래도 남이 정성들여 세워 놓은 탑을 보며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이 생각 저 생각 복잡한 마음을 뒤로 만우가 기다리다 같이 내려오며 어느덧 선운사 사천왕천왕문에 도착 선운사 대웅전 뒤에 울창하게 살아가는 동백의 웅장한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왔으면 그 유명한 동백꽃을 볼 수 있었겠는데 후회해보지만 일정이 그렇게 짜여 있으니 다음에 한번 더 올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곳 동백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 될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사찰 창건 당시 동백열매의 기름을 이용 등유로 사용하기 위하여 식재한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최 북방에 위치해 있는 자생지로서 학술적 가치가 중요하다 하겠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 서니 석가탄생일이 다가오며 연등이 즐비하게 장식되어 있다. 선운사의 창건에 대하여는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하나는 백제시대 위덕왕 24년에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에서도 화자 되었던 검단선사에 의한 창건 설과 또 다른 하나는 신라시대 진흥왕의 왕사였던 의운국사의 창건 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조선 후기의 사료에는 모두 신라시대 때 창건하고, 검단선사가 중건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적기에 기록되어 있는 규모로는 창건 당시 국내 제일의 가람이었다고 전해온다. 검단선사의 이름이 화두 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도솔암 위쪽에 위치해 있는 마애불(보물 1200호)의 비결록이다. 설에 의하면 마애불 작업을 끝내고 검단선사가 비결록을 배꼼 부근 감실에 넣어 놓았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조선말 전라 관찰사로 부임한 이서구라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듣고 마애불의 감실을 열어 봤다고 한다. 감실이 열리자 폭우와 뇌성이 일어나 그대로 닫았는데 책 머리에 『후세에 전라 감사 이서구가 열어 본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며 19세기 말 동학농민혁명 당시 접주인 손화중이 이 비결을 가져갔다고 한다. 이 비결에는 『5백 년 조선왕조의 시운은 이 비결을 손에 넣는 자에 의해 끝나게 될 것이다.』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학농민혁명이 성공을 했을 것인데 미완으로 끝난 것은 한번 열어 본 것이기 때문인가? 하여 든 도솔암 주변에 자생하는 초가을이면 붉은색으로 피어나는 꽃무릇의 애 듯한 숙명과 무엇이 다를까. 일주문 앞에 매표소가 보이고 만우가 문화유산해설자 앞에 서서 도솔산과 선운산에 대하여 알아본다. 안내 책자에 있는 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전해주며 감사하단 말 전하고 바로 앞 『선운산가 비』를 지나 이곳 고창 출신의 미당 서정주님의 시 탑에서 그 음률을 음미해본다.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선두는 언제나처럼 빠르게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주변에는 이것 저것 볼거리도 많지만 대충 눈도장만 찍고 그들의 뒤를 따라 잡아 주차장에 도착하여 고창에 왔으니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먹고 가자 종용, 예전에 와이프와 방문했던(금단양만 : 563-5125) 곳을 찾으니 그때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놓고 식당 운영을 했던 곳이 지금은 반듯한 3층 건물을 지어 놓고 장사를 한다. 비싸지만 맛이 있는 장어에 서비스로 주는 복분자 주 한잔으로 이틀간의 추억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