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무역・한국무역협회충북지역본부 공동 기획
충청북도는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도 무역업체 수가 매우 작은 편에 속한다. 수출업체는 1000개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충북도의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전자카탈로그 같은 해외마케팅 툴 지원부터 해외전시회나 수출상담회 같은 직접마케팅 지원까지 연중 쉴 새 없이 진행된다. 당연히 성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수출부진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의 수출은 올 들어 5월까지 2.5%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100억 달러를 돌파한 수출이 올해는 목표치인 17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수출기업들의 해외마케팅 성공 사례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홍콩 코스모프로프(COSMOPROF)’는 세계 4대 뷰티박람회로 꼽힌다. 2015년 11월 11일부터 3일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2015 홍콩 코스모프로프에는 42개국에서 2400여개 기업, 약 6만 명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곳에 충청북도 옥천군에 소재한 중소기업 (주)금천도 작은 부스를 하나 마련했다.
(주)금천의 부스는 충청북도와 충북테크노파크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충북도와 테크노파크는 단순히 부스비만 지원해 준 것이 아니라 바이어 사전 섭외를 비롯한 참가 준비부터 전시물품 수송과 부스 인테리어 등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충북도관’이라는 이름의 단체관에는 금천을 포함해 7개의 기업이 부스를 꾸미고 참관객과 바이어를 맞았다. 세계적인 박람회인 만큼 참관객도 바이어도 많았다.
현장에서 연간 100만 달러 계약하는 저력
전시 둘째 날 금천의 부스에 바이어가 찾아왔다. ‘Skill Faith Limited’라는 현지 회사의 바이어였다. 이 바이어는 금천에서 출품한 화장품과 의료기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박현종 대표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사전에 섭외된 바이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데, 이 바이어는 이날 그저 우연히 들른 바이어였다. 그런데 ‘감’이 왔다. 3년 넘게 해외전시회를 다니다 보니 박 대표의 눈썰미도 ‘바이어 감별사’ 수준이 됐다. 진성 바이어였던 것이다.
그렇게 진행된 상담은 코스모프로프가 끝나고도 지속됐다. 마침내 2016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16)에서 금천은 게르마늄 비누와 견운모 팔찌 등을 100만 달러 상당 수출하는 내용의 가계약을 이 바이어와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금천은 바이어에게 4차례나 샘플을 보내는 등 최선을 다해 사후관리에 임했다. 바이어도 테스트 마켓에서 점검을 끝낸 상황이었다. 금천은 이미 올해 첫 물량을 실어 보냈다. 이번 계약에 대한 수출은 2017년까지 2년에 걸쳐 이뤄진다. 양사는 이후에도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물량을 수출하는 계약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견운모를 기반으로 한 독특하고 뛰어난한 제품들
(주)금천은 1988년 설립된 금천자원개발을 모태로 2010년 출범했다. ‘견운모’라는 특수 광물을 채광, 이를 원료로 가공해 기능성 화장품, 비누, 팔찌, 목걸이, 온열기, 침대 등 건강상품을 생산, 판매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3~4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해외마케팅에 나서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스페인, 홍콩, 우크라이나 등 8개국에 견운모 클렌징 팩, 게르마늄 한방비누, 의료기기 등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견운모는 나이테 문양을 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견운모인데 뛰어난 기능성으로 항균, 탈취, 원적외선 방출, 음이온 방출, 전자파 차폐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공 개선, 각질 및 피지 제거 등의 기본적인 효능 이외에도 혈행 개선 같은 특별한 효능을 발휘해 화장품, 의료기기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최고의 원적외선 방사체로 미네랄 함량이 풍부해 서울 강남 유명 스파와 명동의 R호텔, 제주의 유명 S호텔에서 옥천 견운모를 이용한 프로그램 운영과 제품을 사용, 판매하고 있다. 특히 기적의 샘물이라고 하는 프랑스의 루르드 샘물보다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박 대표는 아버지이자 회사 설립자인 박재구 전 대표가 광물질을 활용한 1차 산업에 종사했던 틀에서 벗어나 화장품과 의료기기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뛰어들었다. 금천 견운모는 천연 게르마늄이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원적외선 효능도 갖추고 있어 이 회사가 만든 기능성 비누는 △각질 개선 △피지량 개선 △모공 개선 △안면 리프팅 △혈행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금천이 보유하고 있는 견운모 광산 규모는 277ha로, 약 84만평 수준이다.
해외전시회를 통한 인연의 연장
(주)금천은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미국, 홍콩, 스페인 등에 대한 수출은 대부분 ‘해외전시회를 통한 인연의 연장’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12년 11월 금천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캔톤페어(Canton Fair, 중국 국제수출입상품교역회)에 참가했다. 이 때 중국 연태시에 위치한 ‘영동진출구(유)’라는 회사의 관계자가 당시 중국 연태시 당국 관계자와 함께 금천의 부스를 찾아왔다. 이들은 모두 금천의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금천과 영동진출구는 그 날 이후 1년 가까이 긴밀한 추가 협의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2013년 캔톤페어에서 금천은 영동진출구와 5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2006년 일본에 소량의 비누를 수출한 이래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꾸준히 수출을 진행해 왔지만 이런 큰 규모의 계약은 처음이었다.
그 1년 사이 두 회사는 중국에서 개최된 여러 전시회에서 얼굴을 맞대기도 했고, 영동진출구 관계자와 중국 연태시 보세항구 재정국 관계자가 직접 내한해 금천의 광산, 연구소, 생산시설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 연태시는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한국 기업을 중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 중이었고 금천이 ‘간택’되었던 것이다.
지자체의 지원이 빚어낸 계약
이후 연태시는 (주)금천에 전폭적이고 전향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태시 보세항에 있는 상설전시장을 2년 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는 한편 여러 행정적 지원도 보탰다. 연태시 보세항에서의 상설 전시 및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며 이는 곧 중국의 바이어 발굴에 매우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현종 (주)금천 대표는 “당시 성과가 두 회사만의 단순한 수출입 거래 성사가 아니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뒤에 지방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금천은 그동안 충청북도와 옥천군,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 충북테크노파크,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으로부터 해외마케팅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받았다. 거래 성사의 계기가 된 캔톤페어 역시 충청북도와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의 지원 아래 참가한 것이었다. 중국의 영동진출구도 중국 연태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제품의 중국 진출에 힘써왔다.
일반적으로 수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두 거래 당사자 간에 신뢰와 신용을 확인하기 위해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양사가 모두 지방정부와 유관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검증’된 기업이어서 이와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적이고 실무적 협의를 통해 만 1년 만에 중국 정식 통관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본전’ 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
수출기업의 해외전시회 참가는 당장 가시적인 소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출기업들은 이럴 때 ‘본전’ 생각이 난다. 전시회 참가 준비, 그리고 현장에서 들인 노력과 비용이 얼마인데…. 그래서 다음 번 해외전시회에도 참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도 그런 때가 있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연간 10~17차례 전시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했지만, 별 소득 없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믿음이 있었다. 자사 제품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전시회 반복 참가가 가져다 줄 기회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이 따르고 있다. 금천이 해외전시회 참가 등 본격적인 해외마케팅에 나선 것은 3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 싱가포르, 미국, 홍콩,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전시회를 통해 발굴된 바이어들에 대해서는 추가 오퍼와 상담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비록 아직 초기 오더이긴 하지만 수출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며 “이것이 지역의 고용 창출과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은 세계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품질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인정도 받고 있다. 2013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HBA expo에서는 28대 신생브랜드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받았으며 아시아에서는 단독으로 초청전시를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에 공을 돌렸다. “바이어들은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후광을 보고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에 신뢰를 가지게 됐다. 지역의 조그마한 벤처기업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충북도청과 옥천군, 그리고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의 후원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금천견운모를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석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