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을 것이 없다 물들지만 말라
마조도일스님은 [마조어록]에서 다음과 같이 법을 설하고 계십니다.
“도는 닦을 것이 없으니, 다만 물들지만 말라. 무엇이 물듦인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조작하여 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물듦이다. 도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가? 평상심이 바로 도다. 평상심이란 무엇인가? 인위적인 조작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고, 붙잡거나 버리는 일이 없으며, 끊어지거나 항상함이 없고, 범부와 성인이 없는 것이다.”
도는 닦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물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마조스님의 표현에 의한다면 “자성본래구족” 즉 “자성은 본래 그대로 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금 이대로 우리는 본래로 구족해 있는 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닦을 것이 없습니다. 이미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물들어 있습니다. 물든다는 것은 마조스님의 설명처럼 곧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사심, 생멸심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려 애쓰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생사심, 생멸심이라고 하지요. 이 인연 따라 바람처럼 오고갈 뿐인 허망한 생각을 가지고 우리는 무언가를 조작하고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더 많이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며,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고,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합니다.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공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기준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괴로워하고, 기준에 잘 들어맞을 때는 즐거워하는 허망한 생사심의 놀이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물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해 온 모든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처럼 물드는 짓을 해 온 것입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으로 수많은 것들을 조작해 온 것입니다.
마조스님은 도는 바로 평상심에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재라는 삶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물들지 않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 현실이 그대로 도인 것입니다. 머릿속 생각으로 온갖 망상과 분별, 차별과 해석들, 판단과 관념들을 조작해 놓지만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실 그 자체는 그대로 도입니다. 배 고플 때 밥 먹고, 목이 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자는 이 단순한 매 순간의 평범한 현실이야말로 고스란히 도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배 고플 때 단순히 밥 먹는 도를 실천하지 못한 채 물들어 버립니다. 곧바로 생각을 가지고 조작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배 고플 때 그저 밥 먹을 뿐이면 되는데,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애쓰고, 남들과 비교해서 더 좋은 것을 먹으려고 하고, 미래나 노후에 먹을 것 까지 저장해 놓으려고 머리를 굴리고 욕심을 부리는 망상을 조작해 내느라 단순하게 먹기만 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졸리면 자면 될 것을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거나, 오늘 많이 못 잤기 때문에 내일은 피곤할거라고 예상하고, 남들보다 더 적게 자고 더 많이 노력해서 성공한다는 관념 등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스스로 만든 관념에 휘둘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 단순한 평상심이라는 도를 실천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망상과 분별, 조작하고 물드는 마음만 없다면 그 자리가 바로 도라고 마조선사는 이야기 합니다.
즉 평상심이란 인위적인 조작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으며 붙잡거나 버리는 일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작해 내지 않고,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분별이 없으며, 옳은 것은 붙잡아 집착하고, 그른 것은 싫어하거너 거부해버리는 이 양 극단의 치우친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재라는 삶 위에 어떤 경계가 오더라도 과도하게 싫어하거나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가도록 허용합니다. 인위적으로 붙잡거나 밀쳐내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평상심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그런 삶에는 부처나 중생도 없고, 도와 도 아님도 없으며, 범부와 성인도 없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완전하고 구족되어 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고, 아무런 판단도 없기에 언제나 여여합니다. 지금 이 순간, 물듦이 없고 조작이 없고 분별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 혼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고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