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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익숙해졌을 법도 하건만.......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 순간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말이다.
가만있어봐....... 이제 내 나이가 얼마지? 그럼 당신 나이는 얼마가 되는 거야? 에이 그딴 거 생각하지 말자. 아무리 그래봤자 우리 사이에 놓인 94일의 차이가 변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94일이 별거 아니라고? 헐. 그래도 나는 60년 끝자락 생이고 당신은 해를 넘겨 61년생 이라고....... 그러니까 오!!! 빠!!!(개뿔. 무슨 얼어 죽을 오빠 타령은)
2024년 1월 1일 새벽 4시 40분, 소소한 도구와 이부자리를 꺼내들고 살며시 고요가 내려앉은 아파트 주차장을 나선다. 큰 짐과 장비는 어제 미리 실어 두었었다.
자명종 시계가 없고 알람 소리가 없어도 우리가족은 머릿속에 새겨놓은 필요한 시간이 되면 저절로 잠자리에서 깨어 일어나는 아주 특이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터라, 4시가 지나자 자동으로 일어나 컴퓨터부터 부팅을 했다. 날씨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023년의 마지막 날 전국적으로 흐리고 눈이 내려서 해넘이를 볼 수가 없었다. 그 눈이 새해 첫날 새벽까지 예고되어 있었다. 대충 이야기하자면 새해 일출도 물 건너갔다는 예고가 어제 종일 이어졌었다. 새벽 4시의 예고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동해안 전 지역과 제주도까지 흐리고 낮은 구름으로 인해 2024년의 새해 일출은 볼 수가 없을 것이라는 어제와 똑같은 예보뿐이다. 육지 내륙의 경우도 대부분 낮은 안개로 일출을 보기 힘들 거라는 예보뿐이다. 결론은 금년의 해넘이와 해맞이는 말 그대로 폭망(꽝)이 되었다는 결론이다.
그동안의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에서 우리는 줄기차게 ‘일출이나 일몰에 그리고 분수 쇼에 목숨 걸지 말자’라는 주의를 고수해온 처지로 2024년의 새해 일출이 전혀 남다를 리가 없었는데....... 동해안과 제주도의 일출 명소를 가진 지자체들이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해넘이 행사와 해맞이 행사를 준비했으며, 말꼬리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던 행사를 재개한다고 난리법석들을 떠는 바람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제부터 일기 예보에서 이번 행사가 자칫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리지 않았던가?
우리가 동해안 연곡 솔향기 캠핑장으로 겨울캠핑을 가기로 한 달 훨씬 전에 이미 예약을 해 놓았던 터라 가기는 가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새해에 떠오르는 해는 1월 1일이 되었건 2일이나 3일이이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그해나 저해나’ 똑같은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 심보라는 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좀 그런 면이 있다. 특히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심성을 가진 내게는 말이다.
‘하늘이 날씨를 휘정거려서 일출을 볼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이런 뜬금없는 어깃장 심보가 잠자리에 들면서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동해안에 내려앉은 구름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배를 타고 그 구름이 벗겨진 태평양까지 나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 이유로 동해안에서 제주도까지 해안에서의 일출은 완전히 새(꽝)됐다. 다음으로 내륙에서의 일출도 낮은 구름과 안개로 보기 힘들 것이라는데...... 그럼 그 안개와 낮은 구름을 밀어내거나 극복하는 방법이 없을까? 순간 함백산 정상 전망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구름위로 올라가면 해가 구름을 뚫고 떠올라오잖아. 예전에 함백산 정상에서 맞이했던 운해 위로 펼쳐진 일출 광경이 생각이 났다. 한반도 남쪽에서 세 번째로 높은 함백산 정상....... 그때 나는 내 차를 끌고 전망대까지 올라갔었는데...... 아뿔싸! 지금은 차량통행이 완전 통제되었고, 이틀간 대설주의보 속에 폭설이 내렸으니........ 절대불가능! 그때 다시 떠오르는 기발한 생각........ 1년 365일 중에서 뻥 뚫린 맑은 하늘을 가장 여러날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를 선택해서 만드는 거대 시설....... 그것도 우리 집에서 목적지 강릉으로 가는 이동선 중간에 위치한 그곳이라면, 아마도 이런 날씨임에도 새해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은 바로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였다. 이런 기상상황의 한반도 남쪽에서 낮은 안개와 구름을 발아래 두고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에 하나가 바로 <별마로 천문대>라는 확신이 섰다.
제천을 지나 영월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이틀간 대설주의보가 내렸더니만 역시나 우리고장과는 전혀 다른 설원풍경이 헤드라이트 불빛 너머로 스쳐 지나간다. 영월읍내 편의점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마시면서 미끄럽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아뿔싸!!!
한참이나 정체된 차량행렬이 느닷없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별마로 천문대> 이정표를 막 보고 지나온 시점이었다. 이 벽두새벽에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는 뜻이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이곳 영월 인근의 현지인들이 태반이겠지만 말이다. 내비게이션을 검색하니 천문대 주차장까지 약 6km가 남았다고 한다. 10분 정도를 서 있었는데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천문대까지는 1차선 포장도로이다. 혹 마주치는 차량이 있다면, 지금의 미끄러운 노면 상태로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인데, 이렇게 유추하자면 이미 수많은 차량들이 올라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는 뜻이 된다. 그랬다가 일출이 끝나가는 여덟시쯤이 되면 이젠 반대로 내려오는 아비규환 지옥이 펼쳐 질것이 뻔하다.
'뭐해? 제 길 찾아가야지?'
기껏 찾아왔더니 정초부터 말짱도루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평창 지방도로를 달리다보니 날이 새기는 했는데 더없이 우중충한 흐린 날씨다. 간간이 눈발도 날린다.
휴게소에 들려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그냥 대관령을 넘어가기에는 좀 뭐해서 대관령 목장이나 삼양목장에 들려서 제대로 눈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자고 방향을 돌렸다. 그러자 큰 손녀 태리를 데려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다시 진하게 피어오른다. 사실 이번 여행은 큰 손녀 태리와 겨울 구경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 계획한 것이었다. 제대로 춥고 눈도 아주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바랬었다. 바램대로 눈은 폭설로 내려주었고 날씨는 포근하기만 한데...... 아쉽게도 태리가 없다. 태리가 빠진 여행이 되고 말았다.
신년 새해에 손녀랑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강릉 솔향기 캠핑장에서 겨울캠핑을 마음먹고 오래전부터 계획을 했는데....... 아!!! 글씨...... 근자에 여기저기서 캠핑장 사망사고가 연실 매스컴에 화제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모두가 텐트 속에서 이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였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겨울캠핑을 포함한 노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아들 며느리가 저희 딸을 걱정하는 마음을 외면하고 무작정 데리고 나올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근자의 캠핑장 사고만 없었어도 지금 우리 손녀 태리가 뒷좌석에 타고 있었을 텐데........ 우기면 데려올 수는 있었겠지만....... 아들 며느리가 밤새 마음 졸일 생각을 하니 차마.......
그랬는데........ 이거 안 되려면 뒤로 나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우리 손녀들 이바구를 나누며 삼양목장 입구에 다가가는데........ 제설차가 곳곳에 열심히 오르내리고 겨우 도착한 목장 입구에 또 길게 차량행렬이 늘어 서 있다. 한참을 기다리고 서있는데 무전기를 든 직원차림의 남자가 다가오더니 왈......... ‘이틀간 내린 폭설로 인해 부득이 오늘 개장을 취소했다’고 전해온다.
우.라.질.
이.런.젠.장.할.
도대체 앞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대관령의 멋진 설경을 실컷 구경하면서 강릉에 도착했다. 경포대 카페에서 커피마시며 쉬다가...... 강릉은 내가 2년 전에 직업적인 공사 때문에 6개월 정도 체류하며 오갔던 곳이기에, 그때 공사했던 건물에도 다시 가 보았다. 참 아쉬움이 많이 남은 공사였다. 예정대로였다면 참 멋진 건물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이젠 제법 널리 알려진 맛 집 명소가 되었다. 이 공사의 전 공정에서 돈에 눈이 먼 딱 두 사람으로 인해서 마감이 전혀 되지못한 채 엉뚱한 마무리 공사가 되어 버렸다. 억지와 모순투성이에 완공 두 달여를 앞두고 부득불 나는 손을 떼고 철수해 버렸다. 그 후로 남은 사람들끼리 송사가 오고가고 결국 지금의 아쉬운 상태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강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픈 이야기다.
어쨌거나 강릉은 아주 포근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나 비를 흩뿌려댈 것처럼 잔뜩 흐렸지만 기온은 포근했고 바람도 별로 느낄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지나온 대관령 중턱까지의 풍경과는 전혀 딴판 이었다.
경포대를 잠시 산책하고 경포대 해변으로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뭐지?
해변의 날씨는 도심의 날씨와 전혀 달랐다. 세차게 바람이 들이닥치고 있었으며, 거친 파도가 얼마나 사납게 몰아쳐오는지......... 우리가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했던 영화 <폭풍 속으로>를 이야기 했을 정도였다. ‘이런 게 최고 서퍼들이 찾아 헤매는 파도 아니야?’ ‘포루투갈 호카곳의 파도나 스페인 카디스의 파도 같아’라고 말이다.
태풍 불었을 때 울릉도에서 성난 파도가 어떤 것인지는 이미 경험한 바가 있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한곤 내가 경험한 최고의 거친 파도가 바로 이날의 강릉 앞바다에 몰아닥친 파도가 거장 험했다. 물론 이날 저녁에서야 이런 내막을 모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관령을 내려올 때, 반대편의 올라가는 상행선은 엄청나게 차량들로 끝없이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새해 일출을 기대하고 동해안에 몰려왔던 여행객들이 서둘러 일출을 포기하고 너도나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선 때문이다. 강릉에만 머물던 사람들도 엄청났는데, 정동진이나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양양 낙산 속초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대관령 초입에서 맞닥트려 지독한 병목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12월 31일과 1월 1일과, 그리곤 그 나머지 모든 날’의 차이가 무엇일까?
딱 이제 막 새해 일출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강릉 도심도 지극히 한산하고 경포대 해변은 아예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불과 한 시간 정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지금 막히는 고속도로 위에서 지쳐있는 사람들이 본 바다와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파도가 몰아치던, 지진이 일어나던, 예쁜 손녀 태리를 데리고 오지 못했던 말았던 이 할머니는 지금 마냥 해피한 모습이다. 손녀들 없이는 못 살 것 같더니만, 지금 보니 손녀들이 곁에 없어서 다행이고 더 행복한 모습이다.
하긴....... 지금 한창 여행에 목말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고 싶다. 가고 싶어.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를 요즘 입에 달고 사는 할망구가 아닌가?
작년 이맘때는 파리에 체류 했었다. 혹독할 정도로 추위에 떨면서 말이다.
맘먹은 대로 순탄하게 진행이 되었다면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베트남 하노이 정도를 잠시 나갔다 왔을 것이고, 지금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 있어야만 했을 것이다. 매년 그런 정도의 스케줄로 지내왔는데, 금년에는 대대적인 스케줄 변경이 있었다. 일단은 아내가 하는 직업적인 이유로 무조건 3월까지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선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말 쯤 떠나려 예정했는데....... 차라리 늦춰질 것이라면 들꽃이 만발하고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5월말이나 6월초 여행을 가고 싶다는 통에 일단은 무조건 보류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다가 언제 스케줄이 변해져 훌쩍 떠나게 되거나...... 아니면 짧게 동남아쯤으로 잠시 외출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젠 우리 마님 생각이....... 1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동남아는 그냥 외출이거나 바람 쐬는 정도로 여기고, 여행은 일단 유럽을 기준으로 20일 남짓에서 한 달 가까이는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예 이젠 나보다 더 여행에 적극적이다. 어쩌다 저렇게 변했지?
어쨌거나 우리는 <연곡 솔향기 캠핑장>에 도착했다.
마음 아픈 강릉 공사 때문에 6개월 정도 체류했을 당시 머물던 숙소가 비교적 인근인 약 2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아주 익숙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솔향기 캠핑장>에는 ‘국민여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지역 곳곳에 캠핑장을 비롯해 다양한 공익 시설물에 ‘국민여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국민여가(國民余暇)’란 모든 국민이 먹고살기 위한 생산 활동(노동)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즐거움 속에서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공 목적의 공간을 뜻한다. 다시 부연 설명을 한다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하며 누리고 즐길 수 있는 허용된 공간이라는 뜻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국민여가’라는 낱말과 뜻에 나름 심취하게 되었다.
‘국민여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국민들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많이 활용하는가 하는 표본 지수가 곧 국민의 생활수준이나 행복지수를 나름 엿볼 수 있는 수치일 수 있다는 내 나름의 판단 때문이다.
이런 ‘국민여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만드는 여러 공익시설들이 전국에 고루 퍼져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영역이라는 점과 다른 하나로는 주로 산림청에 해당하는 공익사업 영역이라 생각된다. 지자체는 각종 체육시설이나 공원화 사업이나 캠핑장 등에 주력하고, 산림청은 자연휴양림을 통해 ‘국민여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하긴 해안 군부대 시설에 들어서는 국민여가 캠핑장이나, 절대녹지대인 국유림 명소에 개설되는 자연휴양림이 국가 소유거나 공익사업이 아니라면 어디 가능키나 하겠는가? 그래서 더 없이 소중하고 우리국민 모두가 보다 더 많이 사용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풍수지리 학설에 의해 산수 좋으면 반듯이 절간이 있거나 고관대작의 선대 무덤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젠 방방곡곡 어디든 산수 좋은 곳엔 ‘국민여가’ 시설이 들어서는 그런 문화선진국이자 국민행복 추구 선진국을 보고 싶다.
솔향기 캠핑장 A-130 데크가 이번에 우리가 예약한 캠핑 장소이다.
도착해서 관리사무소에 접수하고 예약한 데크까지 왔으니 이제부터 텐트를 쳐야하는데......... ㅎㅎㅎ
이번에 가져 온 텐트는 네이처 하이크사의 브라이튼 12.3 텐트다. 몽골 게르식 텐트를 꼭 가져보고 싶어서 작년에 구입했다. 나는 이 텐트를 큰 손녀랑 사용할 애초의 목적이었기에 (윤태리 다락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브라이튼 12.3 텐트는 극한으로 추운 동계 캠핑을 처음부터 아예 목적으로 구입했다. 온전히 겨울용 텐트라 하겠다. 브라이튼 12.3 소이밀크 색상이 한때 캠퍼들 사이에선 선망의 대상이 되던 시기도 있었다.
첫 출시는 텐트로만 발매되었고, 개량 형으로 텐트에 전용 깔판이 나왔다. 본체와 바닥이 떨어져 있다 보니 외부 처마부분 아래로 한겨울 세찬 바람이 스며드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세 번째 개량은 본체와 깔판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시판되었다. 나는 바로 이 세 번 째 개량 버전을 구입했다. 더하여 전용 그라운드 씨트와 타프를 포함해서 말이다.
동계캠핑용으로 거의 완벽하달 수 있는 브라이튼 텐트는 실내외가 통풍이 되는 면소재의 텐트로 두 개의 단점을 이용자들이 꼽고 있는데....... 첫째는 무게와 부피다. 타프를 포함해 대략 27kg쯤 나가는 무게에 부피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여성 캠퍼는 물론 건장한 남성이 아니면 그리 이동과 설치와 사용이 녹녹하지 않은 편이다. 다름 단점은 폴대로 기둥 하나 외에는 모두가 팩을 여러 개 박고 끈으로 잡아당겨 고정시키는 타입이라 오죽하면 브라이튼 12.3 텐트의 별명이 ‘팩 박기 지옥’ 이 붙었을까.
하지만....... 어찌되었건 일단 설치만 되었다면........ 최고 최강의 겨울 텐트라고 나는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하겠다. 사용해 보면 안다. 나름 얼마나 멋지고 매력이 넘치는지 말이다. 거기에다 엄청 이쁘다.
하여......... 훗날 언제고 손녀 태리 데리고 할머니랑 단 둘이서만 캠핑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는 사탕발림을 해서 이날의 텐트 설치를 태리 할망구가 도맡아서 하게끔 꼬득여 앞장 세웠다. 헐!!!!!!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만...... 전혀 망설임 없이 나서서 설치를 시작한다. 다만 데크였기에 팩을 망치질로 박는 것은 면했지만, 나사팩과 오징어 팩을 번갈아 박고 폴대를 세우고 텐트 균형을 잡는 것이 결코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닌데......... 이래저래 설명하는 대로 무리 없이 곧잘 해낸다. 그러다가 폴대를 세우고 나서 통풍구 줄을 당겨 튼튼하게 만들고는.......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버린다.
풋하하하하하하하. 그렇긴 해도 참으로 신통해. 손녀만 데리고 가도 되겠어.
아참, 이번 우리의 동계 캠핑에서 난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그래도 모처럼 만의 겨울캠핑이라고 동계용 장비를 안 챙겨 볼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알파카 난로를 손보아 놓았지만 말이다. 솔향기 캠핑장은 아쉽게도 화롯대나 화목난로 등 일체의 화기 사용을 일절 금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또한 모두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겨울 캠핑하면 화목난로와 불멍이 꽃이 아니겠는가? 손질을 해놓은 화목난로는 언제든 불꽃을 피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이것이 허용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난로나 팬히터에 취침 시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난로는 이미 손을 보아놨고, 신일 팬히터를 점검하려고 창고를 뒤적거리는데....... 오래전부터 저쪽 구석에 놓인 소형냉장고 박스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엉키고 쌓여있어 애써 외면해 왔었는데, 모처럼 작정하고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확인이나 한다고 기어코 끄집어냈다.
와!!!!!
난로였다. 한동안 내가 애지중지 아끼던 파세코 난로였다. 이젠 자동점화 장치도 없는 아주 구닥따리에 속하겠지만.......
언제였던가? 아마도 전에 사무실 이전할 때 사라졌던 난로였다. 내가 경황 중에 짐정리 하다가 무심코 내다버렸거나 혹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론 알파카 난로와 신일 팬히터를 사용했었기에, 아직 그 구석에 파세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상태는 별로였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었던가? 어떻게 그곳에서........ 반갑기도 하고, 옛 추억이 샘솟기도 하고...... 녹슨 상태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일단 등유를 넣고 기다려서 심지에 불을 붙여 보았다. 얼씨구...... 여전히 쌩쌩. 이를 어쩐다? 녀석의 성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새로 진하게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한동안 고심에 또 고심을 한다. 파세코를 어쩌지?
그리고 마침내...... 긴 장고 끝에 나는 결심했다. 파세코란 그 녀석을 되살리기로.........
기름을 다시 모조리 뺐다. 그리고 분해를 했다. 연료통까지 모조리 분해를 했다. 그리고는 단골 철물점으로 향했다. 심지를 새로 사고, 사포를 사고, 내열 스프레이 페인트를 샀다. 다이소에 들려서 원형 그물망(적쇠)를 두 개나 샀다. 최근 인터넷 검색에서 알게 된 ‘난로 사용 중 발생하는 그을음과 냄새 제거 방법’을 실현해 보기 위해서였다. 난로 심지를 갈고, 여기저기 녹슨 부분을 사포질로 꼼꼼하게 문질러 제거했다. 분해된 상태의 몸체를 내열 페인트로 새로 도색을 했다. 현재 시판되는 내열 페인트는 검정색뿐이라서 부득이 검정색으로 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명도가 좀 깊은 쑥색이었음 싶었는데 말이다. 조립단계에서 그물망을 연소구 위에 재단해 설치했고, 다시 원상태로 조립을 마쳤다. 흰 파세코 난로가 검정으로 재탄생했다. 거의 꼬박 하루를 온전히 투자했다. 두 시간을 건조시켜 다시 불을 붙였는데........ 헐! 그을음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피어오른다.
‘이거 뭔가 잘못되어서 난로 하나 조작 내는 것 아니야?’ 하는 걱정이 다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을음이 줄어들더니 이내 모두 사라졌다. 난로를 껐다가 최종점검으로 이번엔 사무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처음처럼 다시 불을 붙였다. 오 마이 갓. 활활 타오르는데........ 그을음 전혀 없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어찌 더없이 기특하고 또 기특하고 기쁘지 않겠는가? 집 나간 아들이 장원급제해서 돌아온 기분이 이럴까? 그야말로 횡재한 그런 기분이었다. 이제 난로 고민은 아주 말끔하게 끝!
어찌나 감회가 남달랐던지........ 그 다음날 곧바로 알파카 난로와 신일 팬히터를 당근마켓에 내놓고 아예 팔아 버렸다.
이제 우리의 겨울캠핑은 메세타 화목난로와 구형이지만 파세코 난로가 책임진다. 그리고 실제 사용해 본 결과로........ 이번 여행에서 녀석은 아주 훌륭하게 제 몫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 화력 여전히 좋고 그을음 전혀 없고 냄새도 거의 없게 말이다.
텐트를 생각했던 것 보다 수월하게(내 힘 들이지 않고) 설치하고 나니 금방 심심해진다. 우리 캠핑에서 텐트생활은 그저 단순하게 먹고 잠자는 수단이자 방법일 뿐이다. 옆으로 뒤로 이제 막 들어오는 캠퍼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장비가 장난이 아니다. 작금에 캠핑이 대세를 이루고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요즘 캠핑은 순전히 장비발이야’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심지어 ‘대충 장비 좀 사들였더니 한 이천만원쯤 들더라.’는 소리에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캠핑이 새로운 개미지옥이 되고 말았어.’라는 소리가 그냥 웃어넘길 헛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것은 정말 (캠핑)이 아니라 작은 빌라나 아파트 한 채가 잠시 이사를 나온 것 같은 모습들이다. 잔뜩 날라다 놓고 막 설치를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텐트는 얼마일까? 저 테이블은 얼마며, 침낭은 또 얼마짜리일까? 더해서 저기 처음 보는 장비들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저건 또 무슨 브랜드여? 내어나서 첨보는 브랜드가 왜 저리도 많아? 거기에다 캠핑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저런 탱크처럼 생긴 RV나 SUV 차량을 타야하는 거야?
거기에다가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한시도 여기 캠핑장에서 한시도 떠날 생각을 안 한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엄청난 분량의 짐과 장비를 가지고 와서는 설치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뒷집 텐트의 경우는 우리가 외출할 때쯤 와서는 나중에 우리가 저녁식사를 다 마쳐갈 즈음에야 설치가 끝났다. 다른 일행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밤늦게까지 왁자지껄 파티를 벌였고 자정이 넘어서면서 파티를 끝냈다. 각자 개성이나 취향이 다르니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해변 산책을 하고, 간단하게 커피랑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외출을 나서려다 보니........ 그 사람들 겨우 일어나 장비를 접으며 철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참 궁금해 졌다. ‘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캠핑은 도대체 뭐지?’하는 의문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옮겨와 춥고 불편한 캠핑장에서 장비 설치하느라 한참동안 애를 먹고, 장비 자랑과 먹거리 파티로 떠들썩하다가 하루 지나자마자 힘들여 철수를 하는 저런 고행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다들 한 몫을 하는 유튜버들 일까? 비싼 장비 한가득 가져와 애서 힘들게 설치를 하고, 고급지고 맛있어 보이는 캠핑요리 판을 벌이며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고는 다음날 부리나케 철수하거나 아니면 다른 장소로 이동해 다른 컨셉을 새로 꾸려야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같이 접수를 했던 다섯 캠프 중에 세 팀이 하루 만에 빠져 나갔다. 모두 어마무시할 정도의 장비 빨을 앞세우던 캠퍼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 부류들이다. 하긴 우리는 이미 한참이나 철이 지날 대로 지나간 구닥따리 캠퍼가 아니라 배낭여행족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우리에게 캠핑은 그저 단순하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기 편리하게 그 중심 되는 곳에 설치해 놓는 임시 숙소(잠자리)가 전부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린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 해가 뜨면 텐트를 벗어나 자유롭게 어디든 여행을 쏘다닌다. 중간에 잠시 쉬기 위해서나 해가 질 때면 잠을 청하기 위하여 텐트로 돌아온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런 식이다. 물론 그런 여행을 많이 그리고 오래하다 보니 웬만큼 남들 가지고 있는 장비는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다. 텐트나 타프 처럼 중복되는 것도 많이 있다. 고급 지거나 비싼 신상은 아니라도 웬만큼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대세를 이루는 신세대 캠퍼들 옆에 가면 저절로 움츠려들고 기가 죽는 것이 솔직히 사실이다. 텐트 달랑 하나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버너 하나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저들의 장비 빨에서는 웬만하면 멀리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텐트 설치도 끝났겠다, 난로에 등유 주입도 마쳤겠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삼겹살 파티를 하겠다고 준비를 해 온 마당이겠다, 저녁 준비하기엔 이르고........ 어중간한 시간에 대체 뭘 하지?
‘우리 주점부리나 하게 중앙시장으로 마실이나 다녀올까?
부랴부랴 다시 옷차림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 파도가 금방이라도 넘어와 덮칠 것 같은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 시내로 향했다.
이거야 원. 태리 할망구(챠밍여사) 아주 살판났다. 났어. 신이 났어.
손녀를 데리고 왔다면 아마도 손녀 태리의 모습도 지금 할머니와 똑같지 않았을까?
강릉 중앙시장 바닥을 온통 휩쓸고 다닌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사람들이 줄만 섰다 하면 무조건 달려가 기웃거리고 또 기웃 거리다가 이내 슬그머니 줄을 서기가 일쑤다. 얼핏 보니 대충 이 삼십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도 마다않고 덜렁 맨 뒤에 줄을 선다. 오징어 튀김에 씨앗 호떡에 오뎅에 일절 가리지를 않는다.
도대체 뭐가 그리도 좋은지 동네방네 온 강릉시장에 환한 미소를 온통 마구마구 뿌려대면서 쏘다닌다. ‘칼국수는 먹고 싶은데 저녁때가 되어가니 참아야 하고, 가장 길게 줄을 선 닭강정 집은 먹고 싶기는 한데 너무 유명하고 장사때깔이 선명해서 그냥 패스하기로 하고....... 생굴은 내일 저녁이 해산물 파티니까 일단 참아야 하고, 오징어순대를 좀 사가고 싶은데 그러면 삼겹살을 남기게 될 것 같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단 고구마나 치즈 고로께는 하나 먹어 둬야해. 암.’ 하면서 또 긴 줄에 다가가 매달리고 있다.
이거야 원...... 어디 먹는 귀신이 갑자기 달라붙은 것도 아니고 서리.........
길거리건 서서건 아니면 아무 가계이건....... 틈새만 보이면 나 몰라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뭇사람들 틈새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주점부리를 즐긴다. 그 또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아내라는 사람의 새로운 모습이다.
숫제 귀엽게 까지 보인다.
이런 아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울리는 핸디폰 메시지를 열어보니 아뿔싸....... 조금 전인 ‘금일 오후 4시 10분. 일본 도마야현 북쪽 약 90km 지점 해역에서 진도 7.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재난안내 문자였다. 쓰나미 발생이 우려되며 최초의 지진 해일 영향이 강릉의 경우 6시 29분에 도착할 예정이니, 해일에 대비해 해안에서 활동을 자제하며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파도가 이렇게 거세고 드높았던 것일까? 어떤 전조였을까?’
캠핑장으로 돌아와 주변 산책을 하고나서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버너에 불을 켜고 그리들을 얹어서 미리 준배해간 삼겹살 파티로 조촐하게나마 새해맞이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그럭저럭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만 40년이 되었다. 내년이면 결혼 40주년이 되고 이는 다시 우리 아들이 어느새 40줄의 중년에 들어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심하게 세월만 잔뜩 흘러갔나 보다. 떨어 먹은것은 있어도, 쌓아 놓은것이 아무것도 없는 서글픈 시절이 나를 어느새 애초 내가 가고자 했던 길에서 한참이나 멀리 벗어나 있는 지금 여기에 덜렁 남겨놓았을 뿐이지 않은가? 허망한 지고........
그래도 아직은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남아있고, 더없이 소중한 가족들이 있으니......... 아쉬움은 있겠으나 모든것을 부정하거나 후회에 빠져들기는 싫다. 아직은 마저 가야할 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나온 내가 가졌던 시간들에게 건배를........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공기 좋은 장소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 준비해 온 술은 바닥이 났는데 도무지 취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술이 떨어졌다.
그때 날라드는 재난문자 안내......... 재해대책 본부에서도 날아오고, 캠핑장 관리소에서도 문자가 도착한다. 일본 지진의 여파로 생겨난 해일 파장이 좀 늦게 동해안에 도착한다는 안내 문자였다. 해안 지역이 위험하니 접근을 하지말고 인근으로 대피하라는 문자였다. 캠핑장 안내 문자 내용은 위험이 예고되고 있으니 관리소로 모이고 나면 지정된 대피소로 안내하겠다는 문자도 도착했다.
성난 파도기 몰아치는 바다 풍경은 점심 때라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지고...... 어느새 해는 저물고...... 술이 떨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캠퍼들의 동요도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높을 뿐....... 여기 국민여가의 세상은 지극히 평온할 뿐이다.
술이 떨어졌으니 새로 구입하기 위하여 캠핑장 관리소 옆에 있는 편의점을 향해 산책삼아 걸어 나갔다.
그런데 얼씨구?
캠핑장 관리소 사무실 불이 온통 꺼져있다. 무인 출입통제 자동 시스템으로 도로 차단기만 오르내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모양이다.
헐!!!!!!
재난상황 이라며? 관리소로 오면 모여서 지정된 대피소로 안내한다면서? 중앙 재난 관리 안전청이 잘못된 것일까? 아님 재난 시국이 닥쳤어도 자신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이 먼저인 직원들이 잘못일까? 더하여 재난 안내 통보가 있었음에도 아무도 이곳에 모여들지 않았으니...... 재난에 대해 둔감한 우리 국민성이 문제일까? 하긴, 나도 재난 대피하러 나온것이 아니라...... 술 사러 나온 처지였으니 말이다. 이럴 때 정말로 해일리 밀려오고 높아진 파고로 여기 이 캠핑장을 성난 파도가 휩쓴다면.......... 그땐 또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우리가..... 내가 정말로 심각한 자연재해 현장을 실제 목격했었다면, 지금의 이런 재난 안내 방송이나 문자를 받았다면........ 적어도 서둘러 텐트를 걷거나 내팽개치고 일단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을까? 설혹 그정도가 아니었다면 다행이라 여길 수 있을지라도...... 제대로 대비는 해야하지 않았을까? 아이패드를 통해 긴급 속보로 계속 재난 문자를 보고....... 핸디폰에 재난 안내가 날아오고는 있지만........ 해변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안내 방송이 없고, 지자체에 배속되어 있는 재난 안전기구들이 차를 몰고 해안을 돌아다니면서 자체 방송을 하고 관리자들이 쫓아다니면서 액션을 취하지도 않는것을 보면......... 이건 일단 당장은 그리 별 볼일 없는 단순재난이라는 뜻일까? 분명한 것은 뭔가 크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전처럼 동해안에 무장공비가 침투하거나 미사일이 떨어졌다면 어덯게 되었을까?
시간이 지난 후에 혹시나 문책을 당할까봐....... 책임을 면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방송이나 재난안내 문자는 열심히 무조건 보내놓고...... 그 다음으로 당연하게 따라나와야 하는 메뉴얼에 입각한 행동은 어디에도 없는 우리가 직접 목격한 이 현실이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일본 지진으로 인하여 쓰나미 해일 방생이 우려되는 재난 비상상태라면........ 아무리 새해 첫 날이라고 하지만, 강원도와 강릉시청을 비롯한 인근 지자체에 비상동원령이 내려지고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소집되어 대응태세에 돌입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새해 연휴잖아. 재난 문자 열심히 보냈으니........ 나머지 대처는 너희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세요.'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또 계속 먹게되는 희안한 현상이 우리에게 벌어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갤럭시 탭을 통해 재난방송을 찾아 보기도 하고, 작금의 사회 상황과 요동치는 정치판 뉴스를 감상한다.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다. 세상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보아도 대한민국만한 국가들이 별로 없음을 느끼게 되고, 태극기를 볼 때마다 어떤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짜증이 나고 불쾌해 진다. 그냥 여의도라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송두리째 없애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은다. 분쟁을 야기 시키고, 분란을 키우고 , 대한님국의 위상을 손상 시키는 것을 넘어서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치라는 생각이다. 제발 새해에는 정치가 좀 뒤로 빠지고....... 아니면 정치가 완전 소멸되었으면 차라리 좋겠다. 기성 정치가 판찌로 사라지고....... 차라리 바른생활 교육 정도만 패스한 초등학생들이 새 판을 짜서 정치를 재개한다 해도...... 지금 보다는 열 배, 백 배는 나아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정치판의 근원이 썩어있으니...... 아무리 그 물을 걸러내고 걸러내도 맑아지기는 아예 글렀다.
2024년 새해 벽두에 나는 여의도(작금의)가 통째로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세상에나........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이후로 처음인것 같다. 야간자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가깝던 아득한 옛날....... 청춘 시절 말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조금은 출출하고 허전해서......... '우리 모처럼 심야 라면 한 번 끓여 먹을까?' 하고 슬쩍 떠 보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 2개는 끓여야겠지?' 라고 즉답하는 마눌님을 빤히 쳐다본다. 어떻게 이런 사태가 가능할 수 있지?
헐!!!!
어쨌거나 자정 넘겨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으로...... 우리의 새해 캠핑 여행 첫 날을 마무리 한다.
< 안녕! 2024!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부탁해!!!!>
---- 다음 이야기에서 신년 캠핑여행 이야기는 계속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