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관심 1위’ 커피 전문점, 종업원 소유로 만들면?
우리나라 예비 창업자들은
커피 전문점을 가장 선호한다고
지난해 말 한 창업 플랫폼이 밝혔습니다.
참여자 2만여 명 중에서
21.4%가 택했다고 하네요.
다만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로
커피숍의 폐점도 늘어난다니 큰일입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직원들이 소유한 미국의 커피 전문점들에서
힌트를 얻으면 어떨까요.
미국에는 노동자 협동조합과 더불어
우리의 우리사주제와 같은 ESOP(이솝),
즉 종업원 주식 소유제도 발달했죠.
제도의 뒷받침 덕분에
몇 명~몇 십 명의 커피숍 직원이자 주인들이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나눠 갖습니다.
먼저 2021년 가을 출발한
애프터글로우 커피 협동조합을 소개합니다.
(Afterglow Coffee Cooperative)
코로나 위기로 지역에서
카페 세 곳이 모두 문을 닫았을 때
창업자와 여섯 명의 직원들은 커피 전문점을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했죠.
한 노동자 소유주의 당시 얘기를 들어볼까요.
“저는 이 카페에서 20년이나 일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동료들과 함께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했어요.
한 편으로는 변화의 기회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사업체를 소유하는 방안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직원들은 모두 1인 1표의 투표권을 가지며
중요 결정에 참여합니다.”
6개월여 만에 애프터글로우는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법적 문제, 의사소통 문제, 대출 문제 등
여러 난관이 당연히 있었죠.
협동조합에 공감한 창업자가
판매비용을 할인하고 재정을 지원한 덕분에
그나마 전환 과정은 순조로웠다고 합니다.
모닝벨 커피 로스터스라는
노동자 협동조합도 있습니다.
카페는 전환 이전에도
업무 일정이나 생두 구입, 신규 채용 등을
민주적으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있자 카페 주인은
아예 노동자 협동조합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고 하네요.
관계자들의 회상을 종합해봅니다.
“노동자로서 사업주가 되는 아이디어는
두렵긴 했지만 멋졌어요.
창업자는 여러 옵션을 살펴본 후
개인적으로 협동조합 창업을 위한
대출까지 제공했습니다.
우리 카페의 지분은
지역 커뮤니티의 자산이라고 생각했어요.”
뉴욕주에 있는 김미!커피(Gimme!Coffee)는
커피업체로서는 50여 명이 일하는
꽤 큰 규모의 노동자 소유기업입니다.
주식회사라서 앞서 언급한 ESOP을 활용했죠.
지역의 스타벅스가
노사분규로 직장폐쇄에 들어가는 동안
비슷한 위기를 겪었던 김미!커피는
지역 공동체에서 굳건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다룬 아래 글로^^;
관련 글: 뉴욕주 스타벅스의 지역 경쟁자, 노동자 소유로 바뀌다
최근 미국은 인력 부족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 기업주들이 은퇴하면서
중소기업 폐업 급증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실버 쓰나미’(Silver Tsunami) 상황에서
노동자 소유권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죠.
커피 전문점뿐 아니라
어지간한 중견기업까지 해당됩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종업워 소유기업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자금 조달도 쉽지 않습니다.
여러 제도적 뒷받침, 펀드와 대출기관의 출현,
연방 및 주 정부와 의회의 지원,
종업원 소유권 지원단체의 노력으로
장벽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 다행이죠.
우리나라도 참고했으면 합니다.
커피 전문점 노동자 소유주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으면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지 않을까요.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는 업무에 더 권한을 가지고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새로 배웁니다.
교육 워크숍도 개최하죠.
미래에 대해 훨씬 기대하게 되었어요.
기업주가 되고 싶은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을 키울 만큼 대단한 모델입니다.”
이런 종업원 소유주는 어떨까요.
“저는 16세부터 스스로 부양해 왔고
대학 학위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나만의 집을 짓는 건 꿈같은 일이었어요.
이제 나는 인생에서 꿈꾸던 많은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더 나은 커피 전문점, 나아가
더 나은 미래와 인생을 꿈꾸는
모든 창업자와 노동자들의 희망이
실제로 이뤄지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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