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도
정석현
언제부터인가
꿈을 잃어버린 소녀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봅니다
언제부터인가
부슬비가 내리며 어둠이 깃들고
길게 내품는 담배 연기 속에
잃어버린 꿈이 어리어 있다
다시 창가에 기대서면
정원 속에 풀 내음만 흐느적거리고
다시 돌아서 자리에 오면
그 역시 허무한 생각뿐
아!~~
가엾은 젊음 속에
오늘 하루도.
파란/정석현
잔디밭에 누우면
닮아간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바다도 연상하면서
보이는 것은 파란 개잘 양모 양 푹신하다
피곤이 확 풀리는 것같이 마음이 후련 하구나
잡념은 어디론지 산들바람에 스치고
눈앞 먼~ 푸른 곳에 내 마음 머물러 있다
어떤 동요의 마음일까?
끝없이 흘러갈 흰 조각배 모양
깊숙이 빠지고 싶은 마음
영원히 그대로 잠기고 싶구나
잔디밭에 누우면
파란 하늘을 닮아간다.
내 마음도
보그르르/정석현
먼 태고 때부터 젖꼭지를 문 동자가
제 홀로 작은 구멍으로 솟아오르고
고함 보그르르
보그르르
두 우를 흔드는 볼그레한 짬 새
보글보글 보그르르
겉은 물이나
산 거품이 좁은 범위로 끓어오르는
보그르르
한 획을 더 했나 했더니
저만치서 불붙은 가파른 둔덕길
작은 방울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아!
숨차 는 술래 바퀴.
안식의 세계에서/정석현
멀리 사천만의 물결이
고요한 밤 다라 숨소리도 없이 잠자고 있습니다
방파제도 없는 어촌들에 부빛만 깜박 일뿐
안식의 세계에서
길은 안개 짙은 숲속에서
내일의 망나니들을 그물에 모아
돛단배에 가득 담을 꿈만은 잊지 않은 체
여기 나의 전우들이 잠긴
명상에다
어둠 따라 숨소리도 없이 잠재우고 있습니다
불길도 없는 차거운 마룻장
오그려 잠을 잘뿐
안식의 세계에서
꿈길에 염원을 모으며
기다림만은 희열에 담뿍 실어
그날을 기다린답니다.
암 굴/정석현
영원히 알고자 헤매다가
비밀의 바위굴을 찾아서
보화를 발굴할 때 그 힘도 과연 쉽지 않았구나
오솔길 지나!
험한 산중에 이르기까지
힘차게 걸어가다 갈구한 금,은 보석
이것이 곧 모든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열쇠인가.
멀어져 간다/정석현
맴돌아지던 물결이 허무해져만 간다.
출렁대던 잔파도도 저물어만 가는
푸른 물결 헤쳐가며 서 있던 바위
이젠 늙어간 그 모두가
사그라져 간다.
또 힘찬 물결이 일 때면
어느 구석에선가 솟아날지 모르는
아득히 먼 그곳처럼
멀고 멀어져만 간다.
꿈/정석현
꿈이 있는가 하면 계곡이 있다.
계곡이 있는가 했더니
그러나 꾼이 있단다
숨 쉬는 모두에게
인간에게도
그것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꿈
갖가지 꿈을 되삭인 인간이기에 내일을 창조한다.
댕기 빗은 그녀도
나 그리고 너에게도 그것은 있다.
험한 계곡 골짝에도 굼은 있다
귀머거리 전화 걸고 절름발이 축구 하는
봉사도 신문을 보겠지
곰배팔이 야구 하면 째보도 키스를 한다.
죽어가는 자가
목멘 입김으로 팔을 내젓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에게 아롱진 꿈이 있다.
담배/ 정석현
사무실엔 서늘한 초겨울 기분
네모진 책상 모서리
꽁초에 불을 지피고 한 모금 쭉 빨아 당기며
심심할 땐 멋으로
괴로울 땐 벗으로
바쁠 땐 상념에 젖어
잠들기 전 한 모금 잔 후에 두 모금
식후엔 잊어버리지 않는 앙상한 가지에 감 한개
쓴맛도 단맛도
구수한 갖가지 감정은
달다 쓰다 역겨웁다
꽁초를 한모금 입술을 지날때
그맛~~~~
책상 모서리에
연기따라 재가 떠러지며
오늘이 가면
그날은 오겠지?
활보 있게 걸어가라/정석현
가슴을 활짝 펴고 활보 있게 걸어가자
한 조각의 빵을 위해
언젠간 푸른 제복을 벗고
메여있는 희열을 풀어 버리는 날
그날은 오고 있겠지!.
그것뿐/정석현
있는 것은 그것뿐
없는 것도 저것뿐
가는 것도 이것뿐
오는 것도 저것뿐
모두가 그것뿐이구나
이것도 언젠가는
이지러져 가는 그것이 될 때
이 모두
모든 게 그것뿐이겠구나.
그때/정석현
이름 모를 정각 위에 홀로 섰더랍니다
시간을 기다리느라고
밤과 나
대숲을 바라보며 외로이 섰더랍니다
뿌연 안개가 솟아나는 강어귀 저편에
많은 모래알이 소곤거려도
난 자연을 향해 독백했어야 했습니다
먼 허공을 바라보며
다시 잎없는 고목들에 판 하며 뒤돌아
긴 다리를 걷고 싶었습니다
바람과 나 앙상한 고목들과 함께
끝없이
그러나 거기서본 흘러간 강물이
아깝기만 했습니다.
석 음의 좌절/정석현
너무나 대조적이었어
전과 후마음은 초로처럼 애가를 부르고 싶도록
나는 가야만 했다 내 땅위로
6도 되지 못한 5가 우애를 초월한
애착을 느껴야만 했던
그러나 애매하게 매듭지어야만 했다
이젠 정체 마냥 다른 염려를 염원하며
조그마한 일화가 마냥 뒷걸음질 해야 했다.
모호한 틈새에 찢긴 봉투가 가엾겠지만
여의 선심도 모른체 나는 가야만 했다
캄캄한 대로를 따라
진실과 허위가 교차 된 지점에
너와나 더 서성거릴 순 없다고
나에 대한 애고는 희구하지 않았겠지
그런대로 치마폭에 감기고 싶었지만
석 음이 좌절된 지금 난 떠나야만 했다
이젠 관객없는 연출은 끝이 나고
송구영신과 함께 소임에 충실해야만 했다
멀리서나마 너에 대해 심축해야만 했다
영원히 심축 만으로~~.
괴로움 속에서/정석현
괴롭구나
모던걸 알면서
아니 모르면서 정말 괴롭구나
도대체 세상인심이 어떻게 되었길래
자꾸 괴로워 오는가?
더군다나 이 현실 속에서
참되고 꾸밈이 없는
집착 때문에
점점 공상 세계로 괴롭구나
짧은 시간이 이였지만 마음 땔 수 없는 것
무엇에 비하랴만 정녕코 훌훌 떠나버릴
허공 속에 소리쳐도 안타까움 뿐인데
그것이 인연 전부였다면
한 번만이라도 말해주오. 진실을
아!~~
괴로움 속에서 이 밤도 깊어만 가는구나.
집착/정석현
꿈길에
파도만 출렁이던
너와 나의 대결
순간 아닌 순간에서도 맴돌아지다 사라져 간
꿈들을 다시 엮어 보자고
너무나 마음 꺼림직한 내킴이
허사이길 바라며
숨이 막히는 가슴이 터져라
후련하게 터져라
다만 그걸 바라는
난 행운처럼 몰아 보자고
외쳐볼 뿐이다.
삶/정석현
괴로움 없는 멋이 없고 독 없는 즐거움이 없다
희,노,애락이 비등해야만
삶의 보람이 있다고.
외로움/정석현
주전자 아궁이에 그대로 물을 빨아 마시는
너
고독과 슬픔을 그 누구보다도
찾을 수 없는 핏줄의 선천지를
아 외롭게 흘러온 세월
닥아올 내일
그 속에서 어머님 부름보다도 부드럽소
지금은 머물고 있지만
난 떠돌이
남이 가져 보지 못한 체험 속에
얻은 것도
배운 것도 그렇게 아름답소
세월이 나를 낳고
세월 속에 묻혀 사는 나
서울역 앞 대포 집이 그립소
더 그리운 것은
아!~
부모 형제는 어느 땅위에 살고 있는지를!~~
공허/정석현
놀다가 가지도 않는 까마귀 데들도
먼지를 안고 회오리바람에 달린다.
터를 닦아 집 세울 땐
아름다운 설계도 있었겠지
왜 허물어 버렸는지
폐허 된 빈터에 얼룩져 있고
반 조각 주춧돌 위엔 녹슨 못만 뒹구네
심술쟁이의 발장난이 그려져 있는
목 잘린 버드나무가 홀로 서 있구나.
여인상/정석현
디젤 타는 내음 다시 흩어지고
까만 코드 깃을 세운 여인이 내 곁에 서 있다
조각난 인형집 유리를 부둥켜안은 체
나를 한번쯤 봐주더라
난 용기와 대화를 얻었고
또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시간을 자기가 뺏어서 미안하다고
도리어 내가
아깝지 않았다
커피를 나누며 희열을 맛보며
셀 수 있는 빗속으로 우린 나란이 걸었다
로터리의 갈림길
어느 망각을 낭비 를 막았다
소나기가 내리는 날
행여나 하고 기다림이 초조하기만 했지만
삼 공분 전에 왔다 간
그녀가 영영 오지를 않네.
척 설/정석현
사서 멍해지고 움트고
얼음은 녹아도 풀리지 않는 잡다한 마음
백지 위에 아름다운 그림도
존재 보다 생활인들의 꿈들이 영원히 가버린
술회를 나누고 싶었지만 미움의 여운만이
그가 낳은 현실 이국은 멀지 않다
지닌 노랑,파랑, 실의 묶음
그래서 난 아직 손가락은 열 한 개
또 내일이 오는데
빙판으로 미끄러져 간 척설
대답도 없이 비는 올지어다.
나/정석현
황막한 대지 위를 걸으면서도
비틀거리지 말고 방향을 잡자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청신한 흰 색깔의 꽃을 피운다네
어떻게 할까?
어디로 갈까 망설이지 말자
자아를 길러
불가능이란 존재를 비눗물로 씻어 버리고
동여맨 농부의 땀방울을 닦은 수건
고객으로 땅을 파헤치는 길을 알자
어디의 의지 문을 닫아
자립적인 실천
이념에 빠지지 말자
초점 을 두고 한 뼘씩
어디로 갈까 망설이지 말자.
기다림/정석현
오늘이 가면
또 오늘이
내일이 가면 모래가
무언지 모를 기다림 속에서 사노라면
기다림은
기다려도
기다려지는 기다림
비가 오는 봄길/정석현
봄볕에 종달새의 동공
설계할 꿈이 어리고
하늘 높이 종달새의 소프라노
까마귀 귓전에 눈물이 고이네
저 멀리 아지랑이의 고전 무용
몽롱해지는 나
봄은 조용히 소리 없이 오는데
시야가 축소되도록
선홍을 그릴듯한 안개가 산허리를 맴돈다.
봄이 너무 급속도로 뛰어오는 소식일까?
담뱃불을 뻔쩍이며 손벽 을 치는
어느 여름 샤워의 한 장소라도
잠을 깨워 목욕하는
뾰족이 내미는 얼굴들 춥지는 않을까?
걱정되는데
어느 소녀의 우는 속마음 같다고
느껴보지는 않으련다
난 그 소녀가 미우니까
정은 아쉬워
생각하노라면
빗속의 그 날은 작년이였다는 것을.
고장 난 스위치 불은 켤수 없어도
계절이 가져다주는 봄 위에
강이 바래다주는 물이 있답니다.
반 름달/정석현
피곤하다만 시간은 잘흘렀다
모여 오는 와글대는 패들
대목장 보는 떼거리 텁수룩하다
보름달을 손꼽는 그네들은
서러운 웃음을 크게
웃음이라도 가져 봐야지
때 묻은 잔디가 보름이기에
기름기가 반지레한 사람이었다.
멜빵끈을 졸라메며 시간의 통제 속에서
포근히 끌어안던 건 어제와 모레로
오늘은 암소의 젖무덤을 짓눌러야 했다
스멀대는 차가운 밤
가슴 조이는데 초승달은 떳다.
수도꼭지/정석현
사철 주야 맑은 물줄기입니다
몸이 벌겋게 닳았을 때부터
약간의 숨도 쉬어 보죠
두서너 번 목욕도 한답니다.
나에게 열이 가실 때에는
이상한 고함도 치고
동료들 틈에 끼여 잠을 잔답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 보면
어느 작곡가의 적연하리만큼 소리가 들리죠
귀를 크게 펴고 주위를 살피면
때 묻은 방망이가 뒹구는 집이랍니다
아이코 또 죽었구나
하지만 겁은 없답니다
그러나 이상도 하죠
구룬네 나는 누더기의 맑음도
때 묻은 여인의 속내의도
내 힘을 빌리니 마음 아픈 거예요
얘기해도 청각장애인이라 체면만 보고 있으면 더욱 그래요
화날 땐 며칠이고 몇 주일씩 말도 하지 않지만, 불쌍 한 거죠
한몫 얻어먹겠다고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 다 그른가 봐요
하지만 예쁜 아가씨보다도
곰보의 총각이 난 좋답니다.
청 색깔/정석현
때 묻은 현실을 탈피하고 싶어
면도 칼날만큼 날카로운 눈초리
여인의 몸맵시 십중팔구 악세서리
껍질을 벗기면 알몸쌍둥이
그래도 누드가 좋다고 침 흘리는 초야 전의 암과 숫
푸른 들판이 평하는 오늘은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들의 어리석음
그들이 보는 들판의 풀은
자라면서 쉬어 간다오.
소녀의 독백/정석현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을 부른다.
달빛 머물린 창가엔
하얀 손가락 허느적 이는 소녀의 동심이
여름도 아닌 겨울도 아닌 그 어느 날
개나리를 닮아가는 은행의 속삭임에
밤은 머루알 모양 짙어만 간다.
하늘엔 구멍 뚫린 창처럼 별빛이 정겹고
은하수 강 위에 돛단배 띄워
달무리 여울지는 오작교 징검다리에
사연을 새겨 보리.
허무로 돌아가자/정석현
생각은 많아도
못다 한 생각
결핍 뒤에 따르는 만족도
만족 뒤에 오는 결핍도
생각의 갈대에 흔들린다.
사람이 살고서
죽느니보다
죽어서 사는 게 호음 일지도
잔잔한 호수가 아니랍니다.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생각의 애인/정석현
고배를 마셨던 마음의 행로
이젠 생각 속 애인으로 두고만 씁쓸한 미소였다
희열 뒤에 오는 고뇌
괴로움 가져다주는 어제와 오늘
기약 없는 생각 속의 애인 이였다
산 사이에 길이 있고
양옆으로 집들이 늘어선 상대적 그 위
고독과 대화를 나누던
누각에서의 나 보다도 좋았다
생각 속에 애인 얼마나 멋있고
참 아름다움이 깃드는지 모른다.
변태성 소유자와는 실증이 없는
내가 나일 수 없던 허탈감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존재 가치가 스민다.
어느 휴일/정석현
휴일이 망가져 버린 날
심술이 나서 멋진 놈팡이가
활짝 내민 얼굴을 맞을 줄이야!
난 몰랐습니다
선지같이 흘린 낙화 된 곷송 이가
봄을 애타게 기다렸던 자기네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거야
걸을 수 있다면 내가 던진 것 보다
더 큰 돌멩이를 들고 따라올 거야.
봄에 미안한
매화 앞에 무릎 굻고 두 손을 모아 빌어나 볼까?
포물선을 그린 돌멩이에 매화꽃이 아플 텐데!.
할미꽃/정석현
폭음이 짙은 활주로에
할미꽃 한 송이 외롭게 허허벌판에 흔들리고 있다
낮잠을 잘려도 폭음 때문에
잠깐 쉬려도 바람 때문에 몸을 흔들어야 하니
흥겨지도 않는 트위스트가 관객도 없는 무대에서
허전하기 짝이 없구나
비록 내 이름은 늙었지만
그래도 젊은 향기를 내 품는
계절의 할미꽃이
바람이 일지 않는 날엔
폭음이 더욱 짙고
할미가 고개 숙여 울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소음 때문에 고개 숙여야 하니
오지 않는 잠도 자는 척해야 하니
향기 짙은 내 신세가 더욱 고달프군
그래도
할미의 한대를 보람있게 살다.
뭇 꽃들에 바통을 넘기리.
태권도/정석현
폭음과 함께 얐 하면 중단 팔 뻗기 연속
기마 좌세 취하면서 그다음은 쌍수
기본 훈련 단련하여 평안, 팟샤이에도
정권은 꿁어 지고 뼈대엔 힘이 올라
꽃 가지는 꺾지마오
수없는 기합소리 나이한치 ,진도, 찟도
모두가 이 정도면 총칼이 필요 없게
육박전의 승리에 지구 위의 으뜸일까?
아침저녁 기얍소리 태양도 지고 만다.
비상/정석현
무념 속에서 먼동이 트기 전
새벽공기를 휩쓸어 안고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파상적이 아닌 2회의 반복이
난 눈을 크게 뜨고 모포를 걷어찼다.
손발과 마음이 급하게 배낭을 체웠다.
모포를 둘둘 말아 그 위에 우의도 묶었다
야전삽과 반합도 식량과 탄약도
그리고 방독면을 찼다.
수통엔 물을 담고 탄띠를 멘
배낭을 울러메고 철모를 쓴
카빈소총을 메고 뛰어갔다
똑같은 형상들 방황하지 않는다
지휘소 앞엔 국기가 휘날리고
연병장엔 수없는 차량도 클랙슨을 울리며 집결한다.
다들 나를 위한 것이요 국기를 위한 것이었다
싸울 수 있는 기백이 넘치는 젊음
전투태세의 완비 도달해도 좋았다
해가 솟아오르고
다시 폭음이 인다.
4월에 노래를 부른다면/정석현
앵두꽃 희게 피는 매화꽃 만발도
개나리 노래지는 갖가지 색깔 마음
인생 행로 복숭아꽃 민들레도 피었다네
개살구꽃 지고 나면 사과꽃도 피고 지는
내가 살던 고장은 가까워도 온답니까
연분홍 진달래 꽃잎처럼 정열을 불태우는
남아의 마음속엔 순정은 약수터다
멀지 않는 선진에선 벚꽃도 핀다던데
잃어가는 젊음은 허무만 하답니까
고개 숙인 할미야 고개 들어 말좀 해다오.
갈매기 날아온 인생길에
철길같이 두 선에서 삼선에서도
외롭게 날아온 그 한 마리가
철 따라 찾아드는 갈매기때는
쌍쌍이 두 쌍만이 날아갑니다
졸라매던 허리띠에 그 몸둥 이가
부딪혀서 부러져서 쌍 갈매기냐
갈매기 한 쌍만이 날아가지만
봄 따라 봄이 없는 서러움이여
쌍쌍이 짝을 지어 날아가다오.
발현이 없는 공간/정석현
화려한 멋의 뿌리
진종일 앉아 있어.
달콤한 멋의 깃 틀 진종일 세워 봐도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더랍니다
도취한 오월의 노래에
사랑은 오솔길에서부터
가고 나면 도 온다더냐
하늘도 푸른데
산천도 푸른데
못다 한 술어를 숨 가쁘게 되새기며
또 온답니다만
마음은 병들어 허덕입니다.
피어나는 꽃잎에/정석현
꽃잎 예쁘다
귀엽다 아름답다
꽃잎 만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꺾고 싶다
꺾으면 진딧물이 흐를
물 배어 오르겠지
꽃잎 꽃가지 꺾고 싶지 않다
꺾을 꽃 가지가 없다.
조금은 갖고 싶은
좋아하는 꽃잎이 훗 날려 버릴까?
훗 날려 버리면 또 언제 피어날는지
다음 해의 봄을 기다리어야 할 텐데
내가 나비 라면 좋아하는 그 꽃은
바람에 시달리며 바램의 표정 없이
몰래 속태우며 기다리고 있을는지
내가 나비라면 좋아하는 그 꽃은
영영 소식 없이 딴 나비 불러 자고 맺고 말는지를
날아갈까 말 껀가
앉아볼까 말 꺼나
세어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나비가 오지 않는 꽃잎은 외로울 테지
나비가 오는 꽃은 하늘하늘 춤을 춘다.
너 나는 꽃과 나비
벌은 소리 내어 갈 곳을 알린다.
세월 따라 꽃은 피고 지고 열매 맺어 대대손손
아름다운 곷잎
가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숙녀/정석현
무척 오랜 기다림 속에 뻐꾹새는 울고
보리는 누렇게 익어 간다
털보는 밤을 달리고
우린 오솔길을 걸었다
주위 환경이 가져다주는 허탈감에서
자기를 뺏기고 싶지 않는 주체성에서
숙녀의 신비스러움을 얘기하느라고
딸기와 같이 볼그레 볼을 붉힌다,
독 있는 화살은 피한다는 건 타인의 수훈이랄까
참벌과 같이 굴을 찾고 싶은
방랑자의 안식처 마냥
감상적 리듬으로 이끄는 건
어느 숙녀와의 긴 얘기 끝에 피어났다.
연정은 여름의 맑은 기운과 같이 맴돌았고
농담하고픈 절름발이의 목발은 아닐까만
방긋이 미소 띄우며 술회를 얘기 할땐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처럼 먹고도 싶었다
그게 리얼리스트들의 참된 윤리는 아닐까만
보리 이삭의 결실과도 같은
숙녀는 올바른 걸음걸이를 가졌다.
허실/정석현
깜찍한 소녀
백미가
소년이 눈웃음 보낸다
어쩜 그렇게도
동령 된체 어여쁜 건
그러나
허실이 들어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아~~
개구리의 울음소리
여름밤의 합창
개골개골 귀뚤귀뚤
귀뚜라미의 반주
오!~
이런 노래를
자연의 노래를
내 잠속에서 듣게 해다오.
7월의 초록잎/ 정석현
바람과 나와 7월이
바다와 하늘을 만지고 싶게 한다.
여기 향수의 얽힘보다도
연정의 얽힘이 짙은 초록 잎엔
국가와 그의 역사가 있는
눈동자는 못을 박게 하고
못다 한 술어는 깎이어만 갔다
단념의 열매는
가을과 황금빛 들판의 논둑길에 연결되어
패배의 언어엔 7월의 바람이 분다.
내 갈 길은/정석현
컴컴한 거리와 밝은 거리
짙은 초록 잎
이마엔 까만 점과 같이 못 박아둔 마음
서울과 시골
초록잎 사이사이에 이파리 흔들림이
바람이 불더라도 고정하고 싶은
석 삼자에 한일자를 쓰고 싶다
짙은 초록색은 옅은 갈색으로
짙은 갈색
흰 눈송이에 덮혀 버릴
내 생각도 함께 식어갈
오늘과 내일이
나날이 새 길목을 만들고 있지만
나는 지금 수천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나침판이 없는 인생길
인간들이 많이 서 있는 길목에서
난 어디로 가야만 할까?.
인사 말씀
웃음 짓던 꽃잎이
사라져 가고만 겨울
차겁고 슬쓸 하기만 하군요!
거미줄의 얽힘과 복잡성이 두뇌에 이어
집을 다듬는 젊음들이
사고의 포인트는 하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분주한 틈새에 눈동자를 한 번 더 굴리며 옮겨 보는 마음들을
앞날에 더 알찬 거품을 동인들과 함께 모아 봅시다
1965년 1월 15일
편집후기
이렇게 적어 보내는 시들은 우리만의 감미로움이겠죠!
남들은 어떻게 평 하던 간에 부족한 그대로 맛이 있으니까요
총권 3집이 창간호 보다 잘 되었다고 볼수없습니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도 있지만
즉흥시가 십중팔구라도 해도 과언은 아닐 것 입니다
윤,성,하남, 기암(기석. 이번엔 빠졌지만)
모두 정열적인 짜임의 기풍을 가진 남아 들입니다
비이트 제네레이션도 없을것 같은...
묘사법
어려운 거겠지만 모두 시간 틈틈이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
자기만족의 표현이니까 괜찮을 맛도
우린 시인들이 아니니까 어떤 공백의 메꿈일 테지만
서로 제한된 시간 속에 틈틈이 적어볼 뿐입니다.
동인 후원인들에게 건강을 빌 며~~~~
1965년 2월 15일
편집후기
또 쓰고 찍고 엮고 읽고 나니
데데해 보이는 것은 사실
감미로움이 얕은 수법에 권태가 올지 모르지만
표현의 어설픔 시간의 짬새는 너무나도 적은 것은 사실
그런대로 양보다 질을
여기 아마추어들의 얘기랍니다.
감수성이 없는 진보성이란 극히 적습니다
되는대로 편집을 마치고 나니
또 한 달이 지나가나 봅니다
더욱 좋은 묶음이 도기를 바라며~~~
1965년 4월 15일
인사 말씀
불안전한 테두리 속에서 글의 모임을 매 무려 봤습니다
퇴색한 군상들이 갖가지 마음들을 묶어 본다는 것은
쉽지도 않는 일인데
이제 한해의 마지막 얄팍한 달력을 쳐다보는 싸늘한 겨울에
틈틈이 연필심에 침을 발라 호호하며
입김으로 옮겨 보는 것 이외에는 조그마한 실리도 없습니다
미흡한 글귀에 에누리 없는 편달을 바라며
원고를 보내주신 동인 후원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뽀그르르의 앞날에 발전을 빌어 모둡니다.
1965년 12월 15일
인사 말씀
관능이 활동하는 계절 위에 우리도 닮아가려고 합니다만
얼어붙은 마음속에 겨우 몇 명만 관념을 논해볼 뿐
차가운 마음들만은 일월 속에서 조용히 발버둥 칠뿐입니다
뽀그르르 3호
창간이 어제 같은데
오늘이 오기 가지 숱한 시간 흘러갔다
그러나 우리에겐 멀리 뻗어갈 내일도 있답니다.
데데한 표현 수법에 데데한 평들도 있습니다만
각자 보이지 않는 어느 지점에서 내재하여 있는
자기들만의 피력이 담겨 있을 것이며
혁혁히 운 담처럼 선미한 감정도 뒤따를 수 있는 반면에
보이지 않는 자와 보는 자의 개성에 따라
서로의 감정이 이해가 판이한 것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전자와 후자에 더욱 감사 그리며~~
이달도 안녕히~!!!
1966년 3월 15일
인사 말씀
너무나도 좋은 계절입니다
맨발로 모래사장에서 뛰고 싶은
젊은이들이 정열이 샘 솟는 계절이라 할까/
모두가 소임에 충실하는 동인들
좌담회는 갖지 못하여도
앳된 글만을 모아본
초라한 갱지에다 호치키스의 묶음으로
철새 따라 5호를 내 보내 봅니다
언제 까지 지속될지 몰지만
우리가 이곳을 떠나버린 먼 훗날 100호를 가져 볼수있다면
동인들의 조그마한 꿈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라며
리얼리스트들은 생각을 더 좋은 생각을 가져 봅니다
무엇보다도 탈자 오자 한 번쯤 수정 못 한 점을 이해하시길 바라며
봄 색깔이 짙어가는 나날!
건강을 빕니다.
1966년 4월 15일
이 책을 읽는 분에게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것에서부터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여 적은 글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물은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뽀그르르는 변했는지 모른다.
표현력이 조금 나아졌는지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몇 날을 심사숙고하여 적어야 하는데
어느 땐 하루에 2- 3편 쓰서 옮겨, 본적도 있으니까
지금 우리들의 생활이 의무적인 공통된 점
그런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한 번 정도 읽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뿐이다.
1966년 6월 15일
편집 후기
달빛은 고요히 물 위에서 흐른다
구 불 텅 산길도 그 속에 있구나
누구에게 물어 볼 수 없는 누구에게 가르쳐 줄수 없는
생활의 변동과 마음의 변동이 큰 인간들의 삶이란다
무딘 글 따라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어느 강둑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은 허수아비와 같이 장승과도 같았다.
좀 더 나흔 것에 정착심을 가져 행해야 하겠지만
우린 그렇지가 못하답니다.
어느 사람이 본 그 사람은 무엇을 잃어버릴 생각인지
무엇을 얻자 하는 생각인지 모를 깊은 사고에 잠겨져 있다
욕심은 바닷물같이 출렁이지만
틈이 적은 한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전공적인 값을
분석하지 않는 한
수필, 꽁트, 희곡등 더욱 다채롭게 싣지 못한답니다
그 좋은 시간을 떠나버린 생활 속에 날이 가고 달이 가는
흐름 속에 기다림만을 안고 알을 깐 물고기같이
똑같은 얼룩속에 자료를 모아 이렇게 얿은 책이지만
적어 보기란 무척 힘이 들었답니다
"간다고 가고 보면 종착이 거긴 것을"라는 말이 생각난다.
똑 같은 종착역이 언젠가는 인간들에게도 다가올 것이다
그전에 무수히 쾌락을 찾기 위한 갈등속에 번민과 고뇌는 따를 것이다
또 시간은 흘러 가버리는 것.
6호의 편집을 마칩니다.
1966년 6월 15일
편집후기
또 한 달이란 과거가 샇여갔습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와 미래가 있는것
여기 우리가 있기에 가끔 언어의 예술 뽀그르
보잘것없지만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과거와 미래를 쫒아 현실을 긍정하고 싶지 않는
시인들의 시적 사고에 대한 핵심이
우리도 함께 조금씩 닮아가고 있답니다.
닮아가고 있더라도 극히 빈약하며
생각 속에 표현된 메커니즘이 허수룩 하답니다
꾸밈없이 표현한 것만은 사실이랍니다.
독자가 올바른 평을 해 주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들판의 색깔은 바뀌어 가는데
세월 따라
가는 사람 오는 사람도
있는 사람 없는 사람도 가고 오는데
8호를 바라보며~~
1966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