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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1천241m)을 축으로 동에서 서로 뻗어나간 운문지맥의 끝자락에 있는 구만산은 이십리 이상 펼쳐진 계곡으로 인해 계곡산행의 명소로 유명하다. | 가을이 되니 전국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가을꽃들과 풍경이 빼어난 유명한 산을 찾는 산 마니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날씨가 선선한 가을이 낫다보니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가을나들이를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병풍바위 등 특이한 716봉 보며 나무계단 오르는 기분 일품 거대한 42m 암벽서 떨어지는 구만폭포의 굉음·물줄기 장관
이번 등산은 필자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독도사랑의 긍지를 가진 분들과 동행하는 산행이니 평일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가뜩이나 필자가 지역연합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독도사랑운동본부(총재 강석호)가 올해 총회를 대구에서 가진다고 알려 와서 독도사랑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새로이 해야 하는 입장에서 독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있는 분들이 늘어나고 그들과 함께 산행하니 의미가 새로워진다.
독도사랑산악회는 지난달에 발대식을 겸해 영덕 블루길 산행을 다녀왔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발족되지 않은 상태지만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더 많은 회원들이 참가해 독도사랑운동본부 대구연합회와 함께 독도사랑운동을 펼치기 위해 전초 산행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서 독도사랑산악회는 건전한 등산문화를 일깨우는 한편, 독도 홍보로 독도수호 의지를 고취시켜 나가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오늘 오를 밀양 구만산에 대한 자료와 등산 장비를 갖추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사전에 연락이 된 등산 애호인들이 각자 승차하기 쉬운 집합장소에서 모여 차량에 탑승했는데 지난번 산악회 발기대회 때 만난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반가운 마음이다.
관광버스는 가을이 익는 산하를 달려 밀양 산내면에 들어서서 구만산·구만폭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등산장비를 챙기고 몸 풀기겸 휴식을 취하고서는 주차장 넓은 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멀리 구만산과 굽이져있는 인근 산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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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표지석 뒤편에서 독도사랑산악회 일행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구만산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1천241m)을 축으로 동에서 서로 뻗어나간 운문지맥의 끝자락에 있다. 특히 구만폭포가 유명해 여름 피서지로 소문난 곳이다.
구만산 명칭은 임진왜란 때 인근의 백성 9만명이 산 계곡으로 피신했다는데서 유래되고 있는바 그 만큼 계곡이 길었다는 것인데 8km가 넘으니 이십리 길이 더 된다.
밀양 산내면에서 출발하는 구만산 등산은 거의 구만폭포가 있는 통수골을 통해 구만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즐긴다.
독도사랑산악회에서도 몇몇은 계곡등산을 하겠고, 나머지는 정상까지 오르는데, 코스는 구만산장, 구만폭포를 지나 전망바위로 해서 구만산 정상에 올랐다가 직진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산행을 시작해 구만산장과 구만펜션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다보니 구만암이 나온다. 구만암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돌계단으로 걷는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나오고 때로는 너덜길을 만나는데, 계곡의 작은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실폭포를 보면서 천천히 계곡 길을 오르며 주변을 살펴본다.
계곡 밑 물이 맑고 소리조차 계속 들려오니 지루함이 없는 등산길이다. 구만폭포에 이르는 통수골의 풍경이 산 정상에 올라 탁 터진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큼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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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만산 계곡등산길에서 `독도사랑`을 다짐하는 일행들. | 계곡과 맑은 물, 층층을 이루며 잇달아 서있는 바위들, 푸른 나무숲에서 나뭇가지의 흔들림. 그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 몇 조각들. 이런 것들이 자연의 고운 풍광들이다.
돌탑이 쌓인 너덜경을 지나니 멀리 병풍바위가 나타나고 그 뒤의 특이하게 생긴 716봉이 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면서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구만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나무계단이 많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만나는 구만산 통수골의 풍경을 즐기는 일행들은 한층 여유가 묻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산행지로 유명한 구만산 계곡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우리일행들은 경치가 빼어난 계곡에서 독도사랑운동본부와 독도사랑산악회 홍보 현수막을 펼치고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렇게 계곡 길을 걷다 보니 물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리는데, 어느덧 일행들은 산행 들머리에서 1.7km 지점에 있는 구만폭포에 도착했다.
높이 42m의 거대한 암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 모습은 정말 멋있다. 지금도 물줄기가 볼만한데 한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때 굉음과 함께 낙하하는 물줄기의 모습은 어떠할까? 분명 장관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한 여름 많은 피서객들이 구만폭포와 계곡을 즐겨 찾는 곳이다.
구만폭포를 지나 계곡 길을 조심조심 걸으면서 한참 가다보니 전망바위가 나온다. 여기서 일행들은 잠시 쉬면서 주변 경치들을 조망해본다. 아래에 봉의저수지가 있고, 저 멀리에는 영남알프스의 재약산이 드러나고 있다.
필자는 주변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고서는 잠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평소 독도사랑운동본부 대구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는 필자가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독도사랑산악회와 함께 산에 오르니 더욱 책임감이 무겁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산사랑에서 우러나는 마음이고, 작은 애국심이기도 하니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만산 등산을 마음에 담아본다.
“구만산에 오른다./ 임진왜란 당시에/ 인근 사람들 구만명이/ 통수골 골짜기에 피해/ 생명을 건졌다 해서/ 구만산이라 불리는 이 곳,/ 폭포의 비경이 빼어나구나.// 이십리길 계곡을 따라/ 때로는 아름다운 숲길과/ 때로는 암릉 길을 오르면서/ 만나는 자연의 선경들은/ 하나같이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계곡 산행이 이토록 즐겁구나.” (자작시 `밀양 구만산을 오르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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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구만산 산행을 마치고서 음식점에서 하용부의 즉석 춤 공연. | 전방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일행들은 다시 산행을 이어 계곡을 빠져나와 정상까지 900m정도 남은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나무숲의 산길을 걸어 구만산 정상에 도착했다.
구만산 정상은 평평한 땅위에 정상표지석이 뎅그마니 서 있고 주변으로 나무숲들이 빙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없다. 일행들은 표지석 뒤편에 서서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
기념사진 촬영인데, 산행온 사람들은 등산을 하면서 좋은 풍경을 만나면 으레 사진을 찍기 마련이고, 산악회에서 산 정상에 오르면 인증 샷으로 사진을 찍으니 생생한 산행기록들이다. 구만산 정상에 올라 오늘 등산의 성취감을 맛보았으니 이제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하산코스는 직진해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서 구만산장으로 가는 길이다. 산능선을 타고 삼거리를 지나 구만산장으로 가는 길을 내려서면서 필자는 밀양에 온 김에 밀양연극촌장을 맡고 있는 하용부 촌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하용부와는 30년 지기로 오랫동안 우정을 보이며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온 사이인데, 밀양 관내에 들어왔으니 신고를 겸해서다.
하용부 집안은 가문 대대로 이어오는 춤꾼 집안으로 유명하다. 그는 밀양백중놀이의 대가인 할아버지 하보경 옹(1906~1997)으로부터 밀양북춤과 범부춤, 양반춤을 전수받았고 현재 밀양북춤, 범부춤, 양반춤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자리에 있는 대가이기도 하다.
마침 그는`밀양 아리랑` 영화를 찍고 있다면서 일요일마다 필자가 등산을 하는 것을 잘 아는 지라 몇 시에 하산을 마치고 어디에서 휴식하는가를 물어 와서 예정시간을 일러주었다.
우리 일행들은 구만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서 단합대회도 가질 겸 인근 식당에서 식사시간을 가졌는데,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하용부가 도착했다. 영화를 촬영하는 바쁜 시간에 친구를 보려고 찾아왔는데 그 성의가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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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그는 전문 춤꾼답게 독도사랑산악회 일행들을 위해 즉석에서 시연을 해주었다. 산행에 힘들은 일행들에게 좋은 춤을 선사해 위로하려는 마음에서다. 핸드폰에서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을 찾아 틀어놓고 천천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흘러나오는 곡과 명인이 묘사해내는 슬픈 표정의 몸짓은 어울려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찔레꽃처럼 살았지…./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
뜻밖에 하용부의 춤을 보게 된 독도산악회 일행들은 숨 죽여 프로 춤꾼의 춤을 본 후에 춤이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바쁜 시간에 달려온 대가에게 보내는 찬사의 표시다. 가을이 익는 날에 밀양 구만산 계곡등산을 무사히 마친 후에, 덤으로 우리나라 밀양북춤의 대가인 하용부 선생의 즉석 춤사위까지 구경했으니 그야말로 행복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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