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에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이 복용한 진통·해열제이다. '타이레놀'이라는 이름은 아세틸아미노페놀(acetylaminophenol)에서 유래했으며, 북미 지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 그 외 지역에서는 파라세타몰paracetamol로 불린다.
이야기는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젊은 두 의사, 아르놀트 칸과 파울 헤프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를 치료하던 중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 기생충 치료제로 알려져 있던 나프탈렌을 투여했는데, 기생충에는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환자의 열은 내려갔다. 이전까지 보고된 적 없는 효능이었다.
흥미를 느낀 두 의사는 구입한 나프탈렌에 다른 물질이 섞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출처를 추적한 결과, 약국이 나프탈렌 대신 아세트아닐리드acetanilide를 잘못 제공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세트아닐리드는 석탄 타르에서 분리된 아닐린의 유도체로, 합성 염료 제조에 사용되던 물질이었다. 이를 계기로 두 의사는 아세트아닐리드가 유용한 해열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했다. 마침 헤프의 형이 칼레Kalle 제약회사의 화학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는 해열 효과를 확인한 뒤 아세트아닐리드를 '안티페브린'Antifebri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였다.
그런데 곧 문제가 생겼다. 복용자들이 '피부가 푸르스름해진다'고 호소했고, 이는 곧 메트헤모글로빈혈증(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기능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밝혀졌다. 이에 더 안전한 대안을 찾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런 연구는 화합물의 분자 구조를 변형하여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887년,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아세트아닐리드를 변형하여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일으키지 않는 페나세틴phenacetin을 개발했다. 같은 해, 요제프 폰 메링은 존스홉킨스 대학의 하먼 모스가 합성한 아세트아닐리드의 또 다른 유도체를 임상 시험했다. 바로 '아세트아미노펜'이었다. 진통 및 해열 효과는 충분했지만, 폰 메링은 페나세틴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이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은 실험실 선반에 방치되었는데, 1947년 연구자들이 아세트아닐리드와 페나세틴이 모두 체내에서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변환되며, 실제 활성 성분이 바로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폰 메링의 주장과 달리 대용량의 아세트아미노펜도 쥐에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하지 않았다.
한편 페나세틴은 신장 손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경쟁 약물인 아스피린은 위장 장애 및 소아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라이증후군Reye's syndrome과 연관이 있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보다 안전한 약물로 홍보되기 시작했고, 1955년 타이레놀이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전 세계 아세트아미노펜 시장 규모는 연간 100-110억 달러(13-15조 원)에 달하는데, 아스피린과 기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달리 위장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대대적인 홍보 덕분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적정 용량에서는 안전한 진통·해열제로 자리를 잡았다. 성인 최대 복용량은 하루 500mg 6정이다. 이를 초과하면 약물 대사산물(N-아세틸-p-벤조퀴논이민)이 간에 독성이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간에 20정만 복용해도 사망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독성 대사산물은 체내 주요 해독제 중의 하나인 글루타치온glutathione에 의해 제거되지만, 과다 복용 시에는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실제로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은 급성 간부전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며, 간 이식의 주된 이유이다.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은 글루타치온 재생을 돕는 해독제인 N-아세틸시스테인(NAC)으로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