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어린 시절 아버님은 시장에서 어렵게 강아지 한 마리를 사 오셔서 키우셨다.
누런 색 토종 개는 꼬리를 치면서 살을 찌워갔다.
복날이 오면 아버님은 그 개를 잡았다.
그리고 개장국을 끓여 온 가족이 먹었다.
어린 마음에 쓰다듬어 주고 같이 뛰놀기도 했던 누렁이를 잡아 먹는 일이 깨름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니 그것이 옳다고 여기고 식구들과 맛있게 먹었다.
어느 핸가는 그렇게 키우던 누렁이가 집을 나갔다.
아버님은 틀림없이 호랑이가 물어갔다며 동네사람들과 함께 호랑이 발자국을 추적하기도 하셨다.
지금은 아버님 어머님 모두 돌아가시고,
형제들이 모두 자녀와 손자손녀를 거느리고 있다.
세월도 많이 흐르고 세상도 많이 달라지고 우리들의 가치관도 엄청 변했다.
나는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을 키워온 지가 20여년이 된다.
요크셔테리아를 키우다가 아파트를 나간 것을 찾지 못했었고,
이후 잉클리시코카스 파니엘을 샀더니 너무 활발하여 페키니즈로 바꿔서 12년 키웠다.
페키니즈는 자연사했고, 딸아이의 생각대로 내가 산에다가 묻어줬다.
페키니즈를 묻어주고 곧바로 갈색 포메라니안을 70만원 샀다. 2012년에,
이 녀석을 키우고 있는데, 어린시절 배변훈련을 잘못해서 배변이 엉터리이고,
짖는 소리가 날카롭고 크다.
겨울에는 창문을 꼭꼭 닫고 사니까 괜찮은데, 여름되면 이웃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아내와 상의 끝에 동물병원에 주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가 데려다 주러 갔는데,
"여보! 밍밍이를 주고 지금 내려왔는데, 기분이 영 아닌 것 같고 이상해!"
그러면서 울먹인다. 나원 참 기가 막히다. 아내의 그런 기분이 내게 전달되니 나도 그랬다.
"여보! 다시 가져 와! 생명있는 것을 그렇게 내다 버리듯이 하기가 그렇다! 키우자!"
아내가 다시 밍밍이를 찾아가지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1년을 또 키웠는데,
금년 여름이 또 문제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어서 밤새도록 길고양이 녀석들이 집을 뱅뱅 돌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밍밍이는 날카로운 소리로 짖어댄다.
당초에 밍밍이를 사 온 애견센타에 가져다 주면 밍밍이는 죽을 때까지 울 안에 갇혀
새끼만 낳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시골에 사시는 분이 키우겠다고 달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밍밍이는
마당에서 먹고 자고, 이를테면 '똥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할까?
애완견 성대 수술이 떠올랐다.
그동안 애완견 성대 수술은 동물학대라는 생각에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 여름 밤잠을 포기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애완견 성대 수술은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했다.
비용을 알아보니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밍밍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로 정해졌다.
시골에서 키우겠다는 분에게 주어 마당에서 크는 똥개로 보내기
애완견 센터로 보내어 평생 철망에 갇혀 새끼를 낳도록 하기
동물병원에서 성대수술을 해 주기
세번째 성대수술로 결정을 하고 30만원을 들였다.
과연 목사인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
30만원을 불우한 사람에게 써도 부족할 판인데 말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55년 생들은 참으로 격한 가치관의 변천을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에서 강아지 한 마리 사서 잘 먹여 복날 잡아먹던 어린 시절을 거쳤는데,
우리 밍밍이는 2012년에 70만원에 구입하고 30만원에 성대수술을 했으니
100만원 짜리가 되었다.
생명이니까!
아직도 약간은 가치관의 혼란이 있지만, 아내도, 시집간 딸도 세 가지 방식 중에서
제일 잘했다고 해 주지 않을까?
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