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離에 보면
日月麗乎天 百穀草木麗乎土라는 글이 있다. 풀이하면 해와 달은 하늘에서 곱고 백가지 곡식과 초목은 땅에서 아름답다. 맞는 말이다.
높은 산을 다니다보면 하늘과 땅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곱고 아름답다는 생각뿐이다.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들, 계곡에 흐터져있는 돌조각들,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 먹구름, 밤하늘의 별들과 달은 왜 그리도 고운지!
어제2024.9.28 날 좋은 날에 속세를 떠났다는 俗離山를 다녀왔다.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화북분소에서 시작하여 쉴바위를 지나 마치 평지위에 우뚝 솟아있는 듯한 문장대(1054m)에 오르니 천하가 다 문장대 아래로다.
이슬비내리는 가운데 주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위들의 향연이 땅에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큰 구름들이 흐르는 파란 하늘은 하늘에서의 고움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곳이 속세를 떠난 곳이 아니고 무엇일꼬!
50년도 넘는 전 고등학교때 이곳에 왔었는데 오늘에서야 속리산의 眞面目을 보게 되니 역시 나이 들어야 자연을 안다고 하더니 맞는 말이로다.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게 산이다.
신선대 천왕봉 코스로 내려간다. 신선대가는 길에 수려한 청법대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바위가 만들어내는 세상이 참 妙麗하다.
신선대 휴게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風光에 혹해서 막걸리 두잔을 마셨다.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막걸리 두잔 마셨는데 취하니 더 아름답게 보이는 天下로다.
끝간데를 모르게 길게 뻗어내리는 산줄기가 마치 하늘과 맞닿아있는 듯 하다. 아! 수려하다! 마치 수평선을 보고 있는듯 파란 하늘이 눈아래 펼쳐지시 이곳이 神仙臺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다. 내가 신선이 된듯 하다.
시간이 부족하여 천왕봉을 포기하고 경업대 법주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경업대에서 바라보는 입석대는 자연이 빚은 예술품이다. 임경업 장군이 이곳 경업대에서 심신수련항면 수년간에 걸쳐 일으켜 세웠다는 대가 바로 입석대이다.
경업대에서 법주사까지는 가파른 십리길이다. 돌계단을 내려가자니 오를 때보다 더 힘드는 느낌이다.
한참을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계곡에 닿아 맑은 계곡물소리 들으니 그간의 힘든 것들이 싹 가신다.
마음을 씻는다는 洗心亭을 지나 새로 생긴 세조길 따라 울울창창한 숲길을 걸어간다. 계곡의 물은 거울처럼 맑다.
법주사에 들러 대웅전에서 잠시 마음을 다스리고 5층 목탑 팔상전을 보니 고등학교때 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속리산이 바위가 유독 많은 산이라는 것을 이번 산행으로 실감했다.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넘어왔으니 어제 산행 더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