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금/20:15)
어머니 병문안 겸 모내기 시골 행
6월 4일(토)
밤새워 고향 길 달려
어머님 뵙고 문안 올리고,
이른 아침 복송밭길 조깅에
내 고향 낯선 하루해를 맞는다.
아침나절 집 앞 논에
형님 일손 줄이고자,
두루미처럼 모가지 빼들고
못 고랑 더듬어 뚬모 꽂고,
숨 고를 새 없이
처가 논으로 달려
이 한 몸 다하도록,
모판 떼어 논머리마다
줄 세워 정돈을 마치고나니,
써레질 마친 논배미 마다
빗방울 들치며 하루해가 저문다.
깊어가는 밤 빗소리와 함께
가족 간 나누는 우애가 새롭고
본가 앞 들녘 어둠의 뒤편엔
개구리들 수다가 밤새는 줄 모른다.
개구리.3gp
6월 5일(일/망종)
고향에서 새롭게 맞는 불볕 해를
밀짚모자 위에 간신히 인 채,
매실 밭에 풀 매시는
형수님 일손도와 구슬땀을 찍어낼 시,
이웃 밭 수택이형님 내외분
오가는 인사에 하루해가 짧고,
쫓기듯이 처가 밭으로 달려
비지땀 훔치며 쇠스랑질 끝에,
감자 캐내고 콩 심고 나니
어느덧 불볕해가 중천을 넘본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가닥을
볼때기 터지게 밀어 넣고,
덕진 뜰과 뒷뚱 뜰로 나눠
모내기 작업에 총력전을 펼친다.
세월이 세월이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진화를 거듭한 이앙기의 능력이
서울 촌놈 상상을 초월한다.
모심는 기능은 기본이요,
비료와 농약살포를 동시에 해치우며
허벅지까지 빠지는 논바닥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한번을 스윽 나갔다 들어오면
옛날 모심을 때 못줄을
열다섯 번 이상을 옮긴 것만큼이나,
파릇한 모들이 긴 줄서기를 하며
물위에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이앙기 소리가 높아갈수록
아들과 나의 움직임은
똥줄 빠지게 바빠져 가고,
둠벙처럼 벙벙한 논바닥엔
푸른 제복을 입은 병정들이
줄줄이 늘어만 간다.
장모님을 비롯하신 아내와
두 처남댁들과 처제는
논 모서리를 드문드문 차지
뚬모 꽂기에 여념이 없고,
논둑엔 빈 모판묶음만
각 잡아 수북이 쌓아둔 채,
덕진뜰 두 곳의
운동장 같은 논배미가
말끔하게 푸른 옷을 갈아입었다.
뒷뚱 뜰로 자리를 옮겨
온 가족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니,
두 대의 이앙기 소리가 화음을 이뤄
6월 땡볕을 집어삼키고,
잰 듯 오가는 가족들 일손이
뒷뚱 논둑길을 숨 가삐 오간다.
바지 주머니에 꽁꽁 접어둔
휴대폰이 갑갑타 소리를 지른다.
딸아이가 급한 듯 거두절미하고
할머니께서 언능 병원을 가시겠단다.
헐레벌떡 일손을 놓고 아들과 함께
본가를 향해 냅다 뛴다.
심상치 않으신 잦은 기침에
오자마자 병원을 가시자 했건만,
병원가시기를 불편해하시며
극구 손사래를 치셨는데,
아버지 산소에 성묘하고
오징어땅콩 몇 알을 남겨다,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드리라
남겨주신 선물이라 드린 것을,
오물오물 잡수시고 나서
기침이 싹 가셨다 농담까지 하셨는데,
밤이 다가오자 걱정이 되셨는지?
누님 설득에 마음을 바꾸셨는지?
급히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옷을 갈아입으시고 준비를 끝내셨다.
아들 차에 조심히 모시고
구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접수를 마치고 응급실로 들어가니
이미 지난번 진료기록을 확인,
상태를 물으시는 의사선생님께
지난 처방에 고강도 기침약처방을 요하자,
곧장 침대에 뉘이시고
링거주사 투약이 시작된다.
이내 어머니께서는
수면에 드시는지 눈을 감으시고,
긴장감 없는 응급실에
한가로이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살며시 일어서 어머니 곁을 물러나
응급실 문밖을 서성거린다.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아흔한 해 동안 인고의 세월을
당산나무처럼 고고히 살아 내셨으니,
천국으로 가시는 마지막 그날까지
한결같이 정갈하신 그 모습이시옵소서!!~
이승에서 맺으신 고운 인연
몽땅 다 잊고 가시오면,
행여 나중에 저승길에서
이 아들을 마주치시고도,
못 알아보신 채 그냥 지나쳐가시면
저의 원망을 어찌 다 들으실라 구요?
부디부디 지금처럼
힘드셨던 기억일랑 하나 둘 지우시고,
고운 것만 오롯이 남기셔서
고이고이 간직하시옵소서!!~
먼 훗날 이 아들이 이승을 떠나
당신 곁으로 홀연히 가거든,
이 아들을 기꺼이 알아봐 주시고
어제처럼만 반겨 맞아 주시옵소서!!~
한 시간 남짓 주사투약이 끝나고
어머님을 부축하여 밖으로 나오며,
돼지국밥을 잘 드신다는 기억에
어머님과 오붓이
돼지국밥이 먹고 싶어진다.
부축해 더 걸을 수도
택시를 불러 타기도 쉽지 않으니,
힘드시다 극구 집으로 가시자는
어머니의 완고하신 분부를 받잡고,
나중에 후회를 감내하기로 하며
아들을 다시 불러 내린다.
불볕 해가 뉘엿뉘엿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고향의 분주했던
하루의 일상이
어둠 속에 살며시 흔적을 지운다.
신이난 개구리들만
짙은 어둠을 깨우고,
울엄니 잦은 기침소리가
이 아들의 가슴을 쥐어짠다.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
인적에 놀란 백구 소리,
울엄니의 애달픈 기침소리가 되어
내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도,
칠흑 같은 어둠은 홀연히
앞서간 태양의 길목을 쫓아
또 하나의 불꽃을 희미하게 밝히며
새로운 하루를 잉태한다.
개구리 견공.3gp
6월 6일(월/현충일)
03:30
아들의 인기척에
서둘러 일어나
귀경 준비를 바삐 서둔다.
아내도 딸도
겨우 잠드셨던 어머니께서도
기침을 참아내시며,
딸 아이 일정 때문에
서둘러가야 한다는 우릴
못내 서운하신 듯 지켜보시고,
배낭에서 노란 손수건을 꺼내
어머니 목에 둘러 드리며,
기침이 심하실 때면 꼭
지금처럼 목에 감고계시라
큰소리로 당부말씀을 드리고,
따라서 나오시는 어머니를
간신히 문 안쪽에 서 계시게 하여,
살며시 문을 닫고나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고한 후,
걱정스레 내다보시며
조심히 가라 손 흔드시는
연로하신 어머니를 뒤로하고,
곧 처가로 직행,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짐 꾸러미를
트렁크에 한가득 눌러 실은 다음,
감사하는 마음의 인사를 올리고
이른 새벽 귀경 길에 오른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차 안
아들 옆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어둠 짙은 창밖을 주시하며
긴 상념 속에 잠긴다.
노환 깊으신 어머님을
맘 편히 좀 더 오래
보살펴드리지 못하고,
나 살자고~
딸 아이 바쁘다는 핑계를 삼아
겨우 잠드신 어머님을 깨워서,
문 안쪽에 밀어 세워놓고 이렇게
도망치듯 떠나와야만 했는지?
이 아들놈 사는 모습이
얼마나 처량하고 안쓰러우셨으면,
그동안 몰래 드린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셔서,
고무줄로 칭칭 감아 묶어
내 손 안에 꽉 쥐어주시며,
배고플 때 배곯지 말고
밥 사 묵음서 일 하라 시는 당신께,
이 못난 자식은
어머니께서 천국을 가셔서라도
내내 마음에 걸리실,
참으로 못나고
불효막심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아들입니다.
짙은 어둠속 졸음을 쫓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어두컴컴한 고속도로
전조등 불빛 저 멀리
이 새벽에도 어김없이
벅찬 여명이 밝아온다.
내달리는 차 앞 유리에
여지없이 부딪쳐
사라져가는 어둠 사이로
새로운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오늘을 흔들어 깨우는
힘찬 태동을 시작한다.
그토록 지키고자하셨던
순국선열님들의 산하,
그토록 물려주시고자 하셨던
호국영령들의 얼과 혼,
앞서 가신 님 들의 그 고귀한 정신에
면면히 이어진 유구한 역사와,
님 들의 그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진
저 아름다운 들과 산과 강과 하늘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며,
서광이 밝아오는 동녘으로부터
찬란한 태양이 빛을 발합니다.
부디 이 땅에,
영광의 빛이 되게 하시옵소서!!~
부디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이 들께,
감사의 빛이 되게 하시옵소서!!~
내 어머니를 비롯하신
이 세상 모든 이들께,
부디 강녕의 빛이 되게 하시옵기를!!~
이내 낯익은 도심이
눈앞에 펼쳐지고
초록빛 가로수 저 건너편
빌딩 숲 골목에
현충일을 맞은 도심의 아침이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고향에서의 일상
무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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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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