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열가지 행원)
선남자여, 여래의 공덕은 시방세계 일체 모든 부처님들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세계의 아주 작은 먼지만치 많은 수의 세월 동안 계속하여 연설할지라도 끝까지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려면 응당 열 가지 넓고 큰 행원을 닦아야 합니다(화엄경 보현행원품 ; 불교성전 3-5).”
열 가지 넓고 큰 행원(十種廣大行願)은 예경제불(禮敬諸佛,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함), 칭찬여래(讚如來, 부처님을 찬탄함), 광수공양(廣修供養, 널리 공양을 올림), 참회업장(懺悔業障, 업장을 참회함), 수희공덕(隨喜功德,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함), 청전법륜(請轉法輪, 법륜을 굴려 주시기를 청함), 청불주세(請佛住世,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무시기를 청함), 상수불학(常隨佛學,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움), 항순중생(恒順衆生, 항상 중생들의 뜻에 수순함), 보개회향(普皆向, 모두 다 회향함)이다.
이 열 가지 원력(행원)은 실로 보살로서 살아가는 삶의 진실로서 어느 하나 뺄 것도 없고 어느 하나 더할 것도 없는 이 자체로 완전한 가르침이라 하겠으며, 그렇기에 불교신행의 충만으로서 널리 인용되고 지남이 되어 왔다. 고려 광종대 균여대사는 <보현십원가>를 향가로 지었고, 현대에도 보현십원은 불교신행의 결정체로 두루 수용 변용되고 있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에 의해 보리심을 내어 53선지식을 참례하면서 마지막에 뵌 보현보살이 일러준 가르침인데, 지덕(智德)의 문수보살로부터 행덕(行德)의 보현보살로 귀결되는 설법구조가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높다. 석가여래의 왼쪽 협시가 문수보살이고, 오른쪽 협시가 보현보살이다. 문수(文殊, 文識의 뛰어남)에는 지덕이, 보현(普賢, 보편적 어짊)에는 행덕이 표현되어 있다.
보현보살은 열 가지 행원을 차례대로 하나하나 설하기를 마칠 때마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번뇌가 다해야(虛空界盡 衆生界盡 衆生業盡 衆生煩惱盡)” 이 원력을 다하려니와, “이들이 다함이 없으므로(無有盡故) 자신의 원력도 다함이 없으며(無有窮盡), 생각생각이 계속하여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이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습니다(念念相續 無有閒斷 身語意業無有疲)”라고 보살다운 거룩한 서원을 하는 것을 독송하게 된다.
보현십원 중 특별히 독송해야 할 한 말씀을 적시하면 항순중생원의 아래와 같은 놀라운 말씀이다. 이 말씀만큼 큰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씀도 달리 없다고 할 것이다. 불자 신행의 정화(精華)라 할 만한 말씀이다.
“중생으로 인해 대비심을 내고, 대비심으로 인해 보리심을 내며, 보리심으로 인해 정각을 이룹니다(因於衆生而起大悲, 因於大悲生菩提心, 因菩提心成等正覺). (…) 일체중생은 나무의 뿌리가 되고, 모든 불보살들은 꽃과 열매가 되어, 대비의 물로써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모든 불보살들의 지혜의 꽃과 열매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게 달렸으니, 만약 중생이 없으면 모든 보살들이 마침내 가장 높은 정각을 이룰 수 없습니다(화엄경 보현행원품 ; 불교성전 3-5).”
[출전:불교신문 3750호/2023년1월10일자]