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새해 첫 날 어떤 결심을 하셨습니까?
수시로 자신을 반성하면서 더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겠다. 그래서 가정에 좀 더 충실하고,
이웃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며, 공동선에 나 하나라도 더 기여하는 삶을 살겠다.
이런 정도의 결심이면 신앙인으로서 어울리는 결심이 아닐까싶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심을 알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보여 주실 때가 왔다고 판단하신 것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이 짧은 말씀을 나름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애초에 하느님께 받은 사랑의 능력을 널리 잘 사용하지 못했음을 뉘우쳐라. 그래서 사랑의 원리만이
통하는 하늘나라의 삶이 이 땅에서부터 이루어지게 하라. 바로 너부터 그렇게 하라.”
이런 회개와 사랑 실천에 꾸준한 삶이 우리를 참된 행복에로 이끌어 줍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진정
기쁜 소식인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신앙의 힘으로 삶의 길을 바꾼 두 분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멋진 선배요, 교회 밖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과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에겐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때’가 있었고, 그들은 그때를 잘
살렸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길에서 만난 나병환자를 안아주던 그 순간부터 회심하여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많았던 중세 교회를 쇄신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인도 캘커타에서 너무 불쌍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서, 당시 소속된 로레토
교육 수녀회를 떠나 가난한 이들의 벗,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맨손으로 오직 예수님 닮은 사랑의 마음만 품고 가난하고 허약한 이들과 함께 했고, 전 세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전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세례자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때를 잡으셨습니다.
그리고 약자들의 동네 갈릴래아로 가셨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고쳐주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일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바로 이런 모습의 예수님을 그대로 따랐던 것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현재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가령, 전쟁의 상황 속에서 평화운동이 더
강력하게 전개되는 것이나 큰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환경운동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 좋은 예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응답하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 상황과 모습은 어떻습니까? 사랑이 점점 메말라 가는 이 세상!
더 많은 사랑의 윤활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삶을 보면, 사랑의 보물창고인 하늘나라를 차지하려는 열성은 나중 일처럼 보입니다.
지금 당장 내 일, 내 욕심 채우기에 급급해 베풀어야 할 사랑을 도리어 뺏어 오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사랑이 자꾸 고갈되어 세상이 더 삭막해져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은 세상일에만 열중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나 내 영혼을 돌보겠다고 합니다.
우리 신자 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러기에 미사와 결혼식이 겹치면 미사는 나중으로 밀립니다.
아이들에겐 학원 선생님이 예수님보다 앞섭니다.
지적 양식이나 취미 , 교양을 위해 때론 건강을 헤쳐 가면서 하지만, 영적 양식을 위해서는 피곤하다고
뒤로 미룹니다. 아이들의 영혼과 인성은 성적표 다음 순위로 밀려납니다.
오랫동안 절에 다닌 불자가 말합니다.
“스님, 제가 절에 다닌 지 벌써 삼십년이 넘었는데, 왜 절하는 모습이 이렇게 어색하지요? 예쁘지가 않습니다.”
큰 스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음...절이란 자고로 머리가 바닥에 닿아야 예쁜 법인데, 선생님은 뱃살이 오겹살이라 구부려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오만가지 욕심들로 가득 차 부글거리고 있는 그 뱃살부터 빼고 나서 절을 해보세요.
그럼 절하는 모습이 예뻐질 것입니다.”
옆에 있던 동자승이 깨닫습니다. “아하...절이란 하심(下心)이로구나!
곧 절이란 마음을 아래로 낮추는 훈련이요, 마음을 비우는 수양이로구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성실하게 사랑하며 살기 위해 부름 받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새해의 각오를 계속 지켜나가는 성실한 하루였으면 합니다.
우리 영혼 돌보는 일과 하늘나라를 향해 한 발짝 더 내 딛는 그런 기분으로 주님과 이웃에 좀 더 충실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교구 경훈모 알렉시오 신부
첫댓글 마음의 양식으로 느껴지는 강론 말씀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